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음악의 모든 것, 엔니오 마리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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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음악의 모든 것, 엔니오 마리꼬네
  • 윤세민
  • 승인 2023.08.09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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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민의 영화산책] (7) / 영화 음악의 레전드, 엔니오 마리꼬네 ①
- 윤세민 / 경인여대 영상방송학과 교수. 시인, 평론가, 예술감독
다큐 영화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는 엔니오 모리꼬네가 직접 들려주는 명작 탄생의 비하인드 스토리, 그리고 세계적 아티스트들이 이야기하는 그에 대한 모든 것이 그려진다.

 

영화는 장면으로 이어지는 영상 미학의 꽃이다. 그러나 장면이 영상 미학으로 꽃피워나려면 단순히 비주얼적인 장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 장면에 오디오, 즉 배우의 대사(목소리)와 효과음, 궁극적으로 음악이 덧입혀져야만, 비로소 장면이 영화 장면답게 살아나는 것이다.

한번 실험을 해보라. 아무리 멋진 영화라 하더라도, 한번 오디오를 음소거하고 단순히 이어지는 장면만을 감상해 보라. 얼마나 밋밋하고 재미없어지는지 단박에 느끼게 된다. 그만큼 영화에서 오디오 요소는 필수불가결이다. 그 중에서도 영화 음악은 장면을 넘어 영화 전체를 살아 숨 쉬게 하는 숨결이자 토대이다.

 

영화 음악에 대한 이해

영화와 영화 음악과의 관계는, 영화가 발명된 당초부터 영화의 상영과 동시에 스크린 옆에서 반주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처음에는 영사기의 시끄러운 소음을 가리기 위해 피아노 한 대의 간단한 반주에서 오케스트라의 실연에 의한 반주로 확대되면서, 차츰 영화 속 장면의 정서와 긴박감을 반주로 조성하게 되었다.

1920년대 후반에는 발성(유성) 영화(토키)가 실용 시대로 들어서고, 음악도 대사나 음향과 함께 필름에 녹음되었다. 무성 영화의 경우에는 화면과 음향과의 기계적인 동시성을 유지할 수가 없었으나, 토키의 완성과 더불어 영상과 음악은 완전한 동시성, 즉 화면과 소리의 자유로운 조합이 가능하게 되었다. 한 영화 작품을 위하여 작곡된 영화 음악은 이때부터 유기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되었다.

시대가 변하면서 영화 음악의 예술성·음악성은 점차 확립되기에 이르렀다. 순수 음악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던 작곡가가 영화 음악에 진출하여 괄목할 만한 업적을 남기기도 하였고, 영화 음악 분야에만 전념하는 작곡가도 배출되었다. 영화 주제가 중에는 대중가요로서 큰 인기를 얻는 곡도 생겼으며, 한 작품의 영화 음악 앨범, 즉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앨범(Original Soundtrack Album; OST Album)’이 별도로 출시되어 큰 인기를 얻는 경우도 생겨나게 되었다.

영화에서 ‘사운드트랙(Soundtrack)’이라 함은, 영화에 삽입되는 모든 소리를 통칭하였다. 원래 실재 아날로그 필름 오른쪽 가장자리에 영상과 싱크된 소리가 기록된 트랙을 가리키던 말이었다. 즉 여기에는 음악을 비롯해 각종 효과음과 배우들의 목소리 등도 포함된다. 즉, 엄밀히 말하면 영화 음악은 사운드트랙에 포함되는 하위 개념인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영화 음악과 사운드트랙은 오늘날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영화 음악은 여기서 다시 두 가지 분류로 나뉜다. 하나는 노래(Song Score)이고, 다른 하나는 노래가 들어가지 않은 순수 연주곡이다. 후자를 가리켜 보통 ‘필름 스코어(Film Score)’라고 한다. 미국 아카데미상의 경우 이 두 가지를 세분화하여 각 부문으로 인정하고 따로 나누어 시상을 하고 있다.

 

 

영화 음악의 실제적 창시자요 레전드, 엔니오 모리꼬네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 영화 음악의 실제적 창시자요 전설의 레전드다. 엔니오 모리꼬네를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그의 음악을 안 들어본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실제로 명작 중 명작으로 꼽히는 <황야의 무법자> <석양의 무법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미션>, <시네마 천국> 등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안 본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설령 안 보았다 하더라도 그 영화 속 사운드트랙, 영화 음악만큼은 제법 익숙할 것이다.

휘파람과 전자기타 거기에 채찍질 소리까지 멋지게 어우러진 <황야의 무법자>, 서부 영화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조차 들어본 적이 있을 그 유명한 “아이아이야~!”하는 사막의 코요테 소리를 흉내 낸 사운드의 <석양의 무법자>, 우수와 회한의 정서가 너무도 아름다운 음악으로 표현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숭고한 사랑과 희생을 천상의 선율로 그려낸 <미션>, 영화에 대한 순수한 사랑과 감동을 꿈의 멜로디로 표현한 <시네마 천국>의 영화 음악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필자만 해도 그렇다. 그 향수 어린 추억의 명작 속 명장면들을 결코 잊을 수 없다. 그러나 솔직히 그 명장면 속에 담긴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은 마치 화살을 맞은 듯 마음 한편에 또렷이 아로새겨져 있다. 실로 명장면을 명장면으로, 명작을 명작으로 만든 것이 엔니오 모리꼬네의 영화 음악이었다.

 

그의 모든 것을 담아낸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

1960년대 초 영화 음악계에 데뷔해 500곡이 넘는 곡을 만들고 오스카상을 수상한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 그의 ‘거의 모든 것에 대한 역사’를 집대성한 다큐멘터리 영화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가 개봉됐다. 50편이 넘는 필모그래피와 그 배는 되는 디스코그래피(뮤지션과 아티스트, 레코드 회사의 취입 레코드에 관한 기록 문헌)을 넘나들며 생전 모리코네와의 대화, 다양한 관련 인물들의 진술을 나열하고 있는 이 영화는 20세기의 위대한 영화 음악가에 대한 완전무결한 초상을 보여 준다. 전 세계가 사랑하는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가 직접 들려주는 명작 탄생의 비하인드 스토리, 그리고 세계적 아티스트들이 이야기하는 그에 대한 모든 것이 그려진다.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은 엔니오 모리꼬네의 영혼의 단짝으로 전 세계 영화 팬들에게 명작으로 손꼽히는 <시네마천국>을 비롯해 <피아니스트의 전설> <베스트 오퍼> <시크릿 레터> 등의 작품을 그와 함께 만들어 왔다.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는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엔니오 모리꼬네를 향한 사랑과 우정을 담은 헌사이기도 하다.

 

반드시 영화관을 찾아 감상하라

엔니오 모리꼬네의 삶과 영화 음악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 계속 이어가기로 하겠다.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만큼은 반드시 영화관을 찾아 감상할 것을 강권한다.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을 제대로 듣는 것은 물론이지만, 세상에 둘도 없는 영화 음악의 천재이지만 친근하면서도 참된 진정성이 느껴지는 엔니오 모리꼬네를 클로즈업 화면으로 가장 가깝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율과 감동 속에 절로 솟아나는 눈물 또한 새삼 반갑고 상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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