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미정 / 삼목초등학교 장봉분교 학부모
선생님 안녕하세요.
지인이 지유 엄마에요~
원하는 사립학교와 사교육을 맘껏 시키지 못할 것이라면, 차라리 대자연이 주는 가르침을 통해 자연과 사람을 생각할 줄 아는 멋진 어른으로 성장시키고 싶은 꿈을 갖고 이곳 장봉도에 온지 햇수로 7년째입니다. 다행히 그동안 참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 지금까지 아이들이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해맑은 장봉 아이들!](/news/photo/202405/101435_149654_4848.jpg)
특별히 작년은 저와 저희 두 아이들, 장봉에 있는 모든 아이들과 부모들에게는 최고의 해였습니다. 아이들은 늘 선생님과 놀면서 배웠고 선생님들은 일부러 시간을 내어 아이들과 더 삶을 나누어 주시려고 애쓰셨습니다. 감사의 마음을 담아 스승의 날을 맞아 편지를 이렇게 올려봅니다.
하나하나 기억을 떠올려 봅니다.
수능 시험 장소 제공은 하지도 않으면서, 늘 쓸데없이 본교 일정에 맞추어 쉬어야 한다는 편견을 부수고, 학교 마당에서 하루 캠핑을 열어주신 것, 그날 비가 엄청 와서 어쩔 수 없이 교실 안에 텐트를 쳐야 했던 웃기고도 슬픈날이었지만 애들은 너무 즐거워 했지요. 그날이 아쉬워 저희는 올해 저희끼리 바닷가에 모여 하루 캠핑을 열기도 했답니다.
![올해 우리끼리 만들어본 하루 캠핑](/news/photo/202405/101435_149653_485.jpg)
학교 마당에서 전학년에 나와 천체 관측한 날에도 날씨가 좋지 않아 천체 관측이 어려워지자 대체활동으로 빔프젝트로 천체 관련 자료를 본 일도 있었지요.
일식과 월식에 대한 정보 함께 나누며 서로 하이클래스 게시판에 별과 달을 찍어 올리며 온 마을 아이들이 각자의 집 마당에서 하늘을 보며 소통했던 여름밤도 기억합니다.
매주 마을 정화 활동으로 산을 타며 누가 제일 많이 줍기 시합했던 일, 그래서 아이들이 엄마 아빠보다 마을 길과 등산로를 더 잘 알고 있지요.
![2023 장봉 키즈 밴드 공연 상황](/news/photo/202405/101435_149655_5113.jpg)
장애인 시설 장봉혜림원에 방문하여 크리스마스 밴드 공연을 열어준 일,
그 모든 과정을 아이들이 만들었고 아이들이 선정하게 해준 일,
아이들이 포스터, 순서지, 초대장, 시나리오까지 다 아이들이 직접 만들고 참여하고 수정하고 했었지요.
마인크레프트 대회에 나가게 해주기 위해 협회로부터 어렵게 아이디까지 받아내 주시어, 마을 아이 전체가 대회에 참여하게 해주셨었지요. 그 마인크레프트 대회를 위해 엄마들이 그냥 게임만 하는 게 아니라 공부하면서 하자고 제안하여 개항장 마을을 방문한다고 했을 때, 모든 아이들을 일찍 귀가시켜주신 것도 학교 선생님들의 배려였지요.
그리고 다녀온 후 그 모든 내용을 다시 학교 수업에서 다루어 주시고, 조계지(租界地)에 대한 이야기 개항에 대한 이야기, 최초의 서양식 호텔에 대한 이야기를 아이들 모두가 알게 된 일도 있었답니다.
![1학년과 6학년이 함께 배우고 함께 놀았지요.](/news/photo/202405/101435_149657_245.jpg)
교권에 대한 이야기를 아이들과 함께 나누며 서로를 존중해 주어야 함을 배웠고, 엄마들도 모두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들어야 한다고 입모아 이야기 했던 기억도 납니다. 교권을 당연히 더 강화해야 한다고 엄마들과 아이들이 한소리로 말 할 수 있게 해준 힘은 선생님들 스스로 만들어 주셨던 게 아닐까요?
조그만 섬마을 분교의 공교육을 완전히 신뢰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2학기 내내 아주 기초적인 학습만 하고 한 학기 내내 악기 연습만 했지만 한마디의 불만도 만들어지지 않았던 것은 교육보다 더 중요한 것들을 학교에서 보고 배웠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승부와 일등보다는 함께와 가치를 배웠습니다.](/news/photo/202405/101435_149658_46.jpg)
선생님들의 열정은 엄마들의 자발적인 움직임도 만들어냈습니다. 재능있는 엄마들이 자발적으로 시간을 내고 재능을 내어 태권도 수업이며 현장학습이며 간식 제공이며 엄마들이 다 알아서 했습니다. 저희 모두에겐 참으로 감동적인 한해였습니다.
사람도 편의시설도 없는 섬에 억지로 끌려왔다는 생각으로라면 도저히 할 수 없었던 많은 일들이 저희에게 많은 추억이 됩니다. 점수를 더 따기 위해 선택한 섬생활이었다면 삶을 나누고 보여주는 교육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어디서 또 이런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을까요?
감사의 마음도 제대로 전하지 못한 채 겨울방학이 되고 그렇게 섬을 떠나셨기에 이렇게 서면으로나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선생님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금은 어디에서 어떤 아이들을 만나 삶을 가르치고 계실까요?
올해 저희 아이들은 섬에 남아 한 살이라는 나이만큼 스스로의 힘을 더해 학교생활을 해내갑니다.
![우리는 한팀!](/news/photo/202405/101435_149656_5247.jpg)
섬마을 엄마들을 입을 모아 하나같이 말합니다.
“저희는 저희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끼고 사랑해주며 세상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키워주는 그런 인격과 인품을 가진 선생님이면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