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80대 자산가 통장에서 사라진 56억원의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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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80대 자산가 통장에서 사라진 56억원의 진실은?
  • 김규원 기자
  • 승인 2024.10.14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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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60대와 결혼 2개월 만에 숨진 치매 노인 현금 56억 사라져
부동산 컨설팅, 매매 등으로 재산 축적... 부동산 100억원대 추정
아들 “인지능력 떨어진 아버지 현혹”... 부인 측 “많은 반박 증거”

 

 

치매에 걸린 80대 자산가와 결혼한 중국인 조선족 60대 여성이 50여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경찰의 수사망에 오르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자산가의 친권자인 아들 A씨가 중국인 이모씨(67)가 위암과 치매로 정신적으로 정상적이지 않은 아버지 권모(89)를 현혹해 현금을 인출해 가로챘다며 경찰에 고소하면서 사건이 드러났다.

권씨는 교사인 부인과 결혼해 아들 A씨를 낳고 30년 전에 이혼한 뒤 두 차례 더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면서 중국인 이씨와 지난 4월 결혼했다. 이씨가 네 번째 부인인 셈이다. 여러 차례 결혼했지만 혈육은 A씨가 유일하다.

A씨에 따르면 부동산 컨설팅과 매매 등으로 서울, 경기지역에서 돈을 번 권씨는 서울 화곡동 자신의 건물 식당에서 일하던 이씨와 지난해 3월부터 알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사위인 B씨도 빌딩 유지보수를 맡으면서 권씨와 신뢰 관계를 쌓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아버지 권씨는 가정폭력이 심해 A씨의 어머니와 헤어졌다. A씨도 군에서 제대 후 독립해서 별도로 지내왔다. 권씨는 돈에 대해서는 워낙 지독해 가족들과 제대로 된 식사 한번 하지 않은 자린고비였다. 병원에 입원하기 전 정신이 온전한 상태에서 한 달 지출 내역을 보면 10민~20만원을 쓸 정도였다.

권씨의 건강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병원에 입원한 것은 작년 12월 15일. 연락을 끊고 살던 아들이 모르는 상태에서 이씨와 사위 B씨가 입원 절차를 주도하면서 관계가 깊어졌다.

병원비 이외에는 별로 돈이 필요하지 않았던 권씨의 통장에서 이때부터 돈이 인출되기 시작했다. 1일 인출 한도액 600만원인 체크카드를 통해 올해 4월 권씨와 이씨의 혼인신고 전에 3억5,000만원이 빠져 나갔다. 만기된 통장에서 10억원이 이체될 때는 권씨가 휠체어로 은행을 직접 찾기도 했다.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고령의 예금주가 현금을 인출하자 수상히 여긴 은행에서 친권자인 A씨에게 연락하면서 아버지의 상황을 알게 됐다.

A씨는 지난 6월 10일까지 아버지 권씨 통장에서 이씨에게 넘어간 현금은 모두 58억원 정도라고 밝혔다. 서울 화곡동 빌딩을 포함해 부동산은 100억원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아버지와의 만남 방해, 결혼의 부당함 등의 내용으로 A씨는 6월 25일 인천서부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인천서부경찰서

 

경찰은 26일에 담당 수사관을 배정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담당자를 다음 날 교체하고, 28일 전격적으로 참고인인 권씨를 불러 조사를 마쳤다. 고소인 조사도 생략한 채 건강 악화로 인지능력이 제대로 없는 참고인을 부른 것도 이례적이다.

조사에서 권씨는 “의사소통이나 표현에 어려움이 있나”라는 질문에 "아니오“, ”혼인신고는 내 의사에 따라 했다“ 등 결혼이 강요에 의한 게 아니라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90에 가까운 치매 노인이 표현할 수 있는 답변이 아니라고 판단한 A씨는 국가수사본부와 국가인권위원회 등 여러 국가기관에 진정을 냈다.

경찰 내부에서는 수사 과정을 감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권씨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을 밝혀낼 조사 현장이나 출석 과정이 담긴 영상 등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7월 1일 권씨가 숨을 거두면서 진실의 공방에 대해 명확하게 말해 줄 당사자는 사라졌다.

이에 대해 이씨 측은 ”A씨의 일방적인 주장일뿐 많은 반박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다“고 밝히고 있다.

A씨는 더 이상 인천서부경찰서를 믿을 수 없다며 인천경찰청에 사기혐의로 이씨를 고소했다.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이씨에 대해 수사를 본격화하면 진실이 어떻게 드러날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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