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의 특별한 3월 - 금식과 음식,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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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의 특별한 3월 - 금식과 음식, 축제
  • 서승현
  • 승인 2025.03.12 0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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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시작하는 말레이시아 이야기]
(3) 이슬람 국가 말레이시아의 최대 명절, 라마단과 하리 라야
- 서승현 / 교사, 자유기고가
「인천에서 시작하는 말레이시아 이야기」를 이달부터 매월 연재합니다. 말레이시아 한국국제학교에서 4년간 교육부의 파견 근무를 한 서승현 교사가 집필합니다. 말레이시아에서의 현장 교육과 여행을 통해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말레이시아의 매력을 알리고, 세계로 나아가는 국제도시 인천과의 특별한 연관성을 찾아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말레샤 서쌤입니다. 어느덧 완연한 봄이 왔습니다. 북반구의 중위도에 위치한 우리 대한민국은 봄이지만, 지구 반대편인 호주나 뉴질랜드는 가을이 찾아왔을 겁니다.
그럼, 일년 내내 여름인 적도 한 가운데 위치한 말레이시아는 어떨까요?

 

 

말레이시아도 올해 3월은 특별한 날이 있습니다. 바로 라마단과 하리 라야입니다. 우연히 마트에서 대추야자를 보고 달력을 확인해보니 라마단(3월 2일)이 시작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두 기념일은 이슬람 종교의 가장 큰 행사이며, 대추야자는 라마단이라는 금식 기간 중 식사를 할 수 있는 밤에 주로 먹는 간식입니다. 이슬람 교인들이 많이 사는 인천에서 라마단 간식인 대추야자를 파는 것은 결코 우연은 아닐 겁니다. 그럼, 우리 이웃들의 종교 행사를 알아볼까요?

 

무슬림이 금식하는 기간, 라마단

라마단(Ramadan)은 무슬림들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절기 중 하나로, 아랍어로 '타는 듯한 더위와 건조함'을 뜻하는 '라미다(ramida)' 또는 '아라마드(arramad)'에서 유래되었습니다. 무슬림들이 살아가는 동안 지켜야 하는 5대 의무에는 신앙고백, 기도, 희사, 금식, 성지순례가 있는데, 라마단 기간은 그 중 금식이 포함되는 만큼 라마단은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지는 절기입니다.

라마단은 이슬람 달력으로 9월(2025년은 3월 2일 ~ 3월 30일)에 지켜지는데, 해마다 라마단은 이슬람 율법학자들이 이슬람력으로 9월의 새로운 달의 시작을 알리는 초승달을 관측하고 이를 발표함으로써 시작됩니다.

이 기간 동안 해가 떠 있는 시간에는 전 세계에 고통받는 사람을 생각하고 자신의 믿음을 신에게 나타내기 위해 음식과 물을 먹지 않는 금식을 합니다. 적도에 위치한 무슬림 국가에서 낮에 물을 안 마시는 것이 상당히 힘듭니다. 서 있기만 해도 땀이 흐르는 골프장에서 동반한 캐디가 무슬림이었는데 물도 안 마시고 일을 하는 모습을 보며 신앙심이 대단하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높은 산인 키나발루산(4,095m)에 등산을 했을 때도 무슬림 등산객들이 있어서 놀라웠습니다. 그래서 말레이시아에서 보통 라마단 기간에는 외부활동을 자제하고 일부 회사에서는 무슬림 근로자의 휴식 시간을 보장합니다.

골프를 사랑하는 말레이시아 인들도 이 시기에는 골프를 치지 않습니다. 같이 근무했던 무슬림 동료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유희를 즐기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저한테 골프는 노동이었는데 말이죠. 어떤 이유든 라마단 기간에 무슬림들은 골프를 치지 않습니다.

그래서 동네마다 골프장이 있는 말레이시아에서 골프장 영업이 잘 안되어 비무슬림 손님들을 위해 라마단 프로모션 특별 할인을 진행합니다. 이때 저의 경우도 평소보다 비싼 골프장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골프를 치기도 했었습니다. 골프를 사랑하시는 독자라면 무슬림 달력을 구글 캘린더에 저장하시고 라마단 기간에 말레이시아로 골프여행을 계획해보시기 바랍니다. 한국의 당구, 볼링 이용 가격으로 텅텅 빈 골프장에서 여유롭게 골프를 즐길 수 있습니다.

 

라마단 기간 골프장 할인행사

 

무슬림들은 매일 보통 새벽 기도를 마친 시간부터 해가 지는 오후 7시경까지 단식을 합니다. 단, 어린이와 노약자, 임산부 등은 금식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같이 근무했던 무슬림 교사에게 들은 바로는 당뇨병이 있는 자신의 아버지는 병으로 인해 금식을 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더불어 낮에 금식을 해야 하므로 해가 진 저녁때 고열량 식사를 많이 합니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말레이시아에서는 다양한 초콜릿 제품과 음료가 많습니다. 저희 딸이 좋아했던 Beryl's(버릴스) 초콜릿 티라미슈 맛은 한국인들에게 인기있는 말레이시아 기념품입니다. 가장 저렴하게 구입하는 방법은 후속편 기사에 기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초콜릿 음료 중에서 말레이시아인들이 사랑하는 Milo(Nestle사의 마일로 동남아에 인기있는 음료이며, 밀로라고도 부름)는 어린이들 간식, 산후조리나 마라톤 전,중,후 등 고열량 섭취를 위해 먹는 국민음료 같은 존재입니다. 같은 이유로 마트에서 간식용, 선물용으로 대추야자, 견과류도 판매를 합니다.

