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무거운 세계와 한없이 가벼운 언어 사이에서 균형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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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무거운 세계와 한없이 가벼운 언어 사이에서 균형잡기
  • 정민나
  • 승인 2020.12.10 0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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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양산 둘레길 고마리 꽃 - 김희중

 

고마리꽃

 

계양산 둘레길 고마리 꽃

                                          - 김희중

 

레일은 녹슬고

길이 막힌 철로

고향 쪽으로 뻗어있는

마음만 가는 길

리릴리 삐릴리

꽃가마 따라간다

시인은 계양산 둘레 길을 걸어가다 고마리 꽃을 발견한다. 고마리 꽃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 필자는 식물을 다루는 사이트에 들어가 고마리 꽃을 검색해 본다. 새색시가 립스틱을 바른 것처럼 하얀 봉오리 끝에 빨간색 정점을 찍은 고마리. 연분홍 화사한 빛깔을 띄운 사랑스런 고마리. 천변에 은은하게 피어있는 고마리. 하얗게 순결함을 지향하는 고마리. 나비같은 고마리. 딸기같은 고마리. 다양한 자태를 연출하는 고마리 꽃이 선물처럼, 사랑처럼 한가득 들어온다.

그러한 고마리가 그 옛날 젊은 시절로 시인을 인도한다. 레일은 녹슬었는데 고마리를 따라 시인의 마음은 친숙하게 고향쪽으로 가고 있다. 철로는 길이 막혔는데 시인의 마음만은 “리리리 삐릴리” 유장하게 꽃가마를 따라간다. 고마리가 피어있는 길은 어찌하여 고향 쪽으로 뻗어있을까. 고마리를 보는 순간 꽃가마 - 새색시 - 자기 육신의 시원(始原)이었던 고향이 일시에 펼쳐지며 시인의 시야에 지금까지 살아온 한 생애가 연상되었던가.

시인 자신은 이렇게 천진한 시선으로 시적 구원을 얻는다.

고마리 한 송이에서 자기 생애 우주를 발견한 시인. 그리하여 그는 고맙게도 가장 작은 언어로 가장 넓은 시간을 독자에게 돌려주기도 한다.

 

 

시인 정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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