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분야 사회적기업의 갈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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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분야 사회적기업의 갈 길
  • 어깨나눔
  • 승인 2016.10.31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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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보댄스컴퍼니 대표 장구보
    사회적기업 구보댄스컴퍼니 대표 장구보

어느 날엔가 특강 요청을 받고 강의를 했던 때의 일이다. 구보댄스컴퍼니의 운영 사례 발표를 마치자 청중가운데 한 분이 질문을 했다. 왜 그렇게 문화예술분야 사회적기업은 매출 올리는 것에 대해(사회적기업은 경제적 이윤창출과 동시에 사회적 공헌 활동을 병행해야 했기에) 고민을 할 필요가 있느냐. 매출을 올릴 수 있는 학원같은 업종을 차려서 매출은 거기서 올리고 명분상 사회 공헌을 해야 하는 활동은 별도로 운영을 하면 되지 않겠냐.
자기는 그렇게 하고 있다면서 자랑스럽게 나의 오래된 고민을 마치 뿌듯하게 해결해 주는 듯 문화예술분야 사회적기업이 공연 활동을 하면서 매출과 이어지지 못해 늘 숙제이고 현재까지 고민하고 있다는 나의 말끝에 던져진 그 분의 답이었다.
그 당시 나는 소위 말해서 잘 나가던 학원을 정리하고 막 지역의 예술단체로 성장해 나아가고 있었고 힘들지만 정부의 지원금 일부와 지역 내의 일자리창출로 단원들을 힘겹게 유지하면서 척박한 지역의 공연계에 맥을 이어가고 있던 시기였다.
 
구성원들의 안정된 일자리를 위해 시작한 사회적기업


이 얘기를 꺼내는 것은 이유가 있다. 나 역시도 그 시작의 오류에 포함되어 있었고, 아직도 많은 문화예술기업들의 오류이기도 하다. 내가 사회적기업 구보댄스컴퍼니가 되고자 했던 이유는 바로 단원들의 안정된 일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한 거였다.
즉, 단원들에게 고정적인 급여를 주면서 국공립예술단체처럼 조직을 갖출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서 지원을 한 거였고, 사실상 그렇게만 된다면 창작활동을 하는 젊은 인재들이 더 이상 서울로 유출되거나 자기 고장인 지역을 등한시 하지 않고 함께 지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 것이다.
(아직까지 지역은 지역 내에서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어 있지 못하고 생산자인 문화예술분야 사회적기업의 입장도 별반 다르지 못하다. 예술경영지원센터 자료에 따르면 공연예술단체 지역분포도의 경우 서울이 1천538개로 전국대비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고, 공연장 분포도의 경우 서울은 타 지역에 비해 크게는 10배 이상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아직까지 지역의 문화예술 불균형 속에서 나름의 고정적인 예술인들을 고용하고 정착시킬 수 있다면 충분히 훌륭한 제도라고 생각하고 사회적기업 지원제도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막상 지원제도를 어렵게 받게 되어서야 현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자면 단원 중 50% 해당하는 인력은 저소득자, 장애인, 고령자, 북한이탈주민 등의 취약계층으로 구성해야 했던 것이다. 과연 그들을 직접적으로 고용해서 어떤 사회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제도 속에서 다양성을 찾아야 하는 숙제

어느덧 시간이 흘러 사회적기업 구보댄스컴퍼니로 활동하게 된 것도 7년 차다. 그 안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동시에 지역사회에서 사회적기업 구보댄스컴퍼니로의 역할을 조금이나마 고민하고 찾을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하다.
그 중에 가장 큰 고민은 ‘춤’, ‘무용’, ‘댄스’라는 도구 혹은 매개로 지역사회의 어떤 문제해결을 할 수 있을까하는 거였다. 그런 가운데 나름의 수고로움의 발굴은 다양한 계층을 위한 예술교육 프로그램이었다. 앞선 청중의 질문에 대한 내 나름의 답 일수도 있겠다.
나는 그 분께 그렇다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학원을 운영하시면 되지 왜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꼭 받으시려고 하십니까. 내 생각에 그 분은 아마 처음의 나처럼 사회적기업이 지역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모습으로 비춰져야 하는 지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것이리라. 그리고 얼추 그렇게 모양을 낸다면 사회적기업의 제도를 이용하여 지원을 받으면서 나름의 생색을 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 듯하다.
물론 예술분야 단체들은 지원금의 보조를 받지 않는다면 상당수가 창작활동을 할 수 없거나 다른 직업으로 생계를 연명해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이제는 성숙한 시야각이 필요한 시기이다.
문화예술분야 사회적기업이 2009년도 고용노동부와 문화관광부가 MOU를 체결하고 인위적으로 양성하듯 지정과 인증 단체들이 쭉쭉 늘어나는 추세였다가 다시 주춤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2009년 6월 고용노동부는 문화예술분야의 특수성을 고려해 문화예술·관광·운동 분야에 200개의 사회적기업 육성과 3천개의 사회적 일자리 창출이라는 내용을 골자로 문화체육관광부와 업무협약을 체결하였고, 9월에는 이에 대한 후속조치로 문화예술분야 전용 500개 사회적 일자리를 공모를 통해 지원하고, 공연예술단체 사회적 일자리 창출 지원 내용을 발표하였다. 고용노동부, 2009)
그 가운데에는 그럴듯한 모습으로 사회적기업을 표방하는 단체도 있을 것이고, 또 고민하다가 포기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을 것이다. 7년 동안 걸어온 문화예술분야 사회적기업도 이제는 탄력적인 제도와 함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컨설팅과 직간접적인 지원들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분야별 특성을 살릴 수 있는사회적기업으로 육성위한 탄력적 제도 필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 따르면 전국의 사회적기업으로 인증 받은 곳은 1천606개이며 인천지역 사회적기업은 현재 90개, 그 중에 문화·예술·관광·운동분야는 20개 단체가 활동을 하고 있다.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주장했던 것은 바로 분야별 특성을 살릴 수 있는 문화예술분야 사회적기업이 될 수 있도록 탄력적 조정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대다수의 기업들이 아직도 이런 어려움들을 토로하는 것으로 보아서는 별다른 진전이 없어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제도를 위한 제도 속에서 얼마나 문화예술분야 사회적기업이 그 경제적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잘 발현해 나아갈 수 있을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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