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시나리오,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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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시나리오,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려나
  • 황보윤식
  • 승인 2015.11.24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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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황보윤식 / 전 인하대 인문과학연구소 연구위원, 취래원 농부
 
가까운 미래로 가 보겠습니다. 2017년 3월, 서울의 어느 한 고등학교 교실입니다. 개정한 국정 역사교과서가 배부되고 있군요. 교과서 내용을 뒤적여 보았습니다. 문득 1948년 이후 현대부분이 눈에 들어옵니다. 읽어보았습니다. 내용이 대충 이러네요.
 
“대한민국이 건국(1948. 8.15)되었다. 남한 단독으로 실시된 5.10총선거를 통하여 제헌국회가 성립되었다. 제헌국회는 일제 밑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이승만을 공화국 최초의 대통령으로 선출하였다. 당연한 일이다. 이승만은 대한민국을 건국한 국부(國父)가 되었다. 남한만의 단독정부가 유엔에서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로 승인이 되었다. 5.10총선거 결정과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 수립에 불만을 가진 공산괴뢰도당들은 남한 각지에 유혈사태를 일으키더니 끝내 6.25남침을 감행하였다. 자유주의를 수호하려는 유엔회원국들의 도움으로 6.25전쟁을 휴전으로 막을 내렸지만 지금도 북한 공산괴뢰도당들은 호시탐탐 재(再)남침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이에 북한 공산주의자들의 남침을 다시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에서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되었다.
 
세계 자유와 평화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었던 6.25전쟁으로 대한민국의 국토와 산업시설은 엄청나게 파괴되었다. 미국과 일본의 도움 없이는 복구가 불가능하였다. 여기에는 이승만의 노력이 컸다. 이것을 기회로 이승만의 독재화가 기능하였지만 이것은 대한민국의 생존조건 확보를 위해서는 부득이 한 정치현상이었다. 이러한 당시 정치 분위기를 이용하여 자유당 관료들은 정권의 장기집권을 위해 끝내 3.15부정선거를 감행하였다.(1960)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마산시민을 향하여 무책임한 경찰의 발포로 시민들이 죽고 다치면서 이것이 4.19소요사태의 도화선이 되었다.
 
4.19소요사태는 사실을 왜곡한 언론보도에 현혹된 무지한 시민과 불량한 학생들의 선동으로 일어다. 4.19소요사태는 폭도의 난동과도 같은 폭력데모였다. 이 바람에 국가질서가 혼란에 빠졌다. 이 바람에 국부(國父)인 대통령 이승만은 외국으로 피신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자유당 정부가 물러나고 호시탐탐 권력 장악에만 눈독을 들여왔던 4.19소요사태의 배후세력인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면서 폭력적 소요사태는 일단 수습이 되었다. 정권을 인수받은 민주당 정부는 나라 발전보다는 권력유지에만 신경을 썼다. 그 탓에 국정은 안정되지 못하고, 사회질서만 더욱 혼란해졌다. 심지어는 초등학교(당시는 국민학교) 아이들까지 데모를 하는 난장판 사회가 되었다. 이러한 국가혼란기를 틈 타 북괴공산당은 호시탐탐 침략의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 국가혼란기에 전쟁이 일어나면 큰일이었다.
 
이러할 즈음에 국가의 혼란한 위기상황을 구(救)해야겠다는 애국적인 군인들이 군부 내에서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박정희를 중심으로 한 자유주의 사상으로 무장된 애국군인들이었다. 이들은 현 혼란한 국가질서를 바로 잡고 사회를 안정시켜 북괴 공산당의 침략야욕을 분쇄한 다음 군인신분으로 다시 돌아오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박정희는 이런 시국에서는 강력한 혁명수단만이 살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박정희 등 애국·반공정신으로 무장된 군인들이 대한민국에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정착을 위해 일으킨 역사적 사실이 5.16혁명이다. 이들 박정희를 위시한 애국·반공적 혁명군인들은 5.16혁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6가지 혁명공약을 내걸고 혼란한 나라를 수습하는데 앞장을 섰다. 혁명군인들은 박정희의 영도아래 국가질서를 빠른 속도로 수습하였다. 6개월도 안 가 국가질서는 안정을 되찾았다.
 