말레이시아에서 라마단 기간에 항상 대추야자를 사먹었습니다. 대추야자 중 가장 큰 Medjool종은 강렬하게 달고 인상깊은 식감이었습니다. 제 아카이브 기록상 2020년도 기준, 227g에 19.9링깃으로 환율을 300원으로 계산했을 때 6,000원 정도입니다. 한국 대추의 4~5배 크기의 진한 갈색이고 곶감, 캐러멜 식감에 매우 달아 홍차나 아메리카노와 함께 먹으면 좋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 무슬림이 운영하는 음식점들은 라마단 동안 낮에 영업을 하지 않는 곳도 있습니다. 그러나 단식이 끝나는 오후 7시가 지나면, 라마단 동안 열리는 야시장에서 저녁 식사하거나 포장해 갑니다. 또한 호텔을 비롯한 몰, 식당에서도 특별 저녁 식사 메뉴를 판매하기도 합니다. 

 

라마단 기간 식당 특별 메뉴

 

라마단이 끝난 뒤 축제, 하리 라야 아이딜피트리

하리 라야 아이딜피트리(Hari Raya Aidilfitri) 혹은 줄여서 하리 라야는 라마단이 끝난 다음 날부터 시작하는데, 이슬람 국가들마다 라마단이 끝난 날을 부르는 명칭은 Eid al-Fitr(이드 알피트르) 등 다릅니다.

하리 라야는 라마단 동안 금식 계명을 지킨 것을 축하하는 무슬림의 가장 큰 명절이자 축제입니다. 이 축제는 이슬람교를 믿지 않는 모든 말레이시아인과 외국인까지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로, 축제에 초대받으면 장미꽃을 선물로 준비한다고 합니다. 

이 기간에는 보통 '슬라맛 하리라야(Selamat Hari Raya-즐거운 하리라야)'라고 인사하며, 대나무 안에 찹쌀을 채워 넣고 굽는 르망(Lemang), 코코넛 즙을 넣은 찹쌀을 연한 코코넛 잎에 싸서 찐 크투팟(Ketupat), 코코넛우유, 향신료 등으로 요리한 소고기인 비프 른당(Rendang), 소고기나 양고기 꼬치구이인 사테(Sate) 등을 이웃과 함께 나눕니다.

 

동네 입구 하리 라야 축하 문구
대나무에 찌는 찹쌀밥, 르망
고기요리 른당
꼬치 요리, 사테

 

우리의 설날 설빔과 비슷한 하리 라야 풍습

설날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과 친척들을 만나는 것처럼, 이 명절 연휴에는 보통 말레이 남자들은 바주 믈라유(Baju Melayu), 여자들은 바주 꾸룽(Baju Kurung)으로 불리는 전통의상을 입고 고향을 찾고 집집마다 전등으로 장식을 합니다. 하리 라야에는 가족과 함께 친척을 방문하는데 가족 구성원들이 모두 같은 색깔의 옷을 맞춰 입습니다.

하리 라야에는 자신의 집에 초대하는 오픈하우스(open house) 행사도 있습니다. 저도 하리 라야 오픈 하우스에 초대를 받아 간 적이 있는데 우리네 마을 축제처럼 일가 친척들이 모여 출장 케이터링 서비스를 이용해 친척, 이웃, 친구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우리로 치면 설날 노래와 같은 하리 라야 축하 노래를 아이들이 신나게 부르는 풍경이었습니다.

사진을 찾지 못해 여기에는 담지 못하지만 정겹고 아름다운 풍경이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초대 받으면 꽃을 사간다고 하는데 당시에는 풍습을 몰라서 초대해주신 분께 다음에 밥을 사겠다고 약속했는데 아직도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이 기사를 읽으신 독자분들은 꽃 한송이 사서 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어릴 적 학교나 언론에서는 한민족을 강조해왔습니다. 말레이시아에 4년 살아보니 다문화, 다민족에 대한 이해와 공존을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어느덧 인천에도 다양한 피부색과 종교를 가진 이웃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는 우리보다 경제발전이 늦다는 이유로 문화적으로도 뒤쳐져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 많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문화적 관점에서 보면 오래 전 부터 다양한 문화가 공존해왔던 말레이시아와 같은 나라의 문화현상을 우리가 배울 때라고 생각합니다. 인천in에서 제 글을 통해 여러분들에게 낯선 문화에 대해 호기심과 관심을 갖고 다가갈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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