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 용종동 오조산공원 일대 - 유광식/ 시각예술 작가
목련과 벚꽃의 등장과 함께 기온이 한껏 올라갔다. 선거 여파로 2024년 봄날은 좀 더 데워질 전망이다. 후보들은 세상 만물이 돋아나듯 자신들이 최적의 생물임을 홍보하고 있다. 과연 4월의 봄은 어떻게 색칠이 될지 궁금하기에 그지없다. 대만 강진 소식과 서구 석남동 공장의 큰불 소식은 되레 더 안타깝다.
지난주에는 첫째 반려묘가 미래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행복했던 만큼 지난날이 뒤집어져 슬픔의 내를 이루던 시간이었다. 둘러보면 각자 어려운 시간을 두둑하게 지니고 가기에 삶이 좀 더 단단해지는 것일 게다. 유독 슬픔과 안전의 이유가 돌출하는 요즘이다. 소중한 한 표의 행위 또한 결과는 다를지언정 미래의 안전을 일구는 기회라 할 수 있다. 격전지 계양(을) 선거구 내 오조산에 올랐다.
용종동 오조산공원은 임학사거리 아래 계양구청 인근에 있는 근린공원이다. 지난 IMF 시기 즈음 계산지구 택지개발에 따라 조성되었다. 25년이 넘은 공원으로, 몇 년 전 리모델링 조성 공사를 통해 시민들의 안전한 휴식처로 탈바꿈하였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부채꼴 모양으로 모 제약회사의 제품이 생각나기도 한다. 혹은 WIFI 기호와 겹친다. 바로 옆 공영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공원과 인근을 빙 돌아본다. 한 노점에서 노란 잉어빵과 옥수수빵을 팔고 있었다. 특이하게 볼 건 아니지만 노란 프리지어 꽃을 양동이에 넣고 한단 4,000원에 판매 중이었다. 아주머니는 분명 노란 색채를 좋아하는 분이시구나! 넘겨짚어 보았다.
이 지역은 공원 주변으로 계양구청과 대형마트 두 곳, 병원 등이 있는 계양구의 핵심 구역이다. 계양구의 중심에 자리한 오조산공원은 시민들의 통행로이자 휴식처, 버스 회차지, 반려동물과 아이들의 산책 및 놀이터 등 각자가 아름다운 이유 하나씩 머리에 꽂고 즐기는 장소이다. 봄의 소식을 전하는 목련이 군데군데 피었고 개나리와 산수유도 힐끗 고개를 내미니 온갖 동식물들이 바삐 시즌을 보내는 철이다. 오조산은 다섯 개의 인공산을 의미한다고 한다. 과거 부평도호부관아의 좌우로 산세를 보다가 좌측이 미흡하다고 여겨 조산을 쌓았다고 하는데, 이제 한 곳에 이름만 남아 과거를 짐작할 따름이다.
공원에는 백목련, 자목련, 개나리, 감나무 등이 봄의 색칠을 하는 가운데,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어머니들과 독서하는 청년, 그네를 타는 아이, 파고라에서 휴식 중인 어르신, 자전거를 타는 학생, 산책 중인 반려견 등 움츠린 모양을 쫙 펴보는 일로 북적이고 있었다. 공원은 쇼핑단지와 베드타운 사이에 있다 보니 중간 통로 역할을 톡톡히 한다. 멀리 계양산 정상이 보이는 풍경도 한몫 한다. 14번(항동-오조산공원) 간선버스의 회차 지점이기도 하다. 오조산은 낮은 구릉의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곳으로 이 지역을 논할 시 반드시 거론될 것이다. 장소도 성장한다. 좀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2년 전 여름에 왔을 적에는 분수대에서 물놀이 하는 아이들의 즐거운 환호성이 가득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오조산공원을 아끼고 사랑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인근 일대를 한 바퀴 돌아본다. 계양구청 1층에는 작은 갤러리가 있다. 때마침 작품 중에 푸른 배경의 백목련을 그린 그림이 있어 반갑게 손짓했다. 계절을 찬미하는 일들은 우리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안전이라고 느낀다. 대형마트 한 곳에는 간혹 들르는 중고 서점이 있다. 가지런히 정돈된 책들을 뒤적이다 봄과 어울리는 그림책 두 권을 샀다. 시각을 환기하기 위해 간혹 그림책을 사서 읽고 방 이곳저곳에 배치해 장식한다.
눈에 뵈는 게 많은 계양산과는 달리 오조산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생활에 가장 가까이 있고 쉽게 오르는 산인 듯싶다. 인공산이었던 만큼 필요한 부분을 적극 조성하는 노력이야말로 미래 시간을 일구는 중요한 일이었을 것이다. 부디 시민들의 투표 행위가 민주주의로 쌓여 높아지는 오조산의 가치로 이야기되기를 바란다. 지나다 잠시 노점에서 떡볶이와 튀김을 맛보았다. 논란의 대파(투표소에 대파 소지 금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두 아주머니의 친절함이 음식에 배어 더욱 맛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도 이번 봄날이 맛나게 만들어지고 있는 징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