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히 간직해야 할 자산 '의료선교'...인천시가 적극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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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히 간직해야 할 자산 '의료선교'...인천시가 적극 나서야
  • 김규원 기자
  • 승인 2025.03.13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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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 140년과 인천 의료선교]
(4-끝) 간직하고 이어야 할 소중한 자산
140년 전 제물포항을 통해 한국기독교의 빗장이 열렸다. 1885년 4월 5일 부활절에 아펜젤러 부부와 언더우드 등 3명의 선교사가 들어왔다. 임신한 부인과 함께 들어 온 아펜젤러는 인천에 잠시 머물면서 한국의 어머니 교회로 불리는 ‘내리교회’의 초석을 다졌다. 초기 선교사들은 조선 정부가 허용한 의료와 교육에 ‘올인’했다. 수도 한성에 교육과 의료사업에 집중하면서 첫눈에 들어 온 인천에는 의료사업으로 민초들의 마음 잡기에 나섰다. 제물포항에 입항하면서 서민들의 참혹한 생활상을 목격한 이들에게 가장 시급한 것이 병들어 죽어가는 환자 치료였다. 의료선교가 뿌리내린 배경이다. 제물포항을 통해 들어온 선교사와 의료선교에 헌신한 ‘랜디스’, ‘로제타 홀’ 등의 업적을 짚어보고, 이들이 ‘왜, 인천의 소중한 역사적 자산인가’에 대해 알아본다.

 

 

로제타 홀 기념관에 있는 외국인진료소 안내 포스터.

 

 

한국 근대화에 기독교 선교사들의 역할이 매우 컸다. 조선에서 대한제국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로 이어진 우리 정부의 능력이 미치지 못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선교사업이 정부에서 허락한 교육, 의료, 고아원 등으로 집중되면서 시민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민초들의 민심을 얻어 교리를 펼치겠다는 선교 목표와 맞아 떨어졌다. 서양 교육을 받은 기독교인이 늘어나면서 사회 전반적인 변화의 물결도 거셌다.

한국기독교가 들어 온 지 24년이 지난 1919년 기미독립선언 당시 민족대표 33명 중 가장 많은 16명이 기독교인으로 우리 사회에 끼친 영향이 대단했다. 그중에서도 인천은 의료선교의 큰 혜택을 입었다. 선교사 대부분이 제물포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인천을 통해 한국에 대한 첫 인상을 심으면서 애정 또한 많았다. 인천의 선교 역사가 깊고 넓은 이유다.

성누가병원 ‘엘리 바 랜더스’나 인천부인병원 ’로제타 홀‘이 인천과 인연을 맺은 것도 제물포항이었다. 최하층민이 많이 사는 인천을 위해 환자들의 피고름을 짜고 왕진가방을 매고 골목길을 누볐던 희생의 기억은 점차 희미해져 가고 있다. 더 늦기 전에 그들을 기억하고 소중한 인천의 자산으로 이어 나가야 한다는 움직임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 엘리 바 렌디스 기념사업회 준비위원회 발족

작년 12월 6일 ’랜디스기념사업회 준비위원회‘가 발족했다. 2023년 말부터 ’약대인(藥大人) 랜디스 박사의 삶을 재조명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조직이 꾸려졌다.

내동교회 장기용 신부를 위원장으로 하는 준비위원회는 ▲김창수(인하대학교 초빙교수) ▲박명숙(대한성공회 역사자료특별위원회) ▲박재윤(인천대학교 교수) ▲손동혁(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장) ▲유동현(전 인천시립박물관장) ▲이용식 (전 인천연구원장) ▲이지영(인천 내동교회) ▲이현식(문학평론가) ▲전영우(인천생각협동조합 이사장) ▲정두용(인하대학교 교수) ▲정진오(경인일보 기자) ▲조민호(인천 내동교회) ▲조승연(전 인천의료원장) 등이 위원으로 참여했다.

준비위원회는 의사이자 사회사업가, 한국문화연구 등의 다양한 업적을 남긴 랜디스 박사의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가난한 환자들을 치료한 의사 랜디스의 헌신적인 노력을 되짚어보고 기억할 수 있는 사업이 우선 꼽힌다. 고아원을 열어 진료 후 시간을 쪼개 부모를 잃고 의지할 데 없는 아이들을 보살핀 랜디스의 인간애와 봉사 정신을 이을 교육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외국인의 시각으로 한국문화를 연구한 성과를 정리하고, 의미를 되새기는 출판사업도 구상중이다. 랜디스가 남긴 유물과 자료를 모아 전시하고 시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랜디스기념관’ 설립이 목표다.

