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들, 그림으로 '마음'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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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인들, 그림으로 '마음'을 열다
  • 송은숙
  • 승인 2012.09.25 16:3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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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미술, 11월까지 장봉도에서 '생명의 손' 진행

장애인들이 그린 벽화를 '거리의 미술'  공공미술가들이 마무리하고 있다.

취재:송은숙 기자

가을햇살이 따가운 지난 20일 옹진군 장봉도에서는 의미 있는 작품이 만들어졌다. 지적장애인 시설인 장봉혜림재활원 식구들이 '거리의 미술' 공공미술가들과 함께 그린 벽화이다. 이 풍경을 담기 위해 삼목선착장에서 1시간마다 운행되는 배를 타고 장봉도로 들어갔다.

이날 그린 벽화는 지난 4월 말부터 '거리의 미술'(대표 이진우)이 혜림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생명을 키우는 손, 예술의 마음'(이하 ‘생명의 손’) 수업 중 하나이다. 인천문화재단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 주관하는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으로, 국비와 옹진군청이 내는 군비가 반씩 들어간다.

바닷가에서 돌, 모래 등을 이용해 수업을 하고 있는 모습.

 "지난해 '장봉1리 문화예술마을 만들기' 프로젝트 일환으로 혜림원에서 세 번의 수업을 한 적이 있는데, 다들 너무 좋아했어요. 재활원이 들어선지 27년째인데 그동안 이렇다 할 미술프로그램 한 번 진행된 적이 없더라고요. 이들을 위해 본격적으로 수업을 해보자는 생각을 한 거죠."

열우물 벽화로 유명한 이진우 '거리의 미술' 작가 이야기이다. 다양한 공공미술 작업을 해온 그는 2008년 부평구 산곡3동 협성요양원에서 미술프로그램을 시작한 것을 계기로 노인과 장애인들을 위한 활동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그가 만든 '거리의 미술'(blog.daum.net/streetart)은 공공미술을 하는 전문가 모임으로 '생명의 손'에는 신선희, 조형섭, 조희성, 박현각 등 회원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페인트를 준비하고  있는 '거리의 미술' 회원들.
매주 한 번씩 3주에 걸쳐 그린 배경이다.

'벽화 그리기' 네 번째 시간인 이날은 배경 위에 봄, 여름, 가을 풍경을 완성하는 것이 수업목표였다. 미술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지적장애인들은 재미있다며 손에서 붓을 놓지 않았다. 정해준 곳을 다 그리고 나면 "또 어디 그리냐?"고 물었다. 하지만 어렵지 않은 그림을 골랐음에도 벽화는 더디게 진행됐다. 몇 시간의 작업 끝에 어느 순간  한두 송이의 꽃이 피어나고, 나무가 무성해지고, 고구마도 주렁주렁 열렸다.

한 장애인이 울타리를 칠하고 있다. 그림이 많이 완성되어갈 즈음~
그림을 마친 후에 장애인들과 함께 한 이진우 작가(오른쪽).

 '생명의 손' 프로그램은 11월까지 모두 30회 수업에 걸쳐 이루어진다. 자신의 감정을 색으로 표현하고, 함께 지내는 동료나 살고 싶은 집을 그려보는 수업도 있고 자화상, 벽화, 곡물콜라주, 도자기 등 매회 다양한 내용으로 진행된다.

처음 수업을 할 때는 마냥 어색해하던 장애인들은 조금씩 마음을 열었고, 세상과 사람에 대한 상처도 그림에 자연스럽게 표출됐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시설에 오게 된 H씨는 그림을 그리라면 계속 관 속에 들어가 있는 모습만 그렸고, 친동생에게 학대를 받았다는 J씨는 붉은색만 썼다. 이들의 수업과정을 담은 사진과 다양한 작품은 11월에 만날 수 있다.

8개월 동안 수업을 마무리하는 전시회를 마련할 예정이라는 이진우 작가는 "섬이라는 특성 때문에 문화적으로 열악한 곳이지만, 지원이 아니면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힘들다"라며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혜림원

마을 입구에서 본 헤림원의 모습이다.

장봉혜림재활원은 50여명의 지적장애인들이 생활하는 장애인 시설로,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부천에서 성인시설 설립이 무산된 후 1985년 장봉도에 들어섰다. 가정처럼 5~7명이 한 가정을 이루는 형태로 생활한다. 중증장애인이 거주하는 장봉혜림요양원과 함께 사회복지법인 백십자사에서 운영 중이다.

이날 벽화 작업에 참여한 장애인들은 그래도 몸을 움직일 수 있고, 어느 정도 노동이 가능한 이들이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인 보호작업장에서 아쿠아젤리향초를 만들거나 직접 고구마, 감자, 고추농사 등을 짓는다. 미술프로그램을 '생명을 키우는 손, 예술의 마음'이라고 한 것도 이들이 도움만 받는 것이 아니라 직접 땀흘려 농사를 짓고 일을 하기 때문이다. 이 보호작업장은 지난 1999년에 만들어졌다.

농산물과 아쿠아젤리향초, 천연비누 등을 판매한 수익금은 보호작업장에서 일하는 장애인들의 월급으로 사용된다. 제품 구입은 보호작업장(☎752-0907)으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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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맨 2012-09-26 21:20:23
수고하네요
지원이있어야만 한다는것은 좀 안타깝지만 현실이 그러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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