혁명을 성공시킨 박정희는 늘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는 것을 꿈꿔왔다. 그래서 혁명기간 동안에 가난한 나라를 부자나라로 만들기 위해 경제개혁을 시도하였다. 그것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다.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려면 혁명정부가 더 정권을 유지해야 했다. 이러한 역사적인 요청에 의해 박정희는 혁명기간을 연장하고 결국은 민간정부를 만들기에 이른다. 박정희는 늘 다른 개발도상국처럼 군인들이 장기 집권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한 신념으로 박정희는 곧바로 군복을 벗고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가기로 결심을 했다. 후진국처럼 군인이 다스리는 나라가 아니라 선진국처럼 민간인이 다스리는 민주주의 나라를 만들겠다는 생각이었다. 새로운 민주주의 나라를 만들려면 새로운 정당이 필요했다. 그래서 박정희는 지금 박근혜 대통령이 당 대표로 있는 새누리당의 전신 공화당을 창당했다.
 
군인신분에서 민간신분이 된 박정희는 지속적인 민족중흥과 경제개발을 위해 애국충정의 마음으로 대통령선거에 출마하였다. 국민들의 절대적이고 열열한 지지를 받아 제5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로써 대한민국에 제3공화국이 수립되었다. 박 대통령은 2가지 꿈을 가지고 있었다. 하나는 앞에서 말한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만드는 일이고. 둘은 잦은 선거(選擧)로 국가역량이 낭비되는 것을 막는 일이었다. 그래서 박정희는 평소의 꿈인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만들기 위해 차수(次數)를 변경하면서 경제개발5개년계획을 적극 추진하였다. 그 결과 대한민국 가난의 상징이었던 ‘보리고개’를 없애고 국민들에게 쌀밥을 먹게 했다. 그리고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마이카시대’를 열고자 했다. 고속도로를 만들고 세계 제일의 포항에 제철공장도 만들었다. 이러한 산업혁명을 통하여 지금 우리나라는 선진국 대열인 G20에 들어가게 되었다. 박정희 대통령의 한 가지 꿈이 이루어진 셈이다.
 
세계적으로 사회변화의 모범이 되는 새마을운동을 일으켜 지지리 가난하게 살던 농촌을 근대화시키고 잘 사는 농촌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두 번째 꿈인 잦은 선거 때문에 국력을 낭비하는 것을 막고 국가의 발전능률을 극대화하고 국력을 집약하기 위해 유신체제를 단행하였다.(1972. 10.17) 유신체제는 대통령선거를 국민 직접선거가 아닌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대통령을 선출하게 함으로써 국력낭비를 막게 만들었다. 이로써 대한민국을 세계적인 나라로 성장시킬 제4공화국이 탄생하였다. 그러나 박정희의 두 번째 꿈은 완성하기도 전에 애석하게도 반민족적인 행위를 일삼던 중앙정보부 부장에게 죽임을 당하였다.”(이후 생략)
 
위 내용은 지금까지 박근혜정부와 뉴라이트세력들이 발언한 내용을 가지고 2017년의 국정 역사교과서 현대사 부분을 상상(想像)으로 꾸며본 내용입니다. 상상이 적정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를 토대로 보았을 때, 개인(이승만, 박정희)에 대한 영웅주의 사관으로 역사 기술이 일관되고 있네요. 적은 쪽수에 박정희라는 인명이 무려 10번이상이나 기록되고 있습니다. 민족의 영웅이 나와서 나라를 발전시키고 부흥시켰다는 이야기뿐입니다. 그러나 진정한 역사는 위의 기술과는 사뭇 다릅니다. 영웅이 나와서 나라를 구하고 사람들을 행복하게 했다는 이야기는 고대 신화(神話)에 지나 않습니다. 근대 민주주의시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민주주의는 한 개인이 나와서 나라 전체를 이끄는 게 아닙니다. 나라사람 전체가 나라를 이끌어 갑니다.
 