대한성공회 인천내동교회는 처음으로 작년 4월 16일 랜디스 기일을 맞아 4월 20일 추모기도회를 열었다. 인천시약사회 중창단이 특송한 이날 행사에 이어 랜디스기념사업회 움직임이 본격화 됐다.

위원장인 장기용 신부는 “전영우 이사장이 그동안 쓴 랜디스에 대한 글을 모아 출판기념회도 열고 기념사업회가 본격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고 있다”면서 “의료인들이 랜디스 정신을 이어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기념사업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추모기도회에서 장기용 신부. <인천내동교회 제공>

 

■ ’로제타 홀‘ 기념관, 외국인진료소 운영

’로제타 홀‘이 세운 인천부인병원은 1952년 인천기독병원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로제타 홀‘을 기리기 위한 움직임이 한국감리교를 중심으로 활발히 전개됐다.

인천기독병원 강경신 목사는 2019년 7월 병원 서관 7층에 의료선교 사진전시관을 개관했다. 로제타 홀 일가의 선교활동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 시민들에게 선보였다. 이듬해 2020년 6월에는 인천기독병원 교회가 시작한 100년 사료집을 발간하고, 로제타 홀 내한 130주년 기념행사도 가졌다.

로제타 홀 가족의 헌신과 숭고한 한국 사랑을 체계적으로 보전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2021년 6월 ’로제타 홀 기념관‘을 열었다. 병원 인근 건물을 빌려 세운 기념관에는 로제타 홀과 남편 윌리엄 홀, 크리스마스 씰을 만드는 등 결핵 퇴치에 앞장선 아들 셔우드 홀 등의 자료를 모아 전시했다.

이어 2021년에는 로제타 홀 기념관을 사단법인으로 등록한 뒤 해외 의약품 보내기, 크리스마스 씰 발행 90주년 기념행사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깅경신 기념관장은 지난해 6월 ’로제타 홀 기념관‘의 새로운 변신을 시도했다. 인천기독병원 인근 중구 개항로 78로 기념관을 확장, 이전하면서 ’로제타 홀 외국인 무료진료소‘를 열었다.

사전 예약을 받아 일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운영한다. 주로 내과와 정형외과 진료에 의사와 간호사 등 7명의 의료진이 봉사에 나서고 있다. 서민들의 피고름을 짜면서 헌신한 로제타 홀 일가의 헌신을 이어가기 위해 ’코리안 드림‘을 안고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들의 상처를 보듬고 있다.

기념관은 올해 한국기독교 140주년을 맞아 ’로제타 홀 기념관‘ 앞에 조형물을 세워 시민들이 ’로제타 홀‘의 정신을 기억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강경신 관장은 “인천부인병원을 세운 로제타 홀의 헌신과 희생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숭고한 가치이자 인천이 보전하고 이어가야 할 자산”이라면서 “후원금으로 운영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강경신 로제타 홀 기념관장.

 

■ 소중한 자산인 의료선교, 인천이 품어야

의료선교사들은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서민들의 희망이었다.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했던 시절, 병원가기 더 어려웠던 여성을 위해 전문병원을 세우고 ’베이비 클리닉‘을 통해 국가 자산인 유아까지 챙겼던 것이 의료선교 정신이다.

하지만 지금 인천은 그들의 손을 놓고 있다. 많이 진 빚을 모른 채하고 있다. 갚을 능력이 있는데도 빚을 갚지 않는 것은 몰염치다. 민간이 나서 이들을 기억하고, 기록하고, 보전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인천은 인천항 1·8부두 재개발사업을 포함해 제물포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근대사의 중심인 제물포항을 미래 인천의 중심으로 다시 그리겠다는 전략이다.

’랜디스‘와 ’로제타 홀‘ 등 제물포항을 통해 입국한 많은 의료선교사를 기록하고 보전해야 할 ’의료선교박물관‘을 밑그림에 넣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로제타 홀기념관 강경신 관장은 “인천시민을 위해 헌신한 의료선교사를 기리기는 일에 인천시가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는 너무 많다”면서 “의료선교 역사는 인천이 간직해야 할 소중한 자산이어서 박물관 설립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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