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업' 육성정책 구호만 요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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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 육성정책 구호만 요란
  • 이병기
  • 승인 2011.03.1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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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인천지역, 사회적 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은?

[기획] 인천지역, 사회적 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은?

1. 인천지역 사회적 기업의 현 주소
2. 인천과 타 지역 사회적 기업 정책 비교
3. 양준호 인천대 사회적 기업 연구센터장 인터뷰


지난달 22일 문을 연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인천시는 지난 1월 28일자로 '인천시 사회적 기업 재정지원사업'과 '인천형 예비사회적 기업 지정' 신청을 완료했다. 시는 '사회적 기업 육성법'의 인증요건보다 다소 완화한 지정요건으로 인천형 예비사회적 기업을 지정해 취약계층에 안정적 일자리 창출과 사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현재 33곳의 사회적 기업과 6곳의 예비사회적 기업을 오는 2014년까지 300개 이상 확대해 6천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올해는 100곳 이상 육성한다는 거창한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실제 사회적 기업 일선에 나가 있는 활동가들은 시의 정책이 달갑지만은 않다. 인천시의 장밋빛 미래 속에 과연 지역의 사회적 기업 현주소는 어디 있는지 알아본다.    

취재: 이병기 기자


인천지역 사회적 기업 현황 (출처: 인천시청)

'빵을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게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파는 기업'.

'사회적 기업'은 더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TV나 라디오, 혹은 길거리나 인터넷에서 누구나 한 번 쯤 접해봤을 단어다.

사회적 기업 육성법 제2조에는 "취약계층에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해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와 서비스 생산과 판매 등의 영업활동을 하는 기업"을 '사회적 기업'이라고 설명한다.

사회적 기업의 유형은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사회적 기업에 속한 근무자 중 취약계층 비율이 30% 이상일 경우는 '일자리 제공형', 사회적 기업에서 취약계층에 제공하는 사회서비스 비율이 30% 이상일 때는 '사회서비스 제공형', 일자리 제공형과 사회서비스 제공형의 비율이 각각 20% 이상일 경우는 '혼합형'이라고 불린다.

작년 12월 현재 전국에서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된 데는 총 501곳이다. 이 중 인천은 33곳으로 예비사회적 기업은 6곳이다.

서울 114곳과 경기 87곳에 이어 세번째로 부산(25)이나 광주(17), 대전(11), 울산(16) 등 타 광역시에 비해 많게는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또 강원(31)이나 전남(24), 경북(24) 등 도 단위보다도 많은 사회적 기업이 활동중이다.   

그러나 이런 수치만큼 인천시가 지역의 사회적 기업 지원에 적극적일까?

현장에 있는 이들의 대답은 '글쎄'다.

양재덕 (사)실업극복 인천본부 본부장은 "올해 노동부는 인천지역 사회적 기업 지원 예산으로 약 18억원, 인천시는 5~6억원을 배정했다"면서 "문제는 이 금액이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는 데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돈' 인데, 인천시는 돈을 들이지 않으면서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인천시 사회적 기업 홈페이지(www.incheonse.go.kr)에 실린 인사말에서
송영길 시장은 "우리 시는 일자리 창출을 주요 역점시책으로 선정해 추진하고 있다"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인천지역 기초단체 중에서도 재정형편이 아주 열악한 것으로 꼽히는 남구도 사회적 기업 지원 예산으로 10억원 이상을 자체적으로 편성한 것과 비교하면 인천시의 '의지'가 '알맹이'보다는 '구호'에 치중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사회적 기업 지원사업은 당초 고용노동부에서 관장하던 사업이었으나, 올 들어 각 지자체로 사업을 넘기고 있다. 따라서 인천시 차원의 정책지원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양재덕 본부장은 "남구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회적 기업 지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체장의 마인드"라면서 "사회적 기업의 일자리는 서민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고, 지역 하부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단체장의 철학이 있어야지만 투자되고 예산이 반영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노동부에서 사회적 기업에 지원하는 예산도 작년과 올해 각각 20%씩 줄어든 것도 사회적 기업의 악재 중 하나다.

이뿐만 아니다. 인천시가 주장하는 완화한 조건의 '인천형 예비사회적 기업'도 일선에서 예비사회적 기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양 본부장은 "실질적으로는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을 받기 위한 조건도 충족하기 어렵다"면서 "엄격하게 기준을 정하면 신중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사회적 기업이 창업하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있다"라고 말한다.

