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옛 시가 모아... ‘풍요로운 갈대 들판의 시이카(詩歌)’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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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옛 시가 모아... ‘풍요로운 갈대 들판의 시이카(詩歌)’ 출판
  • 인천in
  • 승인 2021.09.01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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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숙영 인하대 교수, 시가 장르 구분 없이 편집
17자, 길어도 31자에 불과한 짧은 시가에 '희로애락' 공감

 

인하대 왕숙영 교수(일본언어문화학과)가 편역한 일본 전통 시를 엮은 시선집, ‘풍요로운 갈대 들판의 시이카’가 발간됐다. 대학에서 제자들과 함께 느끼며 즐기던 일본의 옛 시들을 모은 시집이다.

책 이름 ‘풍요로운 갈대 들판’(豊葦原)은 일본의 미칭(美稱)으로 일본의 역사서 ‘고사기’, ‘일본서기’ 등에서 일본을 지칭하는 단어로 쓰였다. 연약하게 흔들리지만 쉬이 꺽이지 않는 갈대는 '시'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시들은 의미와 연상에 따라 자유롭게 시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한시, 와카(和歌), 가요, 하이쿠와 같은 일본 시가의 장르 구분과 관계없이 편집됐다. 사랑할 때, 이별했을 때, 가족을 생각할 때 등 다양하고 평범한 인간적 상황에서 간명하면서도 아름다운 표현을 찾을 수 있다.

고아한 품위가 있는 와카와 담백하고 개방적인 하이쿠, 익명성이 돋보이는 가요의 자유분방함과 한시의 선명한 메시지 등 장르에 따라 각기의 매력을 지닌 일본의 옛 시를 하나하나 만날 수 있다.

짧으면 17자, 길어도 31자에 불과한 단형의 시형식과 이를 둘러싼 드넓은 여백의 미가 일본 고시가의 정수라 할 수 있다. 그 짧은 시 공간에서 충분히 독자들은 인간사의 희로애락에 공감하고 자연과 공감하는 생태적 삶을 사유할 수 있다.

인하대학교 일본언어문화학과 왕숙영 교수는 일본 도카이대학 문학박사(일본중세시가), 미시간대학, 캠브리지대학 방문 교수 등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 『自讚歌注』, 『自讚歌古注十集集成』. 역서로 『창조된 고전-일본문학의 정전 형성과 근대 그리고 젠더』, 『일본시가의 마음과 민낯』(소명출판) 등이 있다.

책속의 시가 몇편을 소개한다.

 

 

어두운 봄 밤이여

알 수 없구나

매화꽃

모습이야 감춘다 해도

스며나는 향기를 어찌 감추리

- 오시코치노 미츠네(859?~925?) -

 

 

산 자는

결국 죽을

것이니

지금 이 순간을

즐기리라!

- 오토모노 다비토(665~731)-

 

 

노 젓는 소리도

선명히 들려오는

새벽녘

-소기(1421~1502)-

 

 

인적 없는 뜨락

이슬 맺힌 풀숲

귀뚜라미

홀로 가냘프게

울고 있네

-쇼쿠시 나이신노(1149~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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