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안간 펼쳐진 별유천지 - 한국의 봄꽃이 이리도 고울 줄이야!
상태바
별안간 펼쳐진 별유천지 - 한국의 봄꽃이 이리도 고울 줄이야!
  • 허회숙 객원기자
  • 승인 2023.04.18 16: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포토기획] 미리 다녀온 군포철쭉축제

4월 17일(월) 오전, 미추홀구에 있는 집에서 40여분을 달려 군포철쭉동산을 찾았다.

2023 군포철쭉축제가 철쭉동산과 철쭉공원, 초막골생태공원, 산본로데오 거리 등 군포시 일원에서 오는 28일부터 30일까지 열린다.

지난 3년간 코비드의 여파로 미뤄왔던 봄꽃 축제가 4년 만에 열린다고 하여 축제 전이지만 길을 나섰다.

그러나 마음 한 편에는 아파트촌으로 이루어진 군포시에 무슨 대단한 철쭉동산이랴 싶어 큰 기대는 없었다.

지난 달 31일 미국에 사는 언니와 형부가 6년 반 만에 한 달 일정으로 필자의 집에 오셨다.

어쩌면 마지막 방문이 될지도 모른다는 비장한 심정이 깔려 있어 우리 5남매는 미국 언니의 가장 큰 소망이었던 한국의 봄꽃 나들이를 즐기러 길을 나서기를 거듭했다.

4월 4일부터 단양의 도담삼봉과 제천 의림지, 예천 회룡포와 삼강주막 일대의 흐드러지게 만개한 벚꽃과 개나리, 진달래를 취하도록 보았다.

지난주에는 태안 천리포수목원을 찾아 동백꽃이 만발한 숲길과 벚꽃이 비가 되어 흩날리는 산길을 산책했다.

다음 날 오전에는 꽃지해수욕장에서 열린 튜립 꽃축제를 찾아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아름다운 색색의 튜립과 꽃향기에 취해 남미에서 온 악단의 연주에 맞춰 즉석 길거리 춤판을 벌이는 기행도 서슴없이 벌였다.

심신이 조금은 피곤해지기도 해서 하루쯤 쉬려고 하는 참에 딸아이가 찾아왔다.

집에서 멀지 않으니 다녀오자고 권하여 군포철쭉축제를 찾아 나서게 된 것이다.

넓은 지하 주차장에 차를 대고 지상으로 나와 산길로 접어 드니 별안간 눈앞에 별유천지가 펼쳐진다.

아직 축제 기간이 되지 않았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산길을 오른다.

온 산이 갖가지 분홍색으로 수놓아진 철쭉동산이 눈앞에 펼쳐지자 모두들 탄성과 함께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철쭉의 꽃말은 사랑의 즐거움, 줄기찬 번영으로 봄의 생기와 사랑을 상징한다.

철쭉과 짝을 이루는 진달래의 꽃말은 기쁨이다. 선녀와 나무꾼 사이에서 나은 딸이 진달래라는 설화가 전해져 오고 있다.

한반도가 철쭉의 중심지였음은 예부터 전해오는 기록을 통해서 확인이 가능하다.

우리 민족의 역사를 우리의 시각으로 다룬 ‘일연’의 <삼국유사> 기이 편에 ‘수로부인’ 이야기가 나온다.

신라 성덕왕 때 당대 최고의 절세미인으로 알려진 수로부인과 철쭉으로 추정되는 꽃에 대한 이야기다.

강릉태수로 부임 해가는 남편 순정공을 따라 가던 수로부인이 바다가 보이는 산자락에서 잠시 쉬면서 절벽에 핀 연분홍 꽃을 보게 되자 이 꽃을 갖고 싶었던 부인이 주변 사람들에게 부탁했지만 너무 험한 벼랑이라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 그때 우연히 암소를 몰고 지나가던 한 노인이 꽃을 꺾어주겠다며 나섰다.

‘자줏빛 바위 가에 / 암소 잡은 손 놓게 하시고 /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으신다면 /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노인은 소고삐를 바위에 묶어두고 헌화가獻花歌를 부르며 절벽을 기어올라 꽃을 따왔다. 사실 이 노래에는 정확히 무슨 꽃인지에 대한 언급은 없다. 동해안 벼랑에 피는 연분홍 봄꽃이니 철쭉으로 추정하는 것일 뿐이다. 오래전부터 우리 주변에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기 때문이다.

요즘과 마찬가지로 아주 오래 전에도 철쭉은 좋은 볼거리였던 모양이다.

꽃놀이를 즐기며 유유자적했던 선비들의 기록은 곳곳에 남아 있다.

대표적인 기록이 조선 중기의 문신 퇴계 이황(1501~1570)의 소백산 철쭉에 관한 것이다.

이황(퇴계)은 1549년(명종 4) 소백산을 처음 오른 감흥을 자신의 문집 퇴계집退溪集의 <유소백산록>에 기록했다.

‘세 봉우리(석름봉·자개봉·국망봉)가 8, 9리쯤 떨어져 있다. 그 사이 철쭉이 숲을 이루어, 바야흐로 활짝 피어 있다. 꽃이 한창 무르익어 화사하게 흐드러져 마치 비단 장막 사이를 거니는 듯하다. 축융祝融의 잔치에서 취한 것 같기도 하고 매우 즐거웠다. 국망봉 정상에서 술 석 잔에 시 일곱 수를 쓰는데 해가 이미 기울었다. (후략)’ ― 퇴계 <유소백산록遊小白山錄>에서.

이런 옛 기록을 통해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해 온 철쭉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봄에 피는 벚꽃과 튜립과 동백꽃도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다.

그러나 진달래와 개나리, 철쭉은 우리가 어린 시절 설빔으로 입었던 색동저고리 분홍치마처럼 토속적인 정감과 더불어 그리움을 자아내는 꽃이다.

철쭉동산을 내려와 돌아오는 길에 들른 반월호수도 아련한 꿈속처럼 신비스럽고 아름다웠다.

신선한 아이디어로 평범한 야산을 철쭉 동산으로 가꾸어 낸 군포시, 맑은 물이 풍성한 호수둘레에 데크 길을 조성해 거북이와 왜가리의 낙원으로 만들어 놓았다.

우리 인천도 초인류 도시의 면모 속에 역사와 서정성이 함께 살아 숨 쉬는 도시로 성장해 가기를 소망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