인천시는 예비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지 못하는 곳들에 한해 '인큐베이팅 예비사회적 기업'으로 모집할 예정이지만, 추후 예산을 확보했을 경우에만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지원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인천 남구의 사회적 기업 포스터인천시가 운영하는 사회적기업육성지원위원회도 현실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인천시 사회적 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근거로 운영되는 사회적기업 육성위원회는 위원장 1명과 위원 14명으로 구성돼 사회적 기업과 예비사회적  기업의 설립·육성을 심의한다. 이들은 사회적 기업 등의 육성지원계획과 연도별 시행계획의 수립, 평가에 관한 사항이나 예비사회적 기업의 지정과 취소에 관한 사항, 사회적 기업 등의 운영과 지원에 관한 사항 등을 논의한다.

일각에서는 사회적기업육성위원회가 시 공무원과 노동부, 교육청 등 기관별로 인원을 안배해 운영하고 있으며, 이들 중 사회적 기업 현장에 참여했던 인사는 단 한 명 뿐이라고 질타한다. 직접 해보지 않았던 육성위원들은 사회적 기업 사업 내용을 상식으로 판단하고, 그럴 듯해 보이면 '한 번 해보자' 하는 형식이기에 지역의 사회적 기업들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향후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이 재대로 이뤄지려면 충분한 경륜과 경험이 있는 인적 자원을 모아 시스템을 짜고 어떻게 지원할지 고민하는 육성위원회의 구성을 지역 시민사회는 제안하고 있다. 

다사랑 보육서비스, 취약계층·경력단절 여성 고용창출 효과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은지 올해로 2년째인 (주)다사랑 보육서비스는 현재 84명의 보육교사가 근무하는, 비교적 탄탄한 지역의 사회적 기업이다.

주로 중산층을 대상으로 베이비 시터를 제공하는 이 곳은 직원 80명 중 60%가 취약계층인 '일자리 제공형' 사회적 기업이다.



다사랑 보육서비스는 수익금의 대부분을 투자해 남동구 논현동에서 어린이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다. 기존 14단지 공부방 운영에 이어 오는 지난 14일부터 논현주공 3단지에서 하늘마을 공부방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

심옥빈 사업국장은 "지역사회와 LH가 운영에 도움을 주고 있지만, 자체적으로도 리모델링비 500만원과 공사비 200만원 지원, 연간 인건비 5천만원 이상을 보조할 예정"이라며 "이 동네 단지가 보통 2천세대 정도인데, 38명 규모의 어린이집 한 곳 이외에는 복지관이나 지역아동센터 하나 없는 실정"이라고 말한다.

다사랑은 저소득층 부모들의 교육비 부담과 아이들이 방치되는 것을 걸 위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공부방 운영을 지속할 계획이다.

심옥빈 다사랑 보육서비스 사업국장은 "일하는 사람 중 대부분이 취약계층이거나 경력단절 여성들이며, 40대 중후반에서 50대 사이다"면서 "요즘은 식당 설겆이도 40대 미만 여성들만 시키기 때문에 여성들의 일자리가 부족한 현실"이라고 말한다.

심 국장은 "다사랑에서 근무하는 여성들은 모두 육아경험도 있고, 20~40시간을 교육받으면 근무가 가능하다"면서 "큰 고용창출 효과를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기존 가정방문 보육시장의 경우 일반적으로 직업소개소를 통해 가사도우미나 파출부를 불러 아이를 맡기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이 때문에 이용자들은 신뢰성이나 책임소재 측면에서 다소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었던 반면, 다사랑보육센터에서는 전문화된 보육교사를 양성해 파견하고, 각종 사고를 대비한 배상보험 가입으로 이용자들에게 믿음을 주고 있다. 

심 국장은 "그러나 저소득층 육아 측면을 생각하면 불편하다"라고 말한다.

저소득층이나 경력단절 여성들의 일자리 제공 측면에서는 긍정적 효과를 보이고 있지만, 높은 보육료 때문에 '중산층'만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사회적 공공 서비스 제공'에서는 고민이 많다는 것이다.

그는 "현실적으로 저소득층 엄마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 "인건비도 되지 않는다"라고 한탄했다.

