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거진 숲 나뭇잎 사이로, 바닥에 닿은 햇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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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거진 숲 나뭇잎 사이로, 바닥에 닿은 햇빛
  • 고진현
  • 승인 2024.10.23 0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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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따라 음악따라]
(19) 강화의 볕뉘 - BGM '제비꽃'(장필순)

 

볕뉘

 

이름은 알 수 없지만 깊은 인상을 주는 아름다운 자연현상이 있다. 이전에는 국화저수지에 비치는 윤슬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이번에는 또 다른 아름다운 순우리말을 소개하려 한다. 선선해진 가을바람을 따라 걷다보면 얼굴 위로 햇살 한줄기가 비치는 순간이 있다. 눈을 살짝 찌푸려 고개를 들면 엉성해지려 하는 나뭇잎 사이 사이로 볕이 들어온다. 고개를 떨궈 발을 내려다보면 가지각색의 모양으로 그림자가 일렁인다. 이 빛의 이름은 ‘볕뉘’이다. 작은 틈을 통해 비치는 햇빛이라는 뜻이다. 대표적으로 나무가 우거진 숲에서 나뭇잎 사이로 비쳐들어와 숲의 바닥에 닿는 빛이 볕뉘다.

 

가을 볕뉘

 

강화에 살면 자연과 자주 맞닿아 있다. 최근에는 뒷산에 올라 떨어진 밤을 한 봉지 주웠다. 밤송이 가시를 피해 두 발을 굴려 살살 껍질을 벗겨내면 동그랗고 먹음직스러운 밤이 미끄러져 나온다. 허리를 숙여 손끝으로 밤을 줍는다. 약간의 촉촉함과 싱싱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속이 빈 껍데기도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다. 이미 한무리가 밤을 주워간 흔적이다. 필자는 조금 구석에서 기웃거린다. 밤을 줍느라 바빠 사진을 찍지 못해 아쉽다.

 

볕뉘

 

이번 칼럼에 소개된 사진은 올해 5월경에 남산 산책을 하며 찍어 놓은 사진이다. 유난히 색이 선명하고 빛이 따스했던 날이었다. 이 당시에는 볕뉘라는 단어를 몰랐다. 그저 바닥에 닿은 햇빛이 너무 아름다워 무작정 셔터를 눌렀다. 이제서야 내가 본 것이 ‘볕뉘’ 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름이 생기니 왠지 더 자주 보이는 것 같다.

 

볕뉘

 

이번 칼럼에서는 장필순이 부른 조동진의 원곡 ‘제비꽃’을 추천하려 한다. 그동안 어렴풋이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했다. 왠지 쓸쓸하고 서늘한 가을날, 볕뉘 위를 걸으며 다시 듣게 되었다. 순간 설명하기 어려운 슬픔 같은 게 올라왔다.

 

‘ 내가 다시 너를 만났을때

너는 많이 야위었고

이마엔 땀방울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작은 일에도 눈물이 나와

음 음 음 음 음 음 음...’

- 제비꽃 가사 중 -

 

 

강화에서 보내는 삶은 특별하지 않다.

아침에 새소리를 듣는 일, 해 질 녘 옥상에 올라 하늘을 보는 일, 뒷산에 올라 숲길을 걷는일, 이런 아주 작은 일들이 별 탈 없이 오래 지속되기를 바랄 뿐이다.

음 음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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