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칼럼] 곽현숙 / 도로 전면무효화(폐기)대책위원회 공동대표
<배다리 헌책방거리로 향하는 금곡로. 배다리에 도로가 들어선다면, 이 금곡로가 없어지고 8차선이 들어선다>
이 나라는 건설업의 식민지인가?
1960년대 나라의 발전이 절박한 시대에 건설업계의 수고를 우리는 잊을 수 없다.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대한 일이었기에 수많은 희생을 굴삭기로 밀어내도 국민은 감수하며 응원 했었다. 또한 외국에 진출한 건설업의 일자리 창출은 나라 경제에 기여한 지대한 노고를 모르는 바도 아니다. 그러나 세월이 갈수록 전국 곳곳에 엄청난 혈세를 들여 건설한 도로를 비롯해 지방공항 등 기반시설들이 제 기능을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을 본다. 지방자치시대에 들어서면서도 위정자들의 ‘빛나는 업적’을 위해 이 나라 산천은 희뿌연 먼지로 뒤덮히기 일쑤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정치인들 뒤에 옹벽처럼 둘러서있는 건설업을 본다!
새얼재단 지용택 이사장님이 최근 한 언론에 칼럼을 실으셨다. ‘더위 속으로 추위 속으로’ 라는 명제에 열자에 나오는 ‘금에 눈독이 들면 사람은 보이지 않고 오직 금만 보인다.’는 고사로 시작된다. 지엔피가 3만이고 또 4만, 5만으로 늘어날 것이라면 국민의 생활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과 설계는 어떤 것인지 펼쳐 보이는 일 없이, 우리의 삶에는 하루에 40명씩 자살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달이면 1200명, 1년이면 1만4천여명이다. 메르스 보다 더 큰 사회문제를 외면하는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일까? 2007년-2011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7만 1,900명이 자살했다. 이 숫자는 중동에서 발생한 전쟁 사망자보다 훨씬 많은 숫자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병들어가는 우리 사회를 개탄하며 벽암록을 빌어 ‘더우면 더위 속으로 추우면 추위 속으로 몸이 들어서 하나가 될 때 몸의 자유로 정신을 잃지 않는다’ 하시며, 오늘의 문제를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마주서서 극복해나갈 시민 정신의 회복을 말씀하신다.
배다리 산업도로는 ‘제2외곽순환고속도로’로 개설하면서 고속화 산업도로의 기능은 없어 진 도로이다. 하지만 도로로 기획되어있으므로 만들어야 한다는 인천시 도로과의 궁색한 설명과 계획은, 말은 4차선 도로인데 금곡로를 잘라버리고 금곡로와 우각로를 이으면서 8차선의 도로를 말하는 것이다. 제2외곽순환고속도로를 만들려 할 때 이미 파논 터널 입구로 철길 밑을 파서 도로를 마감하겠다는 생각은 모르는 바 아니나, 그건 도로과와 건설사의 생각일 뿐, 인천시민과 도로 주변 주민들, 그리고 ‘동구의 정신’은 차들의 땅으로 내어줄 터가 아니라고 말한다.
주민설명회장에 관심을 갖고 모인 주민들은 ,인천시 관계자의 설명과 박상은 국회의원의 설득에도, 실랄한 반대 의견을 이구동성으로 쏟아내 제대로 말도 못 하는 설명회가 됐다. 주민(솔빛아파트 송현아파트, 금곡동, 창영동)들은 다시모여 길의 유용성을 의논해보지만, 정말 필요한 길이아니라 동구를 파괴하는 길이라는 결론으로 도로 폐기를 한목소리로 모았다. 동구에 하나밖에 없는 송현근린공원과 박물관과 배다리의 가치성 회복을 말하는 회의가 되어버렸다. 우리는 오늘의 역사를 이렇게 몸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컬럼의 말씀처럼 ‘금에 눈독이 들면 사람은 보이지 않고 오직 금만 보인다.’ 는 말은 시 도로과와 건설사는 오직 도로밖에 안보다는 말로 실감한 사건이었다.
지난 2008년 현대건설이 공원 아래 이 지역에 고가도로 교각을 놓는 공사로 들어간다고 해서 주민들이 현장 점거하며 중단시켰던 일이 있다. 그때 우리 주민들이 애원하다시피 만류한 사실은 ‘제2외곽순환고속화도로’가 개설될 예정에 있으니 이도로는 좀 미루었다가 해도 되지 않는가, 교각 하나에 돈이 얼만데 나랏돈을 허비하지 말라는 진정한 소리였다. 이에 그들은 우리를 법에 고소하고, 경찰에서 조서 쓰게 하고, 재판 받고 벌금 내게하고, 경찰을 대동해 어른들을 회유하고 공갈을 쳤다. 사건을 조작해서 경찰을 불러 잡아가고 60년대나 우매해서 있을 법한 일들이 벌어졌다. 건설 현장에서 앞에 선 이들은 어르신들 다칠까 등줄이 빳빳해 몸의 신음도 삼켜버렸다. 그 수고도 물리고 세워진 괴물같은 고가도로! 송현아파트는 집단 감옥 같은 주거환경을 호소한다.
현직 국회의원이 이 길을 만들어 자신의 치적으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려는 듯 멍청한 말로 주민을 회유한다. 도로가 나면 발전되고 좋아진다고 말하다가 주민들에게 호된 비판을 듣는다. 이 밝은 시대에 생각 있는 사람들에겐 건설사들의 앞잡이 같은 말로 들리진 않을까? 다시 컬럼 한쪽에 열자에 나오는 이야기를 본다. -도둑질을 해서라도 부자가 되려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어느 금은방을 지나다가 주변에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도 금을 훔쳐 달아나다가 붙잡혔다. 관리가 혀를 차며 “아니 대낮에 그것도 사람이 많은데서 도둑질을 하다니 당신 정신 나간 거 아냐?” 그러자 도둑은 천연스럽게“내 눈에는 오직 금만 보였지, 사람들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몇 천 년 전의 우매한 이야기가 밝은 21세기에 마을 한복판에서도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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