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고 시도 쓰며 나를 찾는 작은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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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고 시도 쓰며 나를 찾는 작은 책방
  • 이수인
  • 승인 2020.12.11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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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책방, 그 너머의 기록]
(35) 시 쓰는 엄마, 그림 그리는 이웃 - 이수인 / '동네책방시방' 책방지기

지난 3월에 시작한 <작은책방, 그 너머의 기록> 연재가 10월부터 필진을 바꿔 새롭게 시작합니다. '시즌2' 연재에 참여한 필진은 부평구 부평동 ‘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 김한솔이 대표, 동구 창영동 ‘책방마쉬’ 김미영 대표, 남동구 만수동 ‘책방시방’ 이수인 대표, 서구 가정동 ‘서점안착’ 김미정 대표, 미추홀구 주안동 ‘딴뚬꽌뚬’ 윤영식 대표 등 5명입니다.
 

책을 매개로 실용적이고 건전한 여가 생활을 제공했던 '일상의 작은 기적'은 독서모임과 독후 색연필 그림 그리기를 진행했습니다.
책을 매개로 실용적이고 건전한 여가 생활을 제공했던 '일상의 작은 기적'은 독서모임과 독후 색연필 그림 그리기를 진행했습니다.

 

2020년, 시방의 이야기를 함께 쓰고 펼친 사람들

책방이 위치한 만수2동은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한 문화적으로 낙후된 동네입니다. 상권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면 배제했을 동네죠.

하지만 감나무에 날짐승을 위해 까치밥을 남겨두는 마음으로 문화시설 갈증을 느끼는 주민들에게 가지를 뻗었습니다. 달콤하게 무르익은 홍시처럼 책방에서 펼쳐지는 소소한 이야기가 공간을 찾는 분들에게 마음의 양식이 되길 바라며 올 한 해를 보내왔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일정에 차질을 빚고, 기획했던 일들을 마음껏 펼치지 못한 아쉬움이 남지만

책방의 방향을 아로새기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시방의 두 번째이자 2020년을 정리하는 마지막 글은 올해 시방에서 진행한 다양한 프로그램 중 ‘시 쓰는 엄마들의 모임, 시(詩)엄마’, ‘일상의 작은 기적:일기’, ‘릴레이 글쓰기’에 대해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기획은 창작과 마찬가지로 경험과 정서에서 비롯된다고 믿는데, 올해 펼친 프로그램에 개인적으로 축적된 경험과 정서가 투영되었던 것 같아요.

 

'시 쓰는 엄마들의 모임, 시엄마' 초청 강사인 신현림 시인의 강연을 듣는 참가자들
'시 쓰는 엄마들의 모임, 시엄마' 초청 강사인 신현림 시인의 강연을 듣는 참가자들

‘시 쓰는 엄마들의 모임, 시(詩)엄마’

미래에 대한 보장도, 희생에 대한 보상도 없이 희생을 당연시하던 실버세대 엄마. 육아제도가 마련되어 부부가 육아 부담을 함께 나누어도 현실적인 어려움을 거듭하며 결국 일을 그만두고 경력이 단절되어 자존감을 잃어가는 요즘 세대 엄마. 이들이 시를 통해 치유와 위로를 얻고, 자존감을 회복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마련한 ‘시 쓰는 엄마들의 모임, 시(詩)엄마’

이 프로그램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지역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문화가 있는 날-동네책방 문화사랑방’ 지원사업에 선정되었습니다. 참가자들은 무료로 신현림 시인의 강연을 듣고, 시를 창작하여 한데 묶어 기념 시집을 발간하였습니다.

저 역시 한때 육아로 인해 사회에서 멀어졌던 경험이 있었기에 참가자들은 엄마로서의 고충을 백 마디 말보다 시를 나누며 연대를 이루고 서로를 쓰다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시는 어느 시대 어느 장소에서나 정신의 양식이면서 동시에 구원의 등불이었다.’라는 시인 네루다의 말을 경험하며 참가자들은 『시를 쓰며 나를 찾다』 기념 시집의 제목에 뜻을 모았습니다.

'시 쓰는 엄마들의 모임, 시엄마' 참가자들의 시를 엮은 기념 시집 『시를 쓰며 나를 찾다』발간
'시 쓰는 엄마들의 모임, 시엄마' 참가자들의 시를 엮은 기념 시집 『시를 쓰며 나를 찾다』발간

 

‘일상의 작은 기적: 일기’

책방에서 비공식적으로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 세 명과 독서 모임을 꾸려가던 중 인천문화재단이 주최하는 ‘2020 동네방네 아지트 지원사업’ 공고문을 접하였습니다. 우리만의 독서 모임을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읽은 책을 토대로 색연필을 활용한 독후 그림 그리기를 그려보고 싶은 바람으로 기획하게 되었어요. 같은 책이라도 저마다의 감상과 그림이 달라서 꽤 흥미로웠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궁극적 목표는 우리가 그린 그림을 전시 및 판매하여 수익금을 전액 기부하는 것이었는데, 참가자들은 그리횬 일러스트레이터의 섬세한 가르침 덕분에 매시간 다른 재료를 활용하여 근사한 작품을 그려냈고, 판매 수익금은 한 단체에 기부하였어요. 참가자들은 무료로 독서와 독후 그림 그리기를 배울 수 있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고, 받음에 그치지 않고 사회에 다시 나누는 선순환을 실천하여 보람을 느꼈습니다.

'일상의 작은 기적'은 독후 색연필 그림 그리기를 통해 완성된 작품을 전시 및 판매를 추진했고 궁극적 목표였던 수익금 전액 기부를 실천했습니다
'일상의 작은 기적'은 독후 색연필 그림 그리기를 통해 완성된 작품을 전시 및 판매를 추진했고 궁극적 목표였던 수익금 전액 기부를 실천했습니다

 

‘릴레이 글쓰기’

앞선 기사에 언급했듯 저는 문화예술 기획이 주업이었습니다. 주로 인문학(예술) 기행, 작가와의 만남, 문학그림전, 낭독회 등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였는데 몇 해 전, 유명 시인 부부를 초청하여 참가자들과 기차를 타고 칠곡 인문학 마을에 가는 기행을 담당했었어요. 기차 안에서 다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상하다가 ‘릴레이 글쓰기’를 떠올리게 되었죠. 시인 부부며 참가자들 모두 대만족한 시간이었어요.

기획 역시 경험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는데, 그때의 여운을 떠올리며 ‘릴레이 글쓰기’를 진행했어요. 책방 개업과 동시에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 기획했던 일인데 마침 비대면 시대에 적합한 프로그램이었죠. 온전히 온라인으로 진행했고, 누구나 참여 가능한 흥미로운 글쓰기 프로그램이에요. 장르 불문하고 차례로 앞 참가자의 글에 이어 쓰며 함께, 또 따로 한 편의 작품을 완성하는 방식으로써 비록 책으로 엮지 못했지만 시방 블로그에 연재하였습니다.

어느 순간 ‘릴레이’를 활용한 프로그램이 흔해져 하반기에는 진행하지 않았는데 곧 다시 시작해보고자 합니다.

작지만 쓸모 있고 실속있는 공간을 조성하고 싶은 바람을 담아 2021년에는 더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맞이하겠습니다. 책과 함께 덮는 2020년, 모두 애쓰셨습니다.

 

시방의 시작과 함께 진행했던 '릴레이 글쓰기'
시방의 시작과 함께 진행했던 '릴레이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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