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책방]이 추천하는 도서목록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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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책방]이 추천하는 도서목록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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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1.29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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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나의 채소밭』
『시의 날개를 달고-에밀리 디킨슨, 세상을 만나다』
『별 별 초록별』
『보통의 언어들』
『여행자의 편지 치앙마이』

인천in 기획연재 [작은 책방, 그 너머의 기록]의 필진이 추천하는 도서목록을 매주 소개합니다. 이번주에 추천해주시는 분들은 필진 '딴뚬꽌뚬' '마쉬책방' '동네책방 시방' '서점 안착 ' '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 책방지기 5분입니다.
 

 

딴뚬꽌뚬 추천 - 『알레나의 채소밭』 소피 비시에르, 김미정 옮김, 단추

소피 비시에르의 『알레나의 채소밭』의 줄거리를 거칠게 요약하면 ‘어느 농부의 일 년 농사’ 혹은 ‘농산물 생산과 유통과정’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책을 읽는 일이 “밥 먹을 때 농부아저씨/아줌마들에게 고마워해라”라는 교훈만 남기고 끝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왜냐하면 『알레나의 채소밭』은 농부의 노동 뿐 아니라, 그 노동으로써 생산되는 사물에 대한 의식적인 관심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그림책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우리는 돈을 주고 물건을 사는 일에 너무 익숙해져서, 우리가 사고 먹고 버리는 물건들에 담긴 역사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돈이 있다면 필요한 걸 사다가 쓰고 버리면 되는 것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간편한 삶이니, 굳이 그런 것을 생각하기란 저금 번거롭기는 합니다.

하지만 『알레나의 채소밭』의 어린 화자는 시장에서 판매되고 소비되는 사물들의 역사에 다정한 시선을 던짐으로써 우리의 일상적인 무관심함을 새삼스럽게 돌아보도록 합니다. 알레나 아줌마의 고단한 노동과 생명에 대한 사랑이 우리에게 전해질 수 있었던 것은 화자인 꼬마아이가 이웃인 알레나 아줌마에게 따뜻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덕분입니다. 즉 사물의 가격표 뒤에 숨은 자연의 변화, 시간의 흐름, 그리고 그 안에서 이루어진 고된 노동은 이웃과의 친밀한 관계 속에서 비로소 드러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알레나의 채소밭』에는 누구를 가르치려 하는 의도가 담긴 문장은 단 한 줄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 그림책은 독자로 하여금 자기 자신과 우리 사회가 이 어린 화자와 같은 시선을 가지고 있는지 한 번 쯤 반성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책방 시방’ 추천 -  『시의 날개를 달고-에밀리 디킨슨, 세상을 만나다』, 제니퍼 번 저, 산하

《시의 날개를 달고-에밀리 디킨슨, 세상을 만나다》는 인물 이야기 그림책으로 저명한 제니퍼 번 작가가 에밀리 디킨슨의 삶과 시에 대해 쓰고, 베카 스태트랜더가 그린 그림책입니다.

외출을 극도로 꺼리며 은둔 생활을 하던 에밀리 디킨슨은 약 1800여 편의 시를 남길 정도로 다작을 했지만 생전 발표한 작품은 일곱 편에 불과합니다. 사후 여동생과 몇몇 사람들에 의해 시가 세상에 발표되며 독특하고 독창적인 실력을 인정받게 되었죠.

특히, 19세기와 20세기의 문학적 감수성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했다는 점에 추앙받았습니다.

그녀는 주로 자연, 사랑, 죽음, 고독, 슬픔, 여성의 자아 등에 대한 사유와 감수성을 조각하듯 세심하게 다듬고, 긁어내며 시의 형상을 그려냈어요. 사람들과 편지로만 교류하며 직접 만남을 꺼리던 그녀에게 책과 글쓰기는 세상을 향한 날갯짓이자 안식처였을 겁니다.

책 본문에 ‘무엇보다도 에밀리는 책을 사랑했어요. 영혼의 가장 강한 친구는 책이랍니다.’라는 구절이 등장해요. 그녀의 일생을 잘 보여준 문장 같아요. 에밀리에게 시는 놀이이자 위로였습니다.

