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학문을 배울 기회를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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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학문을 배울 기회를 얻다
  • 최재순
  • 승인 2023.04.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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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최재순 / 인천노인종합문화회관 아카데미 인문학 소통의 글쓰기반

나는 어린 시절부터 미술 관련 책과 접할 기회가 많았다. 거실 책장에는 아버지께서 즐겨보시는 일본의 건축, 정원, 미술 관련 책들이 꽃혀 있었고, 고화질의 사진으로 가득 찬 서양화 모음집도 있었다. 나는 아버지의 책들에 관심이 많았고, 가끔 우리 집 정원의 연못과 나무들의 배치와 비슷한 일본 주택과 정원 잡지 책 속의 사진을 보면 즐거웠다.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직전에 담임선생님이시면서 가정·가사 선생님께서 “이번 여름방학 숙제는 「내가 살고 싶은 집」에 대해 공부하고 결과물을 제출하라” 고 하셨다. 나는 속으로 “참 잘 되었다” 하고 여름 방학을 즐겁게 맞이하였고, 정말 아버지의 잡지책에서 “내가 살고 싶은 집”을 찾아서 오리고 붙이고… 예쁜 스크랲 북을 완성했다.

국민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수없이 방학 숙제를 해서 내 보았지만, 개학 전날까지 매번 힘겹게 겨우겨우 해서 냈었는데, 이번에는 정말 즐겁게 내면서 행복한 기분을 맛본 것이다. 그 후 고3 초 어느 봄날에 고등학교 선배님들께서 학교에 와서 “세미나”를 했다. 선배들은 각자 자기가 현재 다니고 있는 대학과 학과를 소개하는 시간이었다.

한 선배의 자기소개와 학교 소개시간은 나에게 너무 귀중한 시간이 되었다. 이 시간을 통해서 나는 연세대학교 가정대학 안에 “주생활과”가 있는 것을 알게 되었고, 연세대학 입학 시험을 치루기 위한 준비가 시작되었다. 1969년 1월에는 연세대학교에 시험을 보러 가야 하지만 1968년 11월에는 각 대학별 본 고사와 별도로 국가가 주관하는 대학 예비고사가 있었다.

우리 학년이 처음으로 치루게 되는 전국 대학 예비고사였다. 예비고사는 대입 자격시험으로 내가 다니던 이화여고 학생들은 대부분 합격했으나 일부 떨어진 학생들은 교육대학교(당시에는 2년제)나 초급대학(지금의 전문대학)에 가는 경우가 많았다.

1969년 3월 입학 가정대학 주생활의 경쟁률은 4:1로 연세대학 전체 입시 경쟁률은 9.7:1이었다. 1969년 가정대학은 의생활과, 식생활과, 주생활과만 있었는데 그 후 아동학과가 만들어지고 학과명은 좀 더 세분화 되었다.

대학교 2학년부터 전공과목을 배우게 되었지만, 대학교 1학년에서 전공기초과목으로 배운 '색채학'은 정말 재미있게 수업을 하였고, 새로운 세계를 알게 해준 과목이었다. 아름다운 실내공간환경을 만들어가기 위해 배워야 하는 과목의 가장 기초가 되는 색채학은 환경심리, 환경색채 디자인은 물론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기 위한 기초과목이다. 지금은 주거환경학과, 실내디자인학과, 주거건축, 공간문화, 주거문화실내건축 분야에서 기초를 배울 때 필요한 분야이다.

컬러리스트 디자인(사진=그린컴퓨터학원)

내가 결혼 후 일본 大阪市立大学(대판시립대학-오사카시립대학) 大学院 주거환경학과 석사과정, 1985년 이후 다닌 일본동경공업대학 건축학과 박사과정에서도 색채심리, 환경심리 분야를 더 배울 기회가 있었지만 내 평생 제일 흥미롭고 재미있게 수업한 두 학기였다.

색채학을 가르쳐 주셨던 ‘김동선’ 선생님은 아직도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으시고, 가끔 만나뵈면 수없이 다양한 분야의 책들 속에서 본 디자인 이슈를 풀어 놓으신다.

‘주거학’이란 학문 분야에서 필요한 과목에는 ‘주거환경학’,‘주생활역사’ 등이 있지만 인간이 살아가고 있는 물리적 환경과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 특성에 관한 현상 등과의 상호 관계를 탐구하는 학문 분야로서 해야 할 공부가 끝이 없다. 그러나 공부해야 할, 공부하고 싶은 주거학에서의 초점은 편안한 생활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물리적 환경계획과 심리적 환경계획을 같이 고려하여 그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이 자신에게 편안하고 즐겁게 지낼 수 있도록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는 여유를 주는 것은 언제라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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