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 속에 부는 변화의 바람, 학익법조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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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 속에 부는 변화의 바람, 학익법조타운
  • 유광식
  • 승인 2025.03.10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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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유람일기]
(147) 미추홀구 학익동 일대 - 유광식/ 시각예술 독립작가

 

인천지방법원, 2025ⓒ유광식
인천지방법원, 2025ⓒ유광식

 

한 계절씩 돌아오는 선물 같은 시간, 3월이다. 세찬 바람에 머리카락 뒤엉키던 겨울이 어느새 물러나고, 곧 있을 개구리 합창이 기대된다. 이 와중에도 누군가는 사기 영역으로의 진출을 은밀히 모색 중이다. 내 주변에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및 스미싱(문자결제사기) 사건 피해자가 많아졌음이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생활 깊숙이 파고든 비윤리적 이득 사건이 사회의 안전을 해치고 있어 속이 상한다. 이처럼 어떤 기본의 것들이 무너질 적에 건축왕(전세사기)이 활개를 치는 건 아닌가 한다. 사회가 어수선하고 불안하지만, 또한 서로 믿고 지낼 수밖에 없음에 겨울의 여운을 길게 느끼게 된다. 학익동으로 훨훨 달려가 보았다. 

 

법원 정문, 2025ⓒ유광식
법원 정문, 2025ⓒ유광식
법조타운 골목(숙취보다 무서운 녹취?), 2025ⓒ유광식
법조타운 골목(숙취보다 무서운 녹취?), 2025ⓒ유광식

 

미추홀구 학익동에는 인천지방법원과 검찰청이 있다. 이 일대가 법조타운이다. 요새 자주 거론되는 단골 키워드가 법원 아니면 검찰이다. 인천에서 가정법원은 주안동에 지방법원은 학익동에 있다. 또한 인천고등법원(2028.3.1)과 북부지원‧지청(검단)이 새 터전을 준비 중이다. 미추홀공원에서부터 법원을 중심으로 한 바퀴 돌아보았다. 미추홀공원은 인근 재개발 사업 후 아파트가 완공되면서 이용객이 많아진 것 같다. 새 학기를 앞두고 뛰노는 아이들, 문짝 하나로 공원을 놀이터로 이용하는 유치원이 찰싹 붙어 있다. 노인복지관도 위치하고 어디선가 떨어진 건 아닌지 모를 향토문화유산-고인돌도 있다. 안내가 없다면 평상 같은 널찍한 돌로 인지할 수도 있는데, 게이트볼장 한쪽에 있다. 문학동‧주안동 고인돌 2기라는데 이곳저곳 전전하다 정착했다고 한다. 소송으로도 풀지 못할 억울함이 없지 않겠다. 

 

미추홀공원, 2025ⓒ김주혜
미추홀공원, 2025ⓒ김주혜
공원 안에 있는 고인돌, 2025ⓒ유광식
공원 안에 있는 고인돌, 2025ⓒ유광식

 

구치소 앞 건너편에는 외벽에 이름이 적히지 않은 아파트 몇 동이 있다. 돌아다니는 분도 없고 말끔한 가운데 까치만 들락날락한다. 출입구에만 작게 쓰여(교정아파트) 있다. 창이 작은 구치소는 큰 건물이다. 인근에 먹거리촌도 형성되어 있다. 법원 앞 간판에는 대체로 나와 가까이하기엔 아찔한 행정 단어들이 많다. 한편, 어느 주택의 이름이 ‘승리주택’이다. 어느 빌딩명은 ‘선정’, ‘대승’, 어느 사무소명은 ‘마음다해’였는데 법의 프로세스가 깊게 박힌 이름을 만날 수가 있었다. 

 

교정아파트(좌)와 구치소(중앙), 2025ⓒ유광식
교정아파트(좌)와 구치소(중앙), 2025ⓒ유광식
먹거리촌 입구(지금은 밥 먹을 시간), 2025ⓒ유광식
먹거리촌 입구(지금은 밥 먹을 시간), 2025ⓒ유광식

 

조금 속이 막힐 공간을 지나 내려오니 사람이 많다. 학익시장이다. 예전 같지는 않은 모양새로, 안쪽 말고 외곽으로만 영업이 활발하다. 유난히 볕이 잘 들었는데 학익사거리 건널목에서 신호대기 중에 어르신을 위한 벤치에 잠시 앉아 보았다. 짧았지만 따스함이 안겼다. 건너편 마을은 개발 중으로 펜스가 쳐져 있었다. 오래전 이곳 산책에 나섰던 시간이 스치듯 지나간다. 법원 주변에 이제는 높은 아파트 장벽이 많아지면서 나쁜 사람은 절대 도망가지 못할 분위기, 법망처럼 읽히기도 한다.

 

학익시장 앞, 2025ⓒ유광식
학익시장 앞, 2025ⓒ유광식
학익시장 앞, 2025ⓒ유광식
학익시장 앞, 2025ⓒ유광식

 

북쪽으로 올라 학익2동 행정복지센터가 있는 건물로 들어섰다. 1층이 행정복지센터이고 건물 상층에는 학나래도서관이 있다. 때마침 주민 행사도 있고 교육도 있어 이곳저곳 문 닫기는 필수.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온기가 뜨거웠다. 도서관이 있는 건물 자체가 작다는 느낌이었고 열람실은 밀집도가 높아서인지 패딩을 입은 몸이 급히 더워지기 시작했다. 순간 바깥바람이 세상 시원한 에어컨디셔너였다. 건너편에 보이는 방앗간 같은 분식집, 어묵의 향기를 이겨내며 발길을 옮겼다. 

 

학익동 골목(좌측 인하대역푸르지오에듀포레아파트 건설 중-퀴즈 같은 이름), 2025ⓒ유광식
학익동 골목(좌측 인하대역푸르지오에듀포레아파트 건설 중-퀴즈 같은 이름), 2025ⓒ유광식

 

법조타운은 마치 개미굴처럼 안에서는 빠르고 복잡한 일들이 처리되고 있을 것이다. 겉으로는 긴장된 기운이 거리를 꽉 쥐고 있다. 어느 한 분은 검찰청 건물을 향해 알 수 없는 소리를 연신 내지르고 계셨다. 예전에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구치소에 한 번 들어간(2007) 경험이 있다. 혹자는 검사 만나러 간 적이 있다고 하고, 인근 사무소에 상담차 들른 이야기도 적잖이 들려온다. 나와는 별개의 장소라 여기면 여길수록 타인을 통해서라도 가까이 다가오는 장소인 것 같다. 현재 우리 사회 통째로 법의 심판대에 올라서 있다. 이른 시일 안에 정국 말고 봄철을 재잘재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까치에게 귓속말하고 뒤돌아섰다. 봄날이 머지않았다.   

 

미추홀공원 서측 입구, 2025ⓒ유광식
미추홀공원 서측 입구, 2025ⓒ유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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