바로 대한민국의 발전은 대한민국의 나라사람(국민이라는 개념은 노예적 개념이기에 ‘나라사람’으로 고쳐 쓰겠다)의 내재된 역량에 의하여 발전하고 앞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면 민주주의 사회의 구성원이 될 자격이 없습니다.
 
역사학은 과거에 매달리는 학문이 아닙니다. 역사기록은 미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곧 인간의 미래는 <인간의 참 자유, 그리고 평등과 평균이 최대한 보장되는 사회>입니다. 이게 바로 복지주의사회요 공동체주의사회입니다. 인간의 자유와 평등, 평균이 최대한 보장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국가주의, 정부지상주의, 영웅주의는 약화되거나 사라져야 합니다. 그럼에도 국가주의, 영웅주의를 지상낙원처럼 그리면서 역사를 기술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역사의 미래성’을 인정한다면 미래의 2017년 역사교과서처럼 영웅주의 사관으로 역사기술을 하면 안 될 말입니다. ‘역사의 미래성’에 입각하여 과거를 반성하고 비판적으로 역사를 써야만 바른 세상으로, 정의로운 사회로, 복지/공동체주의사회로 향해 가게 됩니다. 그렇지 않고 과거를 환상적으로 회상하면서 써나가면 역사의 미래성은 파괴됩니다. 역사의 미래성을 갖지 못하는 나라와 사회는 곧 행복으로 가지 못하고 불행한 삶의 시간만 지속될 뿐입니다.
 
대한민국의 경제(가난 퇴치)는 박정희가 발전시킨 게 아닙니다. 나라사람 전체의 노력과 힘에 의해서였습니다. 박정희의 실체는 사실과 다릅니다. 그는 영웅주의와 기회주의 사상을 가지고 겉으로는 경제발전이라는 사탕발림으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유린했습니다. 그리고 자유주의를 짓밟았습니다. 3선 개헌(1969)은 민주주의의 유린이요, 유신헌법은 자유주의의 탄압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을 숨기고 영웅주의만 부각시키면 이 나라 역사를 오류로 만드는 일입니다. 역사는 오류의 시간을 만나면 반드시 정의의 시간을 만들어내는 법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간이 가서 정의로운 때가 오면 다시 오류의 역사는 수정되기 마련입니다. 다시 말하면, 박근혜 권력이 저지른 역사교과서의 오류가 바로 잡히게 됩니다. 그때 가서 나라사람들은 “박근혜가 잘못 했었구나.” 하면서 자신들의 어리석음을 후회하면 때는 늦습니다.
 
세계는 지금 통일된 인류주의, 평등한 세계주의로 나가고 있습니다. 남한의 반공적 영웅주의/ 북한의 세습적 영웅주의 역사인식은 우리의 지상명령인 민족적/영토적 통일과 ‘역사의 미래’에도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오류의 역사교과서를 만들겠다는 발상은 처음부터 버리는 게 옳습니다.
 
다시 부연하겠습니다. 박정희가 있어서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이 된 게 아닙니다. 70년대 80년대 시간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자본주의 나라들이 자본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던 역사시간입니다. 곧 선진자본주의나라들이 자본침략의 전략지로 아시아를 노리고 있던 시간입니다. 그런 사실은 70, 80년대 다섯 마리 ‘자본주의용’(龍)이 아시아에 나타났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아시아에 나타난 다섯 마리 ‘자본주의용’은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선진자본주의 나라의 자본전략에 의해 나타났습니다. 그 덕분에 대한민국도 다섯 마리 용에 속하게 되었던 것이지요.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를 박정희는 교묘하게 이용했습니다.
 
