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더위에 먹는 콩국수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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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더위에 먹는 콩국수의 맛
  • 전갑남 객원기자
  • 승인 2023.08.0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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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콩국수 한 그릇에도 정성 가득한 손맛이 담겨 있습니다
한여름에 먹는 콩국수. 고소한 맛에 시원함을 더해줍니다.

 

여름철 대표 음식 하면 뭐니 뭐니 해도 시원한 콩국수가 아닌가 싶습니다. 고소하고 시원한 냉 콩물에 국수를 말아먹는 맛은 더위를 충분히 식혀주고도 남음이 있지요.

강화도 강화읍사무소 옆 콩국수집을 찾아갑니다. 아내의 단골집입니다.

"콩을 일일이 골라서 흠 없는 콩으로 분리하고 삶아 간 뒤, 콩비지를 걸러 만든 정성이 대단해요. 어떻게 반죽은 하였는지 기계로 면을 뽑았는데도 쫄깃하고요. 아마 엄치척할 걸요."

아내는 여러 집 콩국수를 먹어봤지만, 단연 최고라면서 기대하게 합니다.

 

우리가 찾아간 콩국수 집. 정성 가득한 음식을 만들어 손님들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나이 드신 할머니 혼자 운영하는 작은 가게입니다. '풀잎 식당'이란 이름이 예쁩니다. 주인은 꽃을 좋아하는 분 같아요. 가게 앞 좁은 공간에 예쁜 풀꽃들이 많이 피었습니다.

주인 할머니께서 아내를 반갑게 맞이합니다.

"한 그릇은 면을 좀 많이 하고, 대신 저는 적게 하여 두 그릇 해주세요."

할머니는 미리 숙성한 반죽을 기계를 이용하여 능숙하게 면을 뽑습니다. 면 반죽만큼은 아들이 도와주어 가게 일을 꾸려갈 수 있다고 합니다. 아들은 반죽하는 특별한 비법이 있다는데 엄마한테도 감춘다고 합니다. 반죽하는 일은 힘드니까 자기한테 맡기라는 속셈 같다고 합니다. 그래도 국수가 쫄깃하게 씹히는 식감이 있는 걸 보면 뭐가 있기는 있나 싶습니다.

 

하루 숙성한 반죽을 기계로 여러 차례 밀어 넓게 폅니다.
얇은 면발이 예쁘게 뽑아 나옵니다. 예전에 손으로 할 때보다 훨씬 수월하다 합니다.
면을 삶을 때 넘치지 않도록 찬물을 조금씩 부어가며 탱탱한 면발을 만듭니다.
서리태 콩물이 부어진 콩국수. 고명으로 오이채를 얹었습니다.
살얼음의 냉콩국수. 더위가 달아났습니다.

 

면 뽑는 기계로 여러 번 늘려 칼국수처럼 얇게 뽑아 펄펄 물에 넣고 휘휘 젓습니다. 부르르 끓어올라 넘치지 않도록 불 조절에 신경 쓰면서 찬물을 조금씩 넣어가며 진정시킵니다. 적당히 끊어 오르자 면발을 찬물에 풍덩! 체에 밭쳐서 흐르는 물에 헹궈주자 탱탱해진 면발 준비가 끝납니다.

사기그릇에 면을 담고 미리 준비해 둔 살얼음 콩물을 넣으니 콩국수가 완성됩니다. 고명으로는 채 썬 오이가 올려집니다. 찬 성질의 오이와 잘 어울려 소박한 자연의 비주얼입니다.

 

빠알간 배추김치가 먹음직스럽습니다.

 

밑반찬으론 직접 담갔다는 배추김치가 나왔습니다. 약간 익어 먹음직스럽습니다.

"와 면발이 곱슬머리 파마를 했네. 얇으면서도 쫄깃해."

아내가 진국은 콩물에 있다며 조금 들이켜 맛을 보라고 하네요.

"정말 고소하구먼! 서리태라 그런지 푸르스름한 색깔이 곱고!"

콩국수에는 소금 이외에 다른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여느 집은 콩을 갈 때 고소한 맛을 더하기 위해 땅콩이나 잣을 넣기도 한다는데 여긴 콩 본연의 맛을 애써 살리고자 한답니다.

 

콩국수에 들어간 국내산 서리태.

 

아내가 단골로 다닐만하네요. 절로 엄지척이 나왔습니다. 후루룩 국수 면치기하는 맛이 이런가 싶습니다. 세콤 짭조름한 빠알간 김치를 함께 먹으니 그 맛이 더합니다.

시원한 국수 한 그릇을 뚝딱 비웠습니다. 국물까지 싹싹 비웠구요.

"당신도 집에서 이 맛을 낼 수 있을까?"

"수십 년 노하우를 내가 어떻게?"

옆에서 우리 이야기를 듣던 주인 할머니가 손사래를 칩니다.

"여름에 콩국수는 누가 해 먹어도 맛있어요. 보시다시피 내 솜씨 뭐 특별한 것 있나요? 좋은 콩을 쓰고 면발 삼는 것에만 조금 신경 쓰면 되지."

할머니는 특별할 것 하나도 없다면서 맛있게 드시니 고마울 뿐이라고 합니다. 다만 재료비가 너무 올라 콩국수 값을 올려 받게 되었다며 미안해합니다.

시원하고 맛난 콩국수 한 그릇 든든하게 먹고 더위를 잠시 잊을 수 있었습니다.

아내는 말복엔 콩국수 한번 만들어 볼까 합니다. '과연 이 맛이 나올까?’ 아무튼, 복달임 음식으로 콩국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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