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개방 현상유지와 지역식품체계 구축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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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개방 현상유지와 지역식품체계 구축을 위하여
  • 김정택
  • 승인 2014.03.16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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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김정택 / 인천시민사회댠체연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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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과 WTO
 
세계적인 농식품 기업들은 독점하고 있는 농산물과 그 식품들을 각 국에 쉽게 팔기위해 세계식품체계를 영구히 합법화시키는 국제무역협정과 무역기구를 설치할 필요가 생겼다. 그 결과 UR 협상에서 그 전까지는 다루지 않았던 농산물을 의제로 잡아 농산물협정을 맺었고 WTO(세계무역기구) 설치를 결정하였다.
UR 농산물협정은 1995년 1월 발효되었다. 이에 따라 선진국은 1995-2000년까지 6년간, 개발도상국은 1995-2004년까지 10년간 합의한 개방의무를 이행했다. 한국도 농업분야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인정받아 10년간의 의무를 이행했다. 이때 ‘쌀’ 만큼은 10년동안(=1995년부터 2004년까지) 전면개방(=관세화)을 유예(=부분개방)받았다. 그 댓가로 최종해인 2004년에는 약 20만톤(국내 쌀소비량의 4%)의 쌀을 의무수입했다. 이 때 수입쌀은 전부 가공용이다.
 
 
인도와 WTO/DDA(도하개발아젠다), WTO발리협상
 
그리고 추가적인 의무이행은 WTO/DDA(=관세율에 대한 회의) 협상에서 완전 타결되면 실행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DDA협상이 미국과 인도 등의 농업분야에 대한 입장차이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표류함에 따라 선진국은 2000년, 개도국은 2004년 이후 추가적인 의무이행을 하지 않고 지금까지 현상유지하고 있다.
 
한편 인도는 2013년 8월 26일 인도의 상하원 모두 ‘국민식량보장법’을 통과시켰다. 내용의 핵심은 “전체 국민의 68%의 사람들에게 쌀과 밀 등 기본적인 식량을 무상에 가까운 가격으로 지원하는 것이고 농민의 생산가격을 보장하는 수매는 중앙정부가 20조원을 부담한다.”는 것이다. 인도 사례는 식량주권과 먹거리 기본권 사수는 국가의 의무임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이는 WTO 농업협정문에 위반되는 정책 및 법의 실현이다. 그렇지만 인도는 2014년 12월 3~7일까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WTO회의에서 협상을 통해 “개도국이 식량안보 목적으로 보조금 한도 초과시 영구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할 때까지 제소를 자제하기로 한다”는 합의를 이루어냈다.
 
그렇지만 한국 정부는 인도와는 반대로 2004년에 농업계의 현상유지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지만 DDA 협상이 곧 타결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하면서 의무수입물량을 2배로 확대하는 제2차 유예(=2005년-2014년) 협상을 타결해 버렸다. 그 결과 2014년에는 우리쌀 소비량의 8.3%나 되는 40만9천톤을 수입했고 이중 30%는 밥쌀용으로 판매되었다.
 
쟁점은 ‘현상유지가 가능한가?’이다.
 
이제 제2차 쌀유예 기간이 2014년으로 종결된다. 그러면 과연 2015년부터는 어떻게 될 것인가? 그런데 재협상에 관한 WTO농업협정 부속서에는 이행기간이 끝나는 마지막 해 이후에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규정은 없다. 이후 속개되는 DDA 협상에서 처리될 것으로 예상하여 특별히 규정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를 정부는 “2004년 쌀 협정문에 2014년 이후 재 유예에 관한 조문이 없기 때문에 2015년부터는 관세화(=전면개방)를 할 수 밖에 없다.”고 수세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한 설사 전면개방하더래도 고율관세가 책정되게 되면 현재와 같이 국제 쌀값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쌀의 수입은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농업계와 농업계를 지원하는 농업전문가들의 해석은 다르다. “ 한국쌀의 관세화 여부는 한국의 국민과 정부의 선택과 협상의 문제이며 WTO/DDA 협상의 장기 표류로 인해 WTO 다른 회원국들이 현상유지를 하고 있는 것처럼 한국 역시 WTO/DDA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는 현상유지하고 추가적인 의무부담을 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결국 핵심 쟁점은 한국이 2015년 이후에 DDA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현상유지가 가능한 지 여부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WTO농업협정문에 관한 해석의 문제이기 때문에 최종적인 판단은 WTO의 결정에 달려 있다. 그러므로 정부가 우선 취해야 할 행동은 WTO에 질의하는 것이다.
 
