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단스마트시티, 사실상 ‘백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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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단스마트시티, 사실상 ‘백지화’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6.11.03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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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측 최종협상 거부... 기대했던 검단주민들 ‘허탈’
 
지난달 초 서울 DDP플라자에서 열렸던 검단스마트시티 출범식. 그러나 이행보증금 규모 등 사업 책임소재를 놓고 협상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 이 출범식은 두바이 측의 협상 거부로 결국 ‘쇼’로만 남게 됐다.
 
검단스마트시티 사업이 사실상 무산됐다. 시가 두바이 측에 보낸 최종협약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인천시에 전한 것이다. 사업 무산의 공식화 시점은 현재 중국을 방문 중인 유정복 인천시장이 귀국하는 4일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바이 측의 검단스마트시티 사업자인 스마트시티코리아(SCK) 측 관계자는 "인천시가 일전에 보낸 기본협약 최종안에 대해 2일까지 수용여부에 대해 답변을 달라고 해 우리는 수용 불가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 대해 인천시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사업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라며 사업 무산 결정에 대한 책임을 시로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사업 주체가 협약에 대한 불가 입장을 명확히 전달한 만큼, 유 시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이 사업은 사실상 무산됐다. 시가 사업 청사진을 그려내겠다고 발표한 지 1년 8개월 만에 없던 일이 돼버린 것이다.
 
지난해 3월 유 시장이 두바이를 방문, 두바이 측의 투자의향서(LOI)를 받고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시작한 이 사업은 두바이가 5조 원을 투자해 서구 검단새빛도시 470만㎡에 글로벌기업 등 앵커 시설들을 유치하고 이를 통해 업무와 주거 및 교육과 상업 위락 기능을 복합한 자족도시를 건설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했다.
 
이전까지 검단새빛도시가 택지개발사업 지구 선정(2007년) 이후 10년 가까이 사업이 지지부진했던 점 때문에 진척이 해당 지역 주민들은 이를 통해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실제 두바이를 방문하고 귀국한 유 시장에게 이들 주민들이 꽃다발 등을 건넨 건 유명한 일화이기도 했다.
 
그러나 인천시가 두바이 측에 2일까지 수용 여부를 알려 달라고 보냈던 최종협약안을 두바이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식화함에 따라 거부 의사를 밝힘에 따라 협상은 결렬되고 말았다. 사실 이는 지난달 초 최종협상이 파기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었다.
 
두바이 측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은 두바이가 사업을 진행할 토지를 매입하기 전 시에 내야 할 이행보증금 규모 및 납부 기한을 이유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당초 시는 사업을 진행할 전체 토지 470만㎡를 두바이 측에 2조 6,100억 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 매매가의 10% 계약금에 해당하는 2,610억 원을 이행보증금으로 내년 1월까지 납부해야 한다는 조항을 달았다. 그러나 SCK 측은 납부기한이 너무 촉박한 데다, 토지 소유권 이전 시점에 계약금을 선납할 수 없다고 버텨 왔다.
 
 

올해 초 시와 두바이 측 간 검단스마트시티 사업에 대한 MOA가 체결되던 당시의 모습.
 
아무튼 검단스마트시티 사업이 사실상 ‘없던 일’이 되면서 시로서는 타격이 불가피하게 생겼다. 개발 적기도 놓치고 경제적 부담도 지게 됐기 때문이다.
 
검단새빛도시 개발사업 자체가 두바이의 개입으로 인한 협상 때문에 1년 넘게 중단됐기 때문에, ‘골든타임’을 놓친 것은 물론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업 지연으로 인해 발생한 1천억 원(LH의 것까지 합치면 2천억 원)의 금융비용이 고스란히 이 사업의 매몰 비용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어 사업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현재로서는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월 100억 원의 직접 손실액이 발생할 거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시가 두바이 측의 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에 결함이 있었다는 비난 여론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사업 진행 시 유 시장을 환대했던 검단지역 주민들 역시 향후 유 시장에 대해 싸늘한 자세를 보일 가능성이 커졌다. 정치인인 유 시장으로서도 내후년 지방선거에서 일부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두바이는 적어도 한국에서는 신뢰가 바닥을 치게 됐다. 이같은 '만행'만 국내에서 벌써 세 번째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제주와 2014년 파주에 이어 올해 인천에서도 비슷한 사업을 추진하려 했으나 계약 이행에 대한 불성실한 자세 등으로 모두 좌초됐다. 인천의 경우에도 토지 구입에 대한 2,600억 원의 선계약금 지급에 대해 ‘시간이 촉박하다’고 밝힌 것에서부터 이미 사업 동력이 애초부터 없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인천시 관계자는 “자그마치 5조 원 규모의 개발 프로젝트인 만큼 선계약금 납부는 이 사업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다”면서 “두바이 측이 이마저도 거부하는 것은 사업의 상식에 맞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두바이 측에 부담을 안길 장치도 없이 사업에 착수했다가 중간에 사업이 좌초됐을 경우, 법적 책임소재 규명은 물론 두바이가 사업할 470만㎡는 물론 전체 1,118만㎡ 규모의 검단새빛도시 사업에 큰 차질을 빚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시가 사실상 감당할 수 없게 되는 만큼 두바이 측이 이를 수용했어야 했다는 게 시의 입장이다.
 
시는 유 시장이 중국 출장을 마치고 업무에 복귀하는 다음 주께 공식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현재는 최종협약안이 결렬된 상태지만 시나 두바이 양측 모두 협상이 결렬됐다는 것을 공식화하지 않은 만큼 극적 타결 가능성도 있기는 하지만, 시간을 더는 허비할 수 없기에 다음 주 중 사업 여부와 방향을 명확히 밝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단스마트시티를 경제자유구역에 포함하는 방안에 대해 이날 오전 조동암 시 정무경제부시장이 “시와 LH, 국토교통부 및 산업자원부가 참여한 태스크포스 팀을 가동해 검단스마트시티를 경제자유구역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논의해 빠르면 내년 9월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중”이라고 밝힌 바 있으나 이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경제자유구역 지정은 알려진 바로는 당초 두바이 측의 요청이었다. 때문에 두바이가 빠지게 되면 지정에 대한 명분도 약해진다. 또 중앙정부로서는 인천이 타 지자체와 비교해 많은 지역을 이미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만큼 ‘형평성’의 차원에서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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