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 주머니 털어 재정 마련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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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 주머니 털어 재정 마련한다고?"
  • 이병기
  • 승인 2010.12.14 18:2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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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시내버스 준공영제 1년…시민 편의 뒷전 "버스회사에 돈만 퍼줘"


취재: 이병기 기자

인천시가 '시민의 발'인 시내버스 이용 활성화를 위해 시작한 '버스 준공영제'가 시행 1년이 지났음에도 별 성과 없이 버스 회사에 막대한 돈만 쏟아붓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더구나 수익금 공동관리 형식으로 운영되는 버스 준공영제 적자분을 시내버스 요금 인상을 통해 시민들에게 전가시킬 것으로 예상되면서 힘 없는 서민들의 겨울이 더욱 추워질 전망이다.

인천시는 작년 9월 다 나은 시내버스 서비스 향상과 대중교통 활성화, 운전기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실시했다. 시내버스 준공영제는 기존 업체 노선권을 시가 가져와 고비용 노선체계의 업체위주 노선을 시민 편의 위주로 바꿔보자는 취지에서 시행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시민의 편의성 개선 없이 업체의 경영 비효율성만 떠안고 예산만 투입해 취지에 어긋난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종학 인천발전연구원 도시교통연구실 연구위원은 "시민들이 크게 만족하고 이용이 편리해졌다면 예산이 많이 들어갔다고 해서 잘못됐다고 할 수 있겠느냐"라며 "그러나 지금 쯤이면 예산 투입 대비 원래 하고자 했던 목적을 달성했는지 평가가 필요한데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 연구위원은 "돈은 들어갈 수 있지만, 버스 준공영제를 하려던 취지가 나왔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하지만 아직까지는 특별히 내세울 만한 게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인 대중교통 이용자 편의성 제고 필요

인천시가 작년 시내버스 준공영제 시행을 위해 마련한 예산은 470억원 정도. 2011년도에는 약 500억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수도권 통합요금제(환승 할인) 지원금액까지 지원할 경우 1천억여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그러나 현재 인천시 재정여건을 보면 버스회사에 지급해야 할 돈도 제때 맞추지 못하는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시 관계자는 "시 재정이 어려운 관계로 버스회사에 줄 재정지원금도 날짜에 맞춰서 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기사들의 인건비 지급 날짜에 맞춰야 하는데 11월과 12월의 경우는 보름 정도 늦어질 것 같다"라고 말했다.

결국 시내버스 회사들은 기사들의 인건비 지급 날짜를 맞추기 위해 대출 등 다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인천뿐만 아니라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하는 다른 지자체들도 마찬가지. 특히 교통망이 연결돼 있는 인천과 서울, 경기도의 경우 어느 한 곳에서만 버스요금을 올릴 수 없기 때문에 서로 다른 지자체의 눈치만 보고 있는 형편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이나 경기도가 먼저 버스요금을 인상할 수는 없고, 서울시가 인상한 후 어쩔 수 없이 따라가는 형식으로 올리게 될 것"이라며 "인천이 먼저 총대를 매면 시 버스관련 부서는 항의하는 민원 전화로 다른 업무가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종학 연구위원은 "현실적인 면에서는 요금 인상밖에 대안이 없다"면서 "요금을 인상하더라도 환승센터 설치나 버스이용 개선 등 실질적인 효과를 보여주면 좋겠지만, 아무런 행동 없이 요금만 올린다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 연구위원은 "승용차에 따른 혼잡 문제로 대중교통이 불편해지고, 그 원가도 올라가는데 부담은 대중교통 이용자들이 지고 있다"면서 "이를 승용차 이용자들이 부담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차를 끌고 나온 사람들에게 불편을 준다든지, 대중교통 이용자들의 혼잡을 해소시켜야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측면에서 중앙에 버스전용차로를 만들면 상대적으로 대중교통은 빨라지고 승용차들은 부담을 갖게 될 것"이라며 "인천도 도로가에 버스전용차로가 있지만, 실질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재정적인 측면에서도 환승시설이나 편의시설 등 이용 여건을 지금보다 더 좋게 하면 승객이 많아지고 그만큼 손실도 줄어들 것"이라며 "노선 역시 시민 편의 위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부평역은 3개 전철 환승역과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지만 버스 환승센터는 갖추고 있지 않다.

인천의 경우 버스 환승시설의 최악으로 꼽히는 지역이 바로 부평역이다.