정부의 양곡관리법 개정과 쌀부족 현상
 
정부는 2009년 10월에 양곡관리법을 개정하여 수입쌀과 우리쌀, 묵은쌀과 햅쌉 혼합판매를 보다 용이하게 하였다. 그러자 창고에서 판매되지 못했던 묵은 수입쌀들이 우리쌀과 혼합되어 국내산 포장지를 사용하여 시장에서 쉽게 팔 수 있게 되었다. 2014년 1년 내내 팔아야 할 밥쌀용 수입쌀이 1월에 다 소진되었다고 한다. 정부는 기후변화로 쌀 국내 자급률이 2011년도에는 83%, 12년은 86%, 13년은 89%로 떨어지자 3년간 정부 창고의 묵은쌀을 거의 반값에 풀었고 그것으로도 부족하여 2012년에는 의무수입량의 2배에 가까운 62만톤을 수입하여 쌀 대란을 막았다. 그것도 산지 가격이 형성되는 수확기에 집중적으로 풀어 쌀값은 떨어뜨렸다. 그중의 상당량은 햅쌀과 섞여서 팔렸다. 2014년에도 쌀이 국내산과 의무수입쌀을 합해도 38만톤 가량 부족하다.
 
 
TPP(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와 쌀 관세율
 
TPP는 2005년 뉴질랜드, 싱가포르, 칠레, 브루나이 4개국이 모여 2015년까지 모든 무역장벽을 철폐하기 위해 시작한 협상이다. 2008년 미국이 참여하고 뒤를 이어 일본이 참여함으로써 지금은 중국을 제외하고 태평양 연안의 12개국 블록을 형성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이 TPP에 가입하려면 쌀의 전면 개방시 관세를 낮추고 30개월이하 쇠고기의 추가개방, 오렌지 원산지 기준 완화, 유기농제품 인증기준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TPP협상에 참여한 일본이 쌀 수출국들의 압력으로 쌀에 대한 관세율을 인하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TPP협상은 원칙적으로 관세 철폐에 예외를 두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도 TPP에 참여한다고 선언했다. 고율관세 운운하며 전면개방해도 외국쌀의 수입은 미미할 것이라던 예측이 벌써 무너지고 있다. 높은 관세율을 유지하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지금 이 상태로 가만히 내버려 두면 쌀시장은 2015년 완전 개방되고 쌀관세율은 낮게 책정되어 밥쌀용으로 엄청난 양이 수입되어 우리쌀의 생산능력을 급격하게 떨어뜨릴 것이 자명하다. 시민들이 나서서 “정부는 현상유지를 목표로 당당하게 협상에 임하고 수입쌀과 국내산의 혼합, 묵은쌀과 햅쌀의 혼합을 허용하는 양곡관리법은 개정하라!”는 명령을 내려야 한다.
쌀포함 식량자급률이 22.6%, 쌀 빼면 5%밖에 안되는 우리나라에서 쌀이 전면 개방되면 완전히 식품초국적자본의 먹거리 식민지가 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
 
 
‘지역식품체계’구축은 인천시민운동의 최고의 목표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는 로컬푸드가 대단히 인기있는 유행어가 되었다. 여기저기 로컬푸드 매장도 설치되고 있다. 그런데 ‘로컬푸드’로는 부족하다. ‘세계식품체계’의 대안인 ‘지역식품체계’ 구축이라는 분명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 ‘세계식품체계’를 합법화시켜 주는 WTO, FTA 체제하에서 중앙정부는 WTO, FTA를 실행하는 실행기구이다. 특히 자급력이 강한 유럽의 국가들과는 달리 초국적 곡물회사에 종속되어 있는 우리나라 정부는 더욱더 실행기구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다. 지금 현재로서는 중앙정부에 농수축산업의 육성과 보호, 그리고 시민의 먹거리 안전성 보장의 의무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분권(=중앙정부의 권한 지방이양, 지방자치단체의 독자성 강화)이 나라를 살리기위한 핵심정치의제가 되고 있다. 시급히 농수축산업 육성과 보호, 먹거리의 안전성 보장부터 지방자치단체의 전적인 업무로 이관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가까운 농산어촌과 도시, 생산자와 소비자, 민간단체와 지방자치단체의 연대로 ‘세계식품체계’에 대응하는 시스템인 생산.가공.유통.소비의‘지역식품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지역식품체계’ 구축에는 특히 인천광역시의 임무가 막중하다. 인구 240만의 대도시인 브라질의 벨로리존테는 ‘영양과 식량보장국’을 설치하여‘지역식품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인천광역시도 농수축산업을 육성.보호하고 시민의 먹거리의 안전성 보장을 임무로 하는 농어업 및 먹거리 안전보장국(또는 국보다 상위기구인 추진본부) 설치를 지금부터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생산자 단체와 소비자 단체 뿐만 아니라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추구하는 종교계, 인천의 모든 단체 및 시민이 참여하는 먹거리 시민운동이 활활 타올라야 하고, 또한 타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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