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우 소설집 『오후 두 시의 친절한 이웃』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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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우 소설집 『오후 두 시의 친절한 이웃』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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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1.0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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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8편... 사람에 대한 깊은 시선, 섬세하고 따뜻한 문장으로 펼쳐

 

이선우 소설가의 소설집 『오후 두 시의 친절한 이웃』이 출간됐다. 출판사 <청색종이>의 소설 시리즈 ‘청색지소설선’ 다섯 번째 작품으로 2021년 아르코창작기금에 선정된 작품이다.

작가는 충남 아산에서 태어나 2015년 <영남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깃발이 운가」가 당선되어 등단한 이후 현재 인천에서 여러 동료 작가들과 함께 소설에 대한 고민을 나누며 작품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이번 소설집에는 총 여덟 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이선우의 소설은 고립과 단절된 관계가 맞닥뜨리게 되는 삶의 외로움을 차분하고 섬세하게 마주한다. 소설은 불완전한 삶에 휘둘리고, 때로는 뜻밖의 공포에 시달리며 인간이 어떻게 균열되고 무너지는가를 보여준다. 무기력이나 고립된 삶, 소통의 부재, 빚나간 인간관계 등 힘겨운 삶의 순간들을 이야기하면서도 소설은 오히려 따뜻하다. 삶이라는 결핍된 시간은 소설 속에서 다시 큰 위로가 되어 돌아온다. 사람에 대한 깊은 시선이 섬세하고 따뜻한 문장으로 소설을 이끌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소설 쓰기를 ‘결핍의 시간’이라고 말한다. 오히려 “심신이 지쳐 있을 때”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작가의 말에서 술회하고 있다. 삶의 결핍을 되돌아보는 과정은 또 다른 ‘결핍의 시간’을 경험하게 한다. 일상의 무수히 얽혀 있는 관계로부터 조금 벗어나 차분하게 다시 삶의 순간들을 들여다보는 과정이 소설을 쓰게 했다. 끊임없이 이어져 나가야 할 일상의 고리를 끊고 문장을 매만지는 일에 주력하는 일은 그 자체로 ‘결핍의 시간’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작가는 소설 쓰기를 통해 다시 삶의 균열과 관계의 고립, 아픈 상처를 치유하는 또 다른 시간을 만나게 된다.

표제작 「오후 두 시의 친절한 이웃」과 「토끼마켓」은 나약한 인간의 단절과 그로 인한 불안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친절한 이웃이 어떻게 공포의 대상으로 변하는지 그 과정을 들여다보는 동안 각자의 고립과 상처가 고스란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빌라로부스 전주곡」은 한 마을에 거대한 씽크홀이 생기면서 일어나는 공포와 인간의 이기적인 속성을 살피고 있다. 인간의 나약함과 관계의 단절은 주로 노인을 주인공으로 한 「소심한 복수가 아니었다면」과 「여름밤의 흑백영화」 등 여러 소설에 잘 드러나 있다.

「기서리에서 우리는」은 관계의 회복이 쉽지는 않지만 사람에 대한 진심을 이야기하고 있다. 부정할 수 없는 삶의 진실은 인간의 존재 자체를 다시금 인정하고 한 걸음 더 다가서게 한다. 「그 밤의 연주」에서 마두금 연주는 잃어버린 마음을 회복하는 중요한 예시가 된다. 새끼를 외면했던 어미 낙타가 구슬픈 마두금 연주를 듣고 눈물을 흘리며 모성을 다시 느끼는 이야기는 이선우 소설가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인간성의 회복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관계는 단절되었고 급기야 고립 속에서 외로움과 상처를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인간성의 회복은 그만큼 더욱 절실하게 다가오게 된다.

양진채 소설가는 이에대해 해설에서 “독자는 이런 나약한 인간의 모습에서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어쩌면 우리는 ‘인간이란…’ 말을 내뱉으며 삶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가 빚어낸 이 소설이 갖는 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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