이곳은 국철 1호선과 인천지하철 1호선, 급행열차 등 열차 환승시설이 몰리면서 인근 역세권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지역. 하지만 버스 환승시설은 눈을 씻어도 찾아볼 수 없다. 미로같은 지하상가를 5분 이상 헤메고 난 뒤에야 겨우 지상에 나가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서울이나 경기도 어느 지역을 가보더라도 많은 사람이 몰리는 지역에 버스 환승시설을 갖추지 못한 곳은 인천 부평역이 유일하다.

물론 지하상가 상인들의 이권과 관련해 자치단체장의 정책 추진 방향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지만, 그 이외 부평역을 이용하는 시민들을 고려한다면 제대로 된 환승시설을 먼저 갖추는 게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급행간선버스, '문어발식' 노선 늘려 연계해 환승성 떨어진다

다른 지자체에선 버스 준공영제 시행과 함께 무료환승 시스템이나 버스도착 안내시스템(BIS), 중앙 버스전용차로 등을 병행했다. 타 지역 시민들은 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한 이후 이용에 변화를 느끼면서 효과를 톡톡히 느끼게 됐다고 한다.

인천에서도 2003년 말부터 전국 최초로 환승할인을 시작했으며, BIS시스템도 준공영제 이전부터 시행해오고 있다. 인천시가 시민들에게 버스 준공영제 시행의 정책효과를 나타내기 위해 병행한 게 급행간선버스 신설이다. 기존 시내버스 노선체계에서 서비스를 하지 못한 권역 간 급행연계 기능을 확보하고자 마련된 것으로, 업체수익위주로 지속됐던 불합리한 노선체계의 대안으로 준비됐다.

그러나 시행 1년이 지난 올 7월 인천발전연구원에서 운행실태 분석과 모니터링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최초 시행 당시 노선을 너무 많이 늘린 측면이 있고, 시민들이 이용하기에 접근성과 연계성이 떨어진다. 급행간선버스는 최초 11개 노선 84대로 시작했으나 시행 도중 접근성과 이용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2개 노선이 폐선됐다.

인천발전연구원 관계자는 "급행간선버스 시행 1년이 지난 시점에 모니터링을 한 결과 인건비 보조에 근거한 인천형 준공영제 아래서 이용수요가 명확하게 검증되지 않은 노선운행으로 운송수지 악화를 불러왔다"면서 "노선수, 운행대수, 정류소 등 노선운영체계가 시민들의 통행패턴에 부합하지 않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운행대수가 한정된 상황에서 배차간격이 10분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서비스 수준을 저하시키는 대표적인 원인으로 떠올랐다"면서 "노선 기종점간 이동성과 연계성이 강조됐지만, 뚜렷한 승객수요 규모가 모호하고 시내버스 이용시민들의 기종점 통행패턴과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곧 일반버스와 연계·환승체계가 불편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불합리한 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10개 노선 수는 타 광역시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노선 개편 필요 ▲인접 경기지역(김포, 부천, 시흥)과 인천지역 내 통행결절점(터미널, 경인전철 역세권)으로 운행하는 방안 고려 ▲연계·환승체계 개편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한종학 연구위원은 "버스 준공영제 시행은 장기적인 계획을 통해 추진돼야 하지만, 그때 그때 결정되다 보니 당장 내놓아야 할 시책이나 계획이 없다"면서 "전반적인 모니터링을 시행해야 하고, 업체의 비효율적 측면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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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2010-12-14 22:04:19
태화아파트에서 302번을 타고 송내역에 다녔는데 전에는 1000원을 하던 요금이 2200원으로 오르고 나자 주머니부담을 느껴 1시간이 걸려도 다른 버스를 타게 되더군요. 기사님 말씀으로는 준공영제가 시행되자 버스회사 마음데로 요금을 바꿀수도 없다고 하던데.. 이것이 시민을 위한 제도인지 의심스럽습니다.

신영이 2010-12-13 12:01:42
도대체 인천발전연구원이라는 데는 뭐하는 데냐? 한종학인가 하는 연구원은 뭐하면서 돈 받는 사람이고 저 따위 설명을 그냥 갖다쓰는 이 신문은 또 뭐하는 거냐. 승용차에 따른 교통 혼잡에, 차를 끌고 나온 사람에게는 불편을 주자고? 대중교통이 편해봐라. 기름값도 비싼데 누가 차 갖고 다니나. 게다가 자가용 운전자는 시민 아니냐. 연구를 한다는 자가 어떻게 불편을 줘서 목표를 달성하자는 제안을 할 수가 있는 거냐. 글구 버스든 택시든 타고 도로 다녀봐라. 차선 막 바꾸고 신호위반하고 버스 무대뽀 난폭 운전에 등골이 오싹오싹하다. 괜히 서울 따라서 특혜줘놓고 이제 와서 승용차 때문에 성과가 안나는 거라구? 웃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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