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마 톤즈', 그리고 기후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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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마 톤즈', 그리고 기후변화
  • 박흥열
  • 승인 2011.02.1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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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빨리 탄소감축목표 정하라"


최근 '울지마 톤즈'라는 영화가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인천 주안에서도 상영되었고, 영화를 보급하는 한 수도회에서는 미처 CD를 굽지 못해 예약주문을 받기도 했다. 급기야 설날 쉬는 날에는 지상파 방송으로 상영되기도 했다. 그걸 보면서 한 사람이 바친 온전한 삶의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감동적이어서 옆사람 몰래 슬며시 눈가를 훔쳤다.

고(故) 이태석 신부가 삶을 바친 수단이란 나라는 내전으로 사람들을 죽이고 죽이는 일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땅이다. 애꿎은 사람들이 총에 맞아 죽고, 굶어 죽거나, 정처 없이 떠돌거나, 난민촌에서 삶을 근근이 이어간다. 또 어린 아이들이 총을 들고 싸우는 곳이다.
 
유엔은 평화유지군을 파견해 질서를 잡겠다고 말하지만 평화유지군이 파견되어 질서가 잡히고, 평화가 이루어진 곳이 있는지 듣지 못했다. 평화유지군이란 좋은 말에도 그들을 파견하는 나라는 무기를 생산해 팔아먹고, 병사들을 파견할 여력이 있는 선진국이 아니던가.

그러나 수단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오염된 물에서 수영을 즐기던 아이들은 전염병, 피부병, 각종 질환에 시달린다. 먹을거리와 물을 구하자면 수십리를 걸어가야 한다. 대충 얽어놓은 지붕 아래 몸을 가릴 변변한 옷 하나 얻기 쉽지 않은 곳에서 살아간다. 그와 같은 혹독한 삶의 조건이기에, 전쟁이란 살기 위한 몸부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처럼 수단 사람들이 총을 들고 싸우면서 불안한 삶을 영위해야 하는 까닭은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위기이다.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은 1960년대부터 급격히 넓어진다. 100Km 이상 넓어지고, 그 속도는 걷잡을 수 없이 빨라졌다. 사막화  현상으로 혹독한 가뭄이 일상화한다. 유목과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던 소말리아, 수단, 브룬디, 이디오피아에서 수십만명이 굶어죽는 일이 다반사다.
 
이와 같은 사막화는 인도양의 기후가 바뀌어 사하라 남쪽 열대몬순을 사라지게 했기 때문이다. 열대 몬순이 있을 때는 비가 정상적으로 내리고, 유목할 초지가 있던 과거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그래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떠도는 수단의 참상에 대해 "생태적 위기에서 시작되었고, 그것은 부분적으로 기후변화가 원인"이라고 하였다. 우리가 풍요롭고 편리한 생활을 누리는 대가인 기후변화가 그들은 자기네 잘못이 아닌데도 척박한 삶을 떠안은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수단 상황에 대해 기후변화의 책임이 있는 선진국들은 얼마나 성찰하고 책임 있게 행동하는가. 답은 아니다. 또 급격한 산업화로 부를 축적한 우리나라는 과연 성실하게 응답하고 있는가.

이명박 대통령은 2009년 코펜하겐에서 호기롭게 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를 줄이겠다고 했다. 인천을 비롯한 각 지자체는 이에 발맞춰 기후변화대응 종합계획을 수립하였지만, 제대로 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도와 같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다양한 정책적 수단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국제사회의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인천시는 정부의 입장 정리를 기다릴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빨리 탄소감축목표를 정하고, 다양하고 실질적인 감축프로그램을 시행해야 한다. 덧붙여 수단처럼 사막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3세계에 대해서도 애정어린 관심을 보여야 한다. '울지마 톤즈'를 보며 흘린 눈물이 '악어의 눈물'이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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