그림책의 특성상 간결한 문장과 그림들이 그녀가 시의 날개를 달고 세상을 어떠한 마음으로 바라보았는지 이해하기 쉽게 담아냈어요. 또한, 에밀리 디킨슨의 시에 대한 설명부터 시를 읽고, 쓰고, 누군가와 나누는 방법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부모와 자녀(10세 이상)가 함께 읽을만한 그림책으로 책을 통해 세상을 보라보는 시선에 상상력의 날개를 달아보세요.

 

마쉬 책방 추천 - 『별 별 초록별』, 하야시 기린 글, 하세가와 요시후미 그림, 김보나 옮김, 나는별 출판사

나는 별, 너도 별, 우리 모두 별

아이는 귤에서 별모양의 꼭지를 발견하고 호박, 토마토, 다른 식물에서도 별, 초록별을 발견합니다. 우산이 찢어져서 물 위에 비춘 모양을 상처가 아닌 반짝이는 별이라고 말합니다. 나뭇잎 별똥별을 쫓던 아이는 두 팔과 다리를 활짝 벌려 큰 대자(大)로 눕지요. 그 순간 “나도 별”이라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손가락 다섯개를 활짝 펼친 별 손으로 주변 친구들과 손에 손을 잡은 모습은 마치 지구와 같은 모습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때로는 멀리서 반짝이는 별만 바라보느라 나도 반짝이는 별이라는 것을 잊지는 않았나요? 이 그림책은 지루하고 심심한 아이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때론 무료한 시간이 깨달음을 주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별을 발견할 시간, 나에게 집중 할 시간을 꼭 마련해보세요. ‘나는 별, 너도 별, 우리 모두 반짝이는 초록별’이라고 말해주는 <별 별 초록별>을 통해 아이도 어른들도 가까이에서 반짝이는 별들을 만나보세요.

 

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 추천 - 『보통의 언어들』 김이나

글쓰기 수업을 하다보면 ‘필사를 하면 글쓰기가 수월해질까요?’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흔히 다독, 다작, 다상량이 글쓰기의 기본이라고 꼽히기 때문인데요. 필사가 물론 쓰는 리듬감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장편 소설 또는 어렵고 난해한 책을 선택한다면 단순 노동이 될 확률이 큽니다. 효율적인 필사를 하고 싶은 분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을 골라봤습니다. 바로 김이나 작사가님의 「보통의 언어들」입니다. 소설가보다 시인이 더 많은 단어를 아는 것처럼, 작사가들 역시 자신만의 단어를 가지고 있습니다. 시인과 차이가 있다면 일상에서 쓰이는 단어들의 속성을 깊이 있고 면밀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이죠. 관계의 언어, 감정의 언어,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단어의 재해석, 미공개 노랫말까지 다양한 구성으로 글이 엮여있습니다. 필사를 고민한다면 한 번 편안하게 도전해보세요. 아참, 김이나 작사가님의 시원한 인간관계에 대한 통찰력은 덤이랍니다.

 

서점안착 추천 - 『여행자의 편지 치앙마이』, 문희정, 문화다방

“종이에 펜으로 글씨를 쓰고 있으면 익숙했던 말의 속도에서 한 박자 물러납니다.” <여행자의 편지 치앙마이>는 초안을 작성하지 않고 엽서에 바로 써내려 간 글을 작은 선물과 함께 미리 신청한 누군가에게 보내는 ’여행자의 편지 프로젝트‘의 글을 모아 만든 책입니다. 여행지 소개 하나 없 는, 여행지에서의 일상과 감정을 적어 보내온 담백하고 정직한 이야기. 엽서에 적었던 짧은 글에 정갈한 사진 한 장이 더해지니 그 짧은 이야기는 단편 영화의 한 장면처럼 눈앞에 펼쳐지기도 합니다. 책의 디자 인까지 편안해서 책을 손에 쥔 동안에는 쉼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해외여행이 꿈처럼 여겨지는 시기라 다음 ’여행자의 편지 프로젝트‘가 언제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는 저도 꼭 신청해서 엽서를 받아보 고 싶어요. 기억 속에 있는 치앙마이의 컬러가 책을 통해 살아나니 여행 욕구가 더욱 간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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