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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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하나?
  • 유은하
  • 승인 2012.05.0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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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유은하 / 화도마리공부방


작년부터 공부방에 다니고 싶어하던 중학교 남학생이 있었다. 인천에서 강화도로 전학을 왔다. 할머니가 아파서 시골에서 요양을 해야 하는데, 혼자 계시면 외로우니 맏손주인 자신이 함께 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이는 자신의 얼굴에 "나 좀 놀던(?) 사람이야"라고 써 있었기에 전학 온 이유에 대해서는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우리 공부방에는 중학생이 너무 많았고 학교에서도 당장은 받지 말라고 하였다.

올해 들어 아이의 엄마로부터 간곡한 전화가 왔다. 아들이 정말 공부방에 다니고 싶어하니 받아달라는 것이다. 언젠가는 이 아이가 공부방에 다닐 것이라는 알고 있었기에 공부방의 규칙을 지켜달라는 당부와 함께 입소를 허락하였다.

아이는 다소 거칠어 보였지만 활달하고 유머스러우며 친구들과도 생각보다 원만하게 지내고 있었는데, 모든 행동이 과하다는 게 부담스러웠다. 한 달 후에 아이가 'ADHD 질환'을 갖고 있어서 약물치료 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과잉행동이 나타나게 된 이유를 알게 되었다.     

ADHD는 주의력결핍과 과잉행동, 공격적 행동 등 의미 있는 특성을 보이는 질환으로 학령기와 학령 전기 아동에게 매우 흔하게 나타난다. 이로 인해 정상적인 학교생활과 가정생활에 지장을 받는 질환이라고 한다.

ADHD 질환을 가진 아이가 공부방에 다니게 된 것은 처음이다. 아이는 자신에게 어려운 상황이 닥치면 불안해 하면서 도피하였고 항상 타인에게 의존하고 있었다.

졸업한 선배들에게 시달림을 받고 있었는데, 늘 내게 전화를 해서 해결해 달라고 통사정하곤 했다. 그러다가 아이가 학교에서 갑자기 쓰러지는 상황이 발생했고 2시간30분 동안 의식이 없었다고 한다. 진단결과 뇌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왔고 아이가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 것 같다고 하였다. 쓰러지기 하루 전날인 일요일에 아이는 내게 전화를 했고 도와달라고 하였었다. 나름대로 애를 썼는데, 그래도 아이는 매우 힘들었는지 다음날 쓰러지고 만 것이다. 나는 너무 놀라서 아이를 힘들게 한다는 선배들에게 내 나름 방식으로 압력을 가했고 나중에는 쓰러진 아이와 관련된 선 후배 모두를 공부방에 불러서 화해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다행히 아이들은 묵은 감정을 풀고 편안해 하였다.
 
문제는 이때부터 발생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쓰러지는 바람에 가족들이 혹시 약물부작용이 아닌가 하는 마음에 약물 치료를 중단한 것이다. 약을 복용하지 않으니 아이는 감정기복이 심했고 과잉행동은 전보다 두드러졌으며, 담임교사와 마찰이 최악으로 치솟더니 급기야는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뛰쳐나오고 말았다.

많은 어른들이 매우 힘들었다. 학교에서는 담임교사, 학생부장, 지킴이교사가 아이와 씨름을 하고 달래기도 하며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다. 부모는 절망스러운 감정으로 인천에서 강화도를 오고 갔으며, 나는 나대로 아이와 상담하고 아이 학교를 들락거렸고 아이 엄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현재 아이는 약물치료도 다시 시작하기로 했고 학교생활도 열심히 해 보겠다고 다짐한 상태이다. 그러나 이 아이가 어떻게 할지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ADHD에 대해서는 아직 전문가들도 그 원인을 모른다고 하니, 나도 아이가 왜 이러는지 당연히 원인을 모른다. 현재 나와 있는 치료방법이 효과를 보인다고 하니, 아이와 가족은 그것을 잘 따르면 될 것이라 생각할 따름이다.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아이의 내면에 상처가 많이 있어 보인다는 점이다. 아이는 자신이 이미 '찍혀' 있기에 늘 억울한 일만 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학교에서 다른 아이들과 달리 이 아이에게 집중할 수 있는 현실적 여건은 부족해 보인다. 어찌 이 아이만 상처가 있겠는가? 이 땅에서 학교를 다니는 모든 아이들은 어른들이 상상할 수 없는 상처를 받고 산다.

글로벌한 세계에서 한국의 청소년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1,2위를 기록할 것이다. 아침 6시부터 밤 10시까지 학교에서 오로지 공부만 한다. 소수 정예만 빼고는 오로지 글자만 본다. 작은 책상에 갇혀 있기에 건강하지 않다. 친구는 경쟁상대로 되며 교사는 지식 전달자로 전락하고 있다. 공부에 취미가 없는 청소년들은 게임에 빠져 있어 중독자로 되고, 알 수 없는 분노로 세상에 대한 적개심이 일어난다. 세대간 소통은 단절되어 그저 무의미한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다.

사회에서는 청소년들의 게임 중독을 걱정하고 있지만 알고 보면 게임 중독이나 학습 중독이나 똑 같다. 게임의 단점이 중독성, 건강문제, 폭력성, 사행성, 무의미한 시간보내기, 소통단절이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성적의 향상 여부와 상관없이 온 나라가 '공부 공부'를 외치면서 성적만 좋으면 무엇이든지 해결될 것 같은 환상을 주입시킨다. 아이들을 학습에 중독시키는 것이다. 장시간 교실 수업은 건강을 해치며, 그 강압성은 가히 폭력적이고 아이들도 폭력적으로 변해간다. 소수를 제외한 다수의 아이들은 자신의 적성과 무관하게 책상에 붙들려서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고, 꿈을 찾지 못한다. 친구 간에, 세대 간에 의사소통은 단절된다.
 
경쟁을 통해 성공한 자만이 살아남는 지금의 사회 구조 안에서 이 땅의 청소년들이 세상의 주인, 자기 인생의 주인으로 살기에는 그 환경이 공격적이다. 미래에 대한, 생존에 대한 불안한 두려움은 아이들 내면에 자라면서 그로 인한 상처는 가늠하기 어렵다.

나름대로 아이들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부모와 함께하는 인문학 수업을 시도하고 있다. 아이들은 인문학 수업 시간이 되면 부모, 교사, 모든 어른과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향해 폭로전을 펼치고 있다.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를 이해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기 위해 인문학 수업에 임하고 있다. 이제 시작이지만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먼저 어른들이 아이를 이해해야 한다. 어른들이 아이에게 솔직해야 한다. 어른들은 권위적인 강자의 입장을 버려야 한다. 우선 나를 비롯한 아이의 부모들에게 글쓰기를 제안하고 싶다.  

"누군가에게 당신의 진심을 담아 편지를 써본 적이 있습니까? 당신의 꿈과 희망을 꼼꼼하게 담은 일기를 쓴 것은 언제였는지 기억합니까? 당신 삶 속에 꽁꽁 숨어 있는 아픔과 상처를 글로 온전히 드러내 본 적은 있습니까?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솔직하게 쓰는 일은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글쓰기에는 놀라운 치유와 성찰의 힘이 들어 있습니다. <글쓰기로 나를 돌보다>는 삶을 돌아보고 감정을 표현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뿐만 아니라 진정한 내면의 자신을 만나고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도록 돕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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