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의 매력, '문화 콘텐츠' 공장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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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의 매력, '문화 콘텐츠' 공장이 되다
  • 김민경 기자
  • 승인 2022.05.17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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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를 수놓은 책방들] (1)한미서점
- "다음 세대에도 서점이 지속됐으면 좋겠어요"
배다리를 상징해온 헌책방. 궁핍한 시절, 서민들의 정신적 삶을 지탱해준 중요 공간이었다. 1970년대까지 40여개의 헌책방이 성황이었다. 지금 배다리에는 8개의 서점(헌책방 5개, 작은 새책방 3개)이 살아 있다. 각기 고유의 향기를 품고 도심의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며 부단히 노력한다. 하나하나 만나본다. 

 

장원혁·김시연 대표

"다음 세대에도 서점이 지속됐으면 좋겠어요"

배다리에 2세대에 걸쳐 가족이 운영하는 서점. 밝은 노란색 외벽이 눈에 띄는 서점, 한미서점(동구 금곡로 9)이다. 과거 금창동 일대는 1960~70년대에 서점이 즐비했지만, 현재에는 한미서점을 비롯한 몇 개의 서점만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한미서점은 1세대인 故 장경환 대표가 1953년 배다리 거리에서 노점으로 책과 잡지를 팔았던 것이 시작이다. 그 뒤 한미서점이라는 간판을 달고 처음 건물에 입점해 서점을 열어 책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현재 이곳을 운영 중인 김시연, 장원혁 대표와 서점의 현재와 미래에 관해 대화를 나눠보았다.

장원혁 대표는 학창 시절부터 부모님의 서점 일을 도와주다가 15년 전 아버지에게 서점을 물려받아 본격적으로 서점을 운영하게 됐다. 그는 "저는 부모님 세대의 방식이 몸에 배어 있어 그대로 서점을 운영했었지만 이제는 변화를 주는 시기인 것 같다"며 "아내의 방식으로 서점에 변화를 주고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아내인 김시연 대표는 디자인 전공생으로 우연히 서점에 책을 사러 왔다가 장원혁 대표를 만나 결혼해 책방을 운영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제가 원래 헌책방 가는 걸 좋아했어요. 헌책방이 주는 느낌이 좋았어요. 다양한 것들이 있잖아요. 책 냄새. 우연히 들춰본 오래된 책에서 나오는 저자의 사인 같은 것들. 그래서 막연히 ‘내 나이 50살이 되면 헌책방을 운영하고 싶다’ 라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소박한 꿈이 있었어요. 그런데 우연히 책을 사러 갔다가 헌책방 주인을 만나 결혼했고 남편 덕분에 꿈을 생각보다 일찍 이루게 됐죠.”

한미서점 故장경환 대표 사진

김 대표는 책만 팔아서는 헌책방 운영이 어려운 현실을 깨닫고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러다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한다. 우연히 벽에 붙은 인천문화재단의 지원사업 포스터를 보고 지원한 것이 선정된 게 본격적으로 문화프로그램을 시작한 계기가 됐다.  

"작은 서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이 필요한 것 같아요. 작은 규모의 서점은 책만 팔아서는 도저히 운영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에요. 그래서 한미서점의 공간을 헌책방으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같이 진행해야겠다는 생각에 남편과 이를 위한 공간을 꾸몄어요. 천장도 원래 낮았었는데 다 트고 다듬었어요. 2014년 공간을 손보기 시작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꾸리고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한 게 2015년입니다.”

 

한미서점에서 진행한 문화예술 프로그램 결과집

"주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것들을 프로그램에 반영하는 편이에요"

김 대표는 한미서점 문화예술 프로그램 공간을 '허상', '공상', '상상'을 실현하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아 '허공상실'이라 이름 붙였다. 허공상실에는 한글점자로 개발한 북마크, 필통, 텀블러 등의 문화상품과 고가의 소장용 도서가 전시돼 있다. 

서점에서 진행됐던 주요 프로그램은 문학을 매개로 세대 갈등을 다루는 '엄마의 책장', 아이들의 상상력을 길러주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허공상실', '일상의 작가', '소장용 도서 읽기 모임', 시각장애인 인식 개선 프로그램으로 점자로 문학 등의 구절을 수 놓는 수업 '손끝으로 여는 세상 책으로 나눠요', '손끝으로 연 세상 詩로 나눠요 시즌1,2' 등이 있다.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프로그램이 시각장애인 인식 개선 프로그램이에요. 2015년에 홍보차 구청에 갔다가 시각장애인이 관내에 400명이 넘는다는 걸 알게 됐는데, 그 숫자가 너무 크게 와닿았어요. '도대체 그분들은 모두 어디에 계신 걸까'라고 생각했죠. 그러면 우리 서점에 시각장애인을 참여자로 편지라는 주제로 서로의 이야기를 묵자로 나누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기획했는데 아무도 신청을 안 했어요. 

알아보니 저 같은 비시각장애인의 무지에서 온 결과더라고요. 당시 시각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했어요. 그래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우리가 시각장애인을 좀 더 알려고 노력하는 시각장애인 인식개선 프로그램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현재까지 꾸준히 진행하고 있어요"

점자를 개발해 만든 문화 상품

한미서점이 미래세대에도 계속 책을 파는 서점으로 지속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그들.

"제가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했던 이유도 원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사람들이 서점에서 책을 살 줄 알았거든요. 근데 문화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사람은 그걸 이용하기 위해 온거죠. 그게 별개의 지점이라는 걸 깨닫는데 2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요즘은 서점이 하나의 콘텐츠가 된 측면이 있어서 하는 역할들이 되게 많잖아요. 그 부분도 물론 좋다고 보지만 저희 한미서점의 메인은 책이라는 것. 그리고 책을 파는 공간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고 싶어요."

한미서점, 빼곡한 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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