심 국장에 따르면 얼마 전 발표된 통계자료에서 저소득층 여성 중에서 18% 정도가 가정방문 보육서비스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여성의 경우 아침 출근길에서 버스를 타고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는 것 자체가 '출근길 지옥'을 방불케 하기 때문이란다.

다사랑 보육서비스 사업 초기에 동네 가정집에서 4명의 아이들을 모아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위탁보육을 시행한 적이 있었다. 1년 미만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당시 월 보육료를 45만원으로 책정했을 때는 이용자가 모이지 않았는데, 월 35만원으로 낮추니 대기자까지 생겼다는 것이다. 즉, 월 35만원 정도가 저소득층 가정의 지불의사 가능액이라는 설명이다.

심 국장은 "정부나 지자체에서 35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지원하면 저소득층 보육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라고 제안한다.


남동구 논현동 주공3단지에 위치한 하늘마을 공부방

다사랑 보육서비스는 주 40시간을 기준으로 75만원을 받는다. 그 외 수당까지 합치면 이용자들은 월 평균 100만원을 보육료로 납부한다. 이 중 근로자들은 최저임금 수준인 93만2천원 정도를 급여로 가져가고, 나머지는 회사의 운영비용으로 사용된다. 또한 수익금 중에서도 2/3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어 '기업'으로서 성공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심옥빈 국장은 사회적 기업이 성공하려면 제도적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작년 다사랑 보육서비스가 국가에 낸 부가가치세는 5천만~6천만원. '부가가치세'는 재화, 또는 용역의 소비행위에 부과되는 일반소비세인데, 이를 사회적 기업에도 일반 민간기업과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소비자들에게 100만원을 받으면 10만원 세금을 내는 꼴"이라며 "나라가 취약계층이 벌어온 돈 10만원을 가져가고 있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다사랑 보육서비스에서 이용자들에게 베이비 시터를 제공하면서 세금을 내지 않는 방법도 있다. 바로 단순한 '직업소개소' 형식을 띠는 것이다. 그들은 이용자들에게 '개인'을 소개시켜 주고 수수료만 받으면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는 이용자와 근로자 모두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회사에 속하지 않은 근로자들은 4대보험 혜택도 받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고, 이용자 역시 '신뢰'와 책임소재 측면에서 우려를 안게 된다.

심 국장은 "현 정부 들어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인식이 '사회적 공공성'보다는 '시장경제에서 알아서 살아남아라'라는 방향으로 변했다"면서 "사회적 기업 활동을 뒷받침할 수 있는 법 개선이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인천의 사회적 기업 발전을 위한 과제

조민호 인천사회적기업협의회 회장은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자주적 역량을 키우는 게 사회적 기업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제"라며 "아울러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지원도 병행되면서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제안한다.

조 회장은 지방정부와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사회적 기업 발전을 위한 협의체와 지원센터 설립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회적 기업의 주요 활동 주체는 공공과 시장이 아닌 제3섹터에 있으며, 따라서 지역사회에 있는 비영리적 조직과 사회적 경제 부문의 조직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의 창조적이고 도전적인 실험과 노력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민간에게 강력한 주도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의사결정권과 집행권, 재정권 등에서 지역 시민사회가 주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지방정부는 지원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민과 관이 협력해 '인천지역 사회적 기업 지원센터'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또한 "사회적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다양화하고 규모의 영세성을 극복할 수 있는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인천의 도농복합적 지역 특성을 살릴 필요가 있고, 문화와 생태, 도시재생, 이주민 영역 등 변화하는 도시 특성과 다양한 지역사회의 욕구를 사회적 기업 방식으로 개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정부의 계속적인 지원 필요성도 제기됐다.

조 회장은 "정부의 사회적 기업법을 보면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고, 다른 취약계층에는 사회 서비스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명시돼 있으나, 지원 2년 후에는 중단으로 돼 있을 뿐 정부 스스로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면서 "정부의 지원중단 후 스스로 자립여건이 되지 못할 때 사회적 기업의 존립기반이 위태롭고, 이는 참여자들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근로의욕 저하로 이어진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의 지원기간 연장과 단계적인 지원축소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외에도 ▲우리의 현실에 맞는 중·장기적인 제도적 개선 ▲지자체와 공공기관, 업종별 관계부서와의 연계 강화 ▲인천지역 사회적 기업에 대한 연구 ▲민간영역에서의 지역사회 사회적 기업 지원조직 육성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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