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삶으로 가득찬 것이다."
제142회 ‘배다리 시낭송회’가 3월 25일(토) 오후 2시 인천시 동구 금곡동 ‘배다리 시가 있는 작은 책길(아벨 전시관 2층)’에서 이기인 시인을 초청해서 열렸다.
이기인 시인은 인천 출생으로 2000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ㅎ방직공장의 소녀들’이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했다. 시집으로 ‘알쏭달쏭 소녀백과사전(2005),‘ 어깨 위로 떨어지는 편지(2010)’, ‘혼자인 걸 못 견디죠(2019)’를 출판했다.
배다리 시낭송회는 참석자들이 한 권의 소책자에 실린 시인의 20여 편의 시를 서로 돌아가면서 낭송을 하고 초청 시인은 시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진행된다. 시낭송회가 끝나면 주최측에서 준비한 다과를 나누면서 대화를 이어간다.
이기인 시인은 신춘문예 당선작인 ‘ㅎ방직공장의 소녀들’에 얽힌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소책자에 실린 각각의 시들이 탄생한 배경을 자신의 삶과 생각을 진솔하게 드러내면서 들려주었다.
시가 될 수 있는 것은 우리 주변에 넘치고, 발길이 닿는 곳에서 만난 것들을 눈이 밝고 귀가 열려 있을 때 받아 적으면 시가 된다고 했다. 이기인 시인은 자신의 시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도 있기에 시를 쓸 때는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 한다고 시인으로서의 태도를 들려주었다.
2시간이 넘도록 진행된 시낭송회에서 시인은 정성을 다 하여 시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독자가 정성껏 읽어주는 자신의 시를 들으면서 무척 행복해했다. 배다리 시낭송회가 2007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온 긴 생명력의 힘은 바로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찾아와서 시다락방 공간을 따뜻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참석자들은 자신이 읽고 싶은 시를 다른 사람에게 빼앗길까봐 적극적으로 먼저 나와서 낭송을 하기도 하고, 시가 떠 올려준 자신의 삶과 가족이야기를 들려주어서 시낭송회는 따뜻하고 웃음이 이어지는 시간이 되었다.
배다리 관광하다가, 헌책을 사러 왔다가 시낭송회 소식을 접한 젊은이들이 호기심에 2층 계단을 올라와서 배다리 시낭송회를 환하게 빛내주었다.
매화꽃이 피더니 산수유가 이어 피고 목련도 활짝 얼굴을 드러내고 살구꽃까지 피었다. 우리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봄꽃을 오래 오래 바라보고 향기를 맡고 귀 기울이면 어느새 시가 우리 옆에서 말을 걸어오는 경험을 하도록 해주는 곳. 바로 배다리 시낭송회이다.
143회 배다리 시낭송회는 4월은 쉬고 5월 27일 (토) 오후 2시 이상교 시인을 모시고 열린다.
시인에게 온 편지
이 기 인
청송 교도소에서 편지 한 통이 날아왔다
밥풀냄새가 난다 그쪽도 내 독자다
지금은 봄이군요 그리고 아무 말이 없다
새순이 돋아서 좋다 꽃이 피어서 좋다
그쪽도 어쩌다 내 쪽으로 가지를 뻗어서 좋다
검열한 편지지 속에서 삐뚤삐뚤 피어난 꽃
볼펜 한자루에서 피어났다
오늘은 저녁 쌀 씻다 한 줌 쌀을 더 씻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