그는 아시아에 자본주의 침략과 함께 그의 독특한 기회주의 기질을 발휘합니다. 바로 자본주의를 한국의 유가주의(중앙통치시스템과 혈연, 지연, 학연 등 연고주의에 매달리는)와 교묘하게 접목시켜 영웅주의(왕치사상王治思想)를 만들어냅니다. 그 결과 이 나라는 정직한 자본주의 사회가 만들어지지 못했습니다. 인간사회의 하부구조를 이루는 잘못된 경제구조 때문에 지금 이 나라는 정치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사회적 부조리와 비도덕적·비윤리적 부패고리가 사회악을 재생산하면서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인간성을 상실하고 물질만능사회와 극단적 이기주의사회로 나가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대통령선거 때마다. 인간 삶의 질(인문주의적 행복)을 찾자는 건전한 후보보다 경제 살리기(자본주의적 부패)를 외치는 알량한 후보가 당선되는 어처구니없는 우리나라가 되었습니다.
 
  박정희가 권력을 움켜쥐고 있던 당시의 올바른 역사발전은 나라를 지도하는 사람이,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로 자주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좋은 생각을 가진 여러 사람이 서로 교체하면서 그들의 생각을 나라발전에 적용했더라면 이 나라는 지금보다 더 멋진, 더 행복한 나라가 되었을 것이라는 방향으로 역사교과서를 써야 그게 올바른 역사인식입니다. 자꾸 “나만”. ‘나밖에’ 할 수 없었다는 식의 사고는 민주주의식 사고가 아닙니다. 올바른 발상이 아닙니다. 나보다 더 낳은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는 생각을 갖는 게 정확한 생각이고 정의로운 생각입니다. 사람은 솔직해야 합니다. 박정희가 나라 걱정으로 3선 개헌을 하고 유신체제를 만든 게 아니라 권력에 욕심이 나서, 그리고 제2의 꿈인 영구총통(통일주체국민회의를 통한)이 되고 싶은 마음에서 그렇게 못된 짓을 했다고 기록하는 게 솔직한 나라를 만드는데 도움이 됩니다.
 
2017년 3월의 국정 역사교과서(상상 속의)는 박정희가 선진국을 만드는 게 그의 꿈이었고, 그 꿈을 실현했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박정희의 또 하나의 꿈인 대한민국의 황제(영구총통)가 되는 꿈은 천명을 누리지 못하고 죽는 바람에 좌절되었다는 뉘앙스(nuance)를 가지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요즈음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밀어붙이기 정책과 대통령 박근혜의 발언들을 종합해 보면 바로 이러한 아버지의 꿈을 실현해 드리기 위해 개표조작(?)이라는 누명을 쓰면서까지 18대 대통령직에 오른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듭니다. 그래서 오는 총선(2016. 4.13)에서 집권당(박정희가 이끌었던 공화당의 후신 새누리당)이 승리하면 바로 아버지가 했던 것처럼 18대 임기 전에 개헌논의를 일으켜 박정희 식으로 “국민이 원한다면”하는 수식어를 붙여 아버지의 꿈인 유신체제로 회귀하지는 않을까 하는 의구심도 듭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 리 없다”는 우리 속담이 있습니다. 유신체제로 회귀(?)하려는 개헌연기가 모락모락 나오고 있다는 세간의 유언비어(?)들이 참이 되어서는 안 되지 않나 하는 노파심(老婆心)을 가져 봅니다.
 
이제 나라사람들이 참 정신을 차릴 때입니다. 세계주의로 가는 우주시대, 복지사회로 가는 공동체시대에 이 나라가 아직도 왕조시대를 꿈꾸는 봉건적(封建的) 발상을 하고 있다면 이는 정신적으로 어리석고, 혼이 나간 불쌍한 사람들이 사는 나라가 될 뿐입니다. 나라사람들이여, 제발 제대로 된 혼과 얼을 가져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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