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교사의 충분 조건 - 섬마을 엄마가 감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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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교사의 충분 조건 - 섬마을 엄마가 감사를 전합니다
  • 문미정
  • 승인 2024.05.14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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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스승의 날에 - 그리운 삼목초등학교 장봉분교 선생님들께 올리는 감사편지
문미정 / 삼목초등학교 장봉분교 학부모

선생님 안녕하세요.

지인이 지유 엄마에요~

원하는 사립학교와 사교육을 맘껏 시키지 못할 것이라면, 차라리 대자연이 주는 가르침을 통해 자연과 사람을 생각할 줄 아는 멋진 어른으로 성장시키고 싶은 꿈을 갖고 이곳 장봉도에 온지 햇수로 7년째입니다. 다행히 그동안 참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 지금까지 아이들이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해맑은 장봉 아이들!
언제나 해맑은 장봉 아이들!

 

특별히 작년은 저와 저희 두 아이들, 장봉에 있는 모든 아이들과 부모들에게는 최고의 해였습니다. 아이들은 늘 선생님과 놀면서 배웠고 선생님들은 일부러 시간을 내어 아이들과 더 삶을 나누어 주시려고 애쓰셨습니다. 감사의 마음을 담아 스승의 날을 맞아 편지를 이렇게 올려봅니다.

 

하나하나 기억을 떠올려 봅니다.

수능 시험 장소 제공은 하지도 않으면서, 늘 쓸데없이 본교 일정에 맞추어 쉬어야 한다는 편견을 부수고, 학교 마당에서 하루 캠핑을 열어주신 것, 그날 비가 엄청 와서 어쩔 수 없이 교실 안에 텐트를 쳐야 했던 웃기고도 슬픈날이었지만 애들은 너무 즐거워 했지요그날이 아쉬워 저희는 올해 저희끼리 바닷가에 모여 하루 캠핑을 열기도 했답니다.

 

올해 우리끼리 만들어본 하루 캠핑
올해 우리끼리 만들어본 하루 캠핑

 

학교 마당에서 전학년에 나와 천체 관측한 날에도 날씨가 좋지 않아 천체 관측이 어려워지자 대체활동으로 빔프젝트로 천체 관련 자료를 본 일도 있었지요.

일식과 월식에 대한 정보 함께 나누며 서로 하이클래스 게시판에 별과 달을 찍어 올리며 온 마을 아이들이 각자의 집 마당에서 하늘을 보며 소통했던 여름밤도 기억합니다.

매주 마을 정화 활동으로 산을 타며 누가 제일 많이 줍기 시합했던 일, 그래서 아이들이 엄마 아빠보다 마을 길과 등산로를 더 잘 알고 있지요.

 

2023 장봉 키즈 밴드 공연 상황
2023 장봉 키즈 밴드 공연 상황

 

장애인 시설 장봉혜림원에 방문하여 크리스마스 밴드 공연을 열어준 일,

그 모든 과정을 아이들이 만들었고 아이들이 선정하게 해준 일,

아이들이 포스터, 순서지, 초대장, 시나리오까지 다 아이들이 직접 만들고 참여하고 수정하고 했었지요.

마인크레프트 대회에 나가게 해주기 위해 협회로부터 어렵게 아이디까지 받아내 주시어, 마을 아이 전체가 대회에 참여하게 해주셨었지요. 그 마인크레프트 대회를 위해 엄마들이 그냥 게임만 하는 게 아니라 공부하면서 하자고 제안하여 개항장 마을을 방문한다고 했을 때, 모든 아이들을 일찍 귀가시켜주신 것도 학교 선생님들의 배려였지요.

그리고 다녀온 후 그 모든 내용을 다시 학교 수업에서 다루어 주시고, 조계지(租界地)에 대한 이야기 개항에 대한 이야기, 최초의 서양식 호텔에 대한 이야기를 아이들 모두가 알게 된 일도 있었답니다.

 

1학년과 6학년이 함께 배우고 함께 놀았지요.
1학년과 6학년이 함께 배우고 함께 놀았지요.

 

교권에 대한 이야기를 아이들과 함께 나누며 서로를 존중해 주어야 함을 배웠고, 엄마들도 모두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들어야 한다고 입모아 이야기 했던 기억도 납니다. 교권을 당연히 더 강화해야 한다고 엄마들과 아이들이 한소리로 말 할 수 있게 해준 힘은 선생님들 스스로 만들어 주셨던 게 아닐까요?

조그만 섬마을 분교의 공교육을 완전히 신뢰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2학기 내내 아주 기초적인 학습만 하고 한 학기 내내 악기 연습만 했지만 한마디의 불만도 만들어지지 않았던 것은 교육보다 더 중요한 것들을 학교에서 보고 배웠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승부와 일등보다는 함께와 가치를 배웠습니다.
승부와 일등보다는 함께와 가치를 배웠습니다.

 

선생님들의 열정은 엄마들의 자발적인 움직임도 만들어냈습니다. 재능있는 엄마들이 자발적으로 시간을 내고 재능을 내어 태권도 수업이며 현장학습이며 간식 제공이며 엄마들이 다 알아서 했습니다. 저희 모두에겐 참으로 감동적인 한해였습니다.

사람도 편의시설도 없는 섬에 억지로 끌려왔다는 생각으로라면 도저히 할 수 없었던 많은 일들이 저희에게 많은 추억이 됩니다. 점수를 더 따기 위해 선택한 섬생활이었다면 삶을 나누고 보여주는 교육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어디서 또 이런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을까요?

감사의 마음도 제대로 전하지 못한 채 겨울방학이 되고 그렇게 섬을 떠나셨기에 이렇게 서면으로나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선생님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금은 어디에서 어떤 아이들을 만나 삶을 가르치고 계실까요?

올해 저희 아이들은 섬에 남아 한 살이라는 나이만큼 스스로의 힘을 더해 학교생활을 해내갑니다.

 

우리는 한팀!
우리는 한팀!

 

섬마을 엄마들을 입을 모아 하나같이 말합니다.

저희는 저희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끼고 사랑해주며 세상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키워주는 그런 인격과 인품을 가진 선생님이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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