신비롭고 환상적인... 그곳에 담긴 인간의 감정, 우리의 삶,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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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롭고 환상적인... 그곳에 담긴 인간의 감정, 우리의 삶, 이야기
  • 구영은
  • 승인 2025.03.11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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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몰랐던 인천 미술인]
(2) 이지영 설치미술가

 

2025년 인천in 갤러리는 [잘 몰랐던 인천 미술인]을 찾아갑니다.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고, 인천에 연고가 있지만 인천에서 만나기 힘들었던 시각 예술가를 작품과 함께 소개하는 자리입니다. 구영은 인하대학교 겸임교수(교육대학원 미술교육전공)가 매월 연재합니다.

 

신비롭고 환상적인 장면.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알고 있는 이야기 같기도 한 장면이다. 그러나 확실한 점은,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그 장면으로 빠져 들게 된다는 것이다.

 

Stage of Mind_The Little Match Girl, 128x160cm, pigment print, 2008, JeeYoung Lee
Stage of Mind_The Little Match Girl, 128x160cm, pigment print, 2008, JeeYoung Lee

 

이지영(42)은 인천에서 유년시절과 청소년기를 보내고 현재 설치 및 사진 작업으로 국내외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지영의 작품 시리즈 <Stage of Mind, 마음의 방>, <Treasure Hunt, 보물 찾기> 등을 보고 있노라면, 어린 시절 보았던 동화책의 신비롭고 아름다운 한 장면이 연상된다. 작가가 그려내는 유년시절의 잔상은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감성을 담고 있다. 또한 모두가 알고 있는 장면 같지만 어딘가 낯설고 설레게 하는 특별함이 있다.

그렇다면 작가는 작품의 영감을 어디서 받았을까? 작가는 자주 어린 시절에 본 풍경을 떠올리면서 작업을 하곤 했다. 인천 박촌에 있는 큰아버지 집 근처 논밭에서 주말마다 뛰어놀면서 시골 정취와 자연을 느꼈고, 그 기억과 풍경들은 <Treasure Hunt> 작품 시리즈의 주요 모티브가 되었다고 한다.

 

작품 설치 중인 이지영 작가
작품 설치 중인 이지영 작가

 

작가는 인천을 떠올리면 가장 깊숙이 남아 있는 기억이 유년기의 아련한 잔상들이라고 말한다. 대학교(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에 들어가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서울에서의 생활을 시작했지만, 인천에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나왔기 때문에 삶의 많은 시간을 인천에서 보냈음을 기억한다. 이러한 기억들이 작가의 작품에 깊게 스며들어 있다.

 

Treasure Hunt, 96x120cm, pigment print, 2010, JeeYoung Lee
Treasure Hunt, 96x120cm, pigment print, 2010, JeeYoung Lee
Stage of Mind_Craving, 96x134.4cm, pigment print, 2024, JeeYoung Lee
Stage of Mind_Craving, 96x134.4cm, pigment print, 2024, JeeYoung Lee

 

<Stage of Mind> 시리즈는 무대 세트를 만들고 사진으로 촬영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대부분의 경우 작가가 직접 작품의 모델로 등장한다. 무대 세트는 영구적으로 보존되지 않으며, 사진이 작업의 최종 결과물로 남는다.

프로젝트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한 작업을 완성하기까지 대략 3개월 정도 또는 그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작가는 자신의 기억과 경험, 꿈, 감정, 작가를 둘러싼 환경, 사회 구성원으로서 받은 영향, 그리고 작가로서의 삶에서 영감을 받아 이들을 조합하고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이 작업은 20대에 시작된 작가의 정체성 고민을 바탕으로 시작되었다. 작가 스스로의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Stage of Mind_Erasing Memories, 96x120cm, pigment print, 2023, JeeYoung Lee
Stage of Mind_Erasing Memories, 96x120cm, pigment print, 2023, JeeYoung Lee

 

작업에 따라서 재료를 다양하게 사용하는데, 작가의 작품 특성상 작업마다 각기 다른 무대 혹은 장면이 펼쳐지지 때문에, 작품 구상 단계에서 후보 재료들을 물색하고, 제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재료를 테스트한다. 테스트 후, 그 중에 작가의 아이디어를 잘 구현할 수 있는 재료를 선택한다. 자주 쓰는 재료로는 종이, 스티로폼 종류, 나무가 있다. 특히 종이나 스티로폼은 가공하기가 쉬어서 재료의 활용도가 높고 무게가 가볍기 때문에 즐겨 쓴다.

 

Into The Mist_Salvation, 120x180cm, pigment print, 2020, JeeYoung Lee
Into The Mist_Salvation, 120x180cm, pigment print, 2020, JeeYoung Lee

 

작가는 작품의 주제와 관람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사실 제가 궁극적으로 관심이 있는 것은 우리의 삶 그 자체와 인간의 감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저에게 가장 익숙한 소재인 제 개인의 삶을 투영해서 이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한 사람으로서 이것은 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모든 이들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 안에서 관객들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발견하기를 바랍니다."

<Into The Mist>라는 새 시리즈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우연히 아주 짙은 안개에 갇혔던 경험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 작업은 우리 삶의 불확실성, 내면의 고독과 불안과의 조우, 내면의 자아와 만나는 순간을 그린다. 이 작업은 공간을 눈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포그로 가득 채우고 촬영한다. 작가 스스로 작품과 일부가 되어 공간 안에서 배회하고 그 안에서 편안해진다고 하며. 작가는 현재 이 시리즈에 대한 가능성을 더 고민하고 탐구하는 과정이라, 많은 아이디어와 접목하고 실험하고자 한다고 향후 작업 계획을 밝혔다.

또한 기회가 된다면 인천에서 지역적인 특성을 활용한 예술 프로젝트에 대한 희망도 이야기 하였다. 이번 3월에는 프랑스의 Echo Fine Arts에서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 전시에서 <Stage of Mind> 시리즈의 신작들을 포함해서 최근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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