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사람이 된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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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사람이 된다는 것은?
  • 최원영
  • 승인 2022.07.1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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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의 책갈피] 제60화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류시화)에 안데스산맥 북쪽 끝, 해발 5,900m 고도에 사는 코기 족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들은 유럽인을 피해 오랜 세월 동안 외부와의 접촉을 거부하고 살았다고 합니다. 이들에게는 독특한 전통이 있습니다. ‘마마’라고 불리는 코기 족의 사제들은 신점을 쳐서 미래의 사제가 될 아이를 알아낸다고 합니다.

그 아이가 어떤 과정을 통해 사제가 되는지를 알아보겠습니다.

“점지가 된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산 위쪽 동굴로 옮겨진다. 젖먹이 때는 아이 엄마가 동굴 옆에 머물며 젖을 먹이고 보살피지만, 아이는 사제들에 의해 철저히 양육된다. 9년 동안 일절 동굴 밖으로 나갈 수 없고, 해와 달조차 보지 못한다. 낮에는 자고 밤에 깨며, 버섯, 호박, 콩 등 소박한 음식만 먹는다. 사제들은 세상을 창조한 신에 관한 얘기를 들려주고, 신화와 종교의식을 가르친다.”

“이 기간이 끝나면 아이는 인간 마을로 내려갈지, 동굴에 남아 배움을 계속할지 선택할 수 있다. 후자를 택하면 다시 9년의 교육이 동굴에서 이루어진다.”

“희미한 빛밖에 없는 동굴 안에서 자기 내면의 영성과 대화하는 법, 하늘과 땅의 비밀, 인간 세상의 특별함과 아름다움을 배운다. 그러면서 나무와 산이 어떤 모습이고, 하늘을 나는 동물이 어떻게 생겼고, 바닷물이 몸에 닿을 때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한다. 그리고 어둠 속을 보는 데 익숙해졌기 때문에 마음이 지어내는 환상을 꿰뚫어 보는 투시력이 생긴다.”

“마침내 18년 동안의 수련이 끝나는 날, 아이는 사제 손에 이끌려 시에라 산맥의 새벽빛 속으로 나온다. 그때까지 관념과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세상과 처음 만나는 것이다. 놀라움과 경이로움으로 가득하다.

나뭇잎들의 초록색 수런거림, 바위에 자라는 이끼, 골짜기를 나는 새, 최초로 살에 닿는 햇빛, 온갖 나무와 꽃들. 경외감에 압도되어 아이는 무릎을 꿇고 위대한 신에게 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아이는 대지에 깃든 신성을 평생 간직하게 되고, 부족의 사제로 탄생한다. 그는 부족민에게 그 신성을 일깨우는 일을 하고, 이 세계와 영적 세계를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한다.”

18년 동안의 고행이 고행으로만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씨앗이 되어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어줄 겁니다. 고통이 크면 클수록 이렇게 희망의 크기 또한 커집니다.

저자는 이 얘기를 전하면서 자신의 깨달음을 이렇게 전합니다.

“이 코기 족 전통에서 나는 또 다른 의미를 발견했다. 삶에서 겪는 고통의 시기는 어두운 동굴에 갇혀 지내는 것과 같다. 희망의 빛이 차단되고 외부세계가 주는 즐거움도 사라진다. 이 경험은 우리를 깊어지게 한다. 고통의 시간은 삶을 깊고 넓게 보는 통찰을 준다. 밝음 속에만 머물면 시력은 깊이감을 잃는다.

고통은 우리를 동굴 안에 가두며 영원히 외부 빛을 다시 보지 못하게 할 것만 같다. 이대로 끝날 것만 같다. 그러나 그 기간을 통과하고 나면 어느 날 봄 햇살이 느껴지고, 어떻게 뿌리 내렸을까 싶은 돌 틈의 풀꽃에서도 힘을 얻는다.

그 눈뜸, 세상과의 새로운 만남 하나만으로도 어둠의 시기는 가치가 있다. 이 어둠 명상은 자신에 대해 배우고, 정화하고, 자기를 전체적으로 보는 기회다. 그게 정신적 고통이 주는 신비다.”

“‘마마’는 성직자이며 동시에 치료사를 뜻한다. 어둠의 시련을 겪지 않은 자는 타인의 어둠을 치료할 수 없다. 상처와 고통은 단순한 지식에서 통찰력 있는 지혜로 옮겨가는 다리다.”

맞습니다.

고통의 터널을 통과해보지 않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치료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겪는 고통은 훗날 누군가에게 큰 희망이 되어줄 겁니다. 그래서 살아있는 모든 존재는 아픈가 봅니다.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어주라고. 그게 아름다운 삶이니까요.

이 글을 준비하면서 ‘우리의 지도자들이 양성되는 과정은 어떨까?’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큰사람이 된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두에게 안녕과 행복을 주기 위해서는 쉽지 않은 험난한 고통과 역경의 과정을 보내야만 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영글어진 지혜가 필요할 테니까요. 그러나 이런 사람의 존재는 모든 사람에게는 축복이 될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지금 내가 겪고 있는 고통 역시도 훗날 누군가에게는 커다란 축복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고통을 견디게 하는 힘이 되어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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