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다리, 노포들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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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 노포들의 노래
  • 곽현숙
  • 승인 2023.08.14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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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 책방거리에서]
곽현숙 / 아벨서점 대표
배다리 노포 20세기약방

 

배다리 산업도로 반대 시위를 넘어, 30년에서 70년이 넘어가는 현존하는 상호들.

‘박의상실’ ‘햇빛과 단비’ ‘상덕관’ ‘하신철물’ ‘배다리 솥 상회’ ‘서울유리’ ‘재생당한약방’ ‘명진스포츠’ ‘이발소’ ‘대창문구’ ‘대일사’ ‘대호문구사’ ‘도원체육사’ ‘스타맥스’ ‘유림화방’ ‘대광상회’ ‘지성문구’ ‘문화반점’ ‘용화반점’ ‘충인상회’ ‘평양냉면’, ‘우신양복점’, ‘대흥이발소’ 등등. 오랜 배다리 상가 역사의 맥 속에 참신한 변화를 이어가고 있다. 지면상 현존 가게들도 다 열거할 수는 없지만....

지난 2007년 1월 20일 ‘스페이스빔’이 공공미술 프로젝트 ‘도시유목’ 이 진행되던 중 배다리 산업도로 부지 위에 텐트를 치면서 들어섰다. 산업도로가 부당하다는 주민의 소리를 언론을 통해 지역사회에 처음 알렸다. 민운기 선생은 그 계기로 구월동에서 운영하던 전시관을 배다리로 이주하여, 전시와 행사로 사람들을 배다리에 오게 했다. 날아드는 씨앗들로 생태공원이 된 도로 부지를 관리하며 어린이 모험 놀이터를 만들고, 매년 초 주민들과 함께하는 정월 대보름 달집태우기를 주관해 왔다. 그리고 관과 맞서 배다리위원회에 파수꾼이 되어 주었다.

찻집과 갤러리를 운영하는 ‘다행’ 강영희 씨도 배다리를 언론에 알리며 사진책도 내면서 함께 지켜 주었다.

현재 ‘문화상점 동성한의원’ 책방 주인 권은숙씨, 2009년 5평 짜리 ‘나비날다’ 책 쉼터로 배다리에 들어섰다, 작은 돈으로 배다리 축제가 열릴 때마다 강영희, 민운기 선생과 함께 모든 행사를 지혜롭게 꾸려 내주어 행사에 익숙지 못한 주민들에게 힘이 되어 주었다. 

2012년에 조흥상회 한 칸을 세내어 ‘나비날다’를 이전하고, 한해 한해 무인책방, 요일가게, 생활사 상설 전시관과 인문강좌를 이어가는 도중, 경매로 넘어가 보증금도 손해 본다. 경매 받은 주인과 재계약하고, 수리해 가면서 옛사람들의 내부 건축 양식을 보게 하던 수고는 조흥상회를 ‘대한민국 문화재청 문화유산 국민신탁’에서 매입하게 하는 일까지 만들어 냈다.

 

조흥상회와 나비날다

 

‘20세기 약방’ 자제분(이철완 한의학 박사)이 한동안 닫혀있던 건물을 복원해서 ‘초록한의원’을 열었다. 건강강의도 꾸준히 열리고 있다. 얼마 전, 건물이 문화재로 등록됐다는 소식을 듣는다,

인천양조장 1층 공장 터에 세 들어 휴지 도매 유한상사를 운영하던 장수현 사장이 2017년 건물을 구매하였다. 인천 양조장은 3분의1이 한옥 기와집이다. 두 겨울(2018년에서 2020년)이 지나도록 온 정성을 다하여 수리하여 90년이 넘은 집 모습을 거리에 드러내 앞마당 바닥을 검은 돌로 박아 단장하셨다. 예쁜 한옥점포 둘이 생겼다.

조흥상회 요일가게에 있던, 인문강좌 시 수업에 참가했던 김미영씨는 한옥가게를 얻어 ‘마쉬(마음이 쉬는)’ 어린이책방 점주가 되었다, 다시 동생 김지영씨가 그림책 연구실로 또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면서 길 건너 그림을 좋아하시는 건물주 최창훈 선생이 과감하게 상가였던 앞 건물을 헐어내어 깊숙이 숨어있던 안채, 한옥 공간을 살려 전시 공간으로 만들어 냈다. 상가를 헐어낸 터에는 돌을 박아 넓은 잔디밭을 만들어냈다.

한미서점은 장경환 어른의 대를 이어 자제분이 건물을 손수 수리하며 꾸려가고 있다.

삼성서점은 먼저 운영하시던 이진규 어른이 책방을 정리하려는 참에 은퇴하신 오광용 목사님이 사모님 고향인 배다리에 오셔서, 책방에 매력을 느껴 어르신께 교육을 받아 가며 인수를 했다.

한미서점과 삼성서점
한미서점과 삼성서점

 

이상봉 사진작가는 혜광학교 근무 중 2011년 단 하루의 전시 ‘잔치’라는 제목으로 아벨전시관에서 사진 전시를 하면서 배다리에 ‘사진전용’ 전시관을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들어왔다. 그 후 인천 최초의 사진작품 전용 전시장인 ‘사진공간 배다리’를 만들어 전국의 유명한 사진가들을 배다리에 불러들인, ‘인천 사진계의 거인’임은 아무도 부인 하진 못 할 것 같다.

선생은 2018년에 집현전 아주머님이 쓰러지시자 자제분을 통해 ‘생전에 두 어른이 책방을 이상봉 선생이 맡으셨으면 좋겠다’는 유언 적 말씀을 숙명처럼 받아들인다. 집현전은 양쪽 건물사이에 걸쳐진 건물이었다. 선생이 직접 주관하신 보수공사는, 시행착오를 덮어버리지 않고. 다시 뜯고 고쳐나가기를 수없이 반복한다. 1951년 배다리에서 시작하신 오태운 어르신 부부의 책방이 세대를 이어 책방과 전시실, 강의실로 완성시켜 나간다. 이 모습을 배다리 150년의 역사를 살려낸, 3년이 넘는 혹독한 투쟁으로 본다. 자영업의 대를 이어간 위대한 과정이다.

‘배다리 사진 전문 갤러리’와 ‘집현전’을 통하여 전시공간을 겸한 ‘모갈 1호’(대창서점) 장덕윤 사진작가와 ‘시와 예술’ 서점과 골목 갤러리 김정아 사진작가가 배다리에 서점주로 들어섰다.

 

집현전

 

이번 30점포 구 지원 사업에 힘입어 ‘신라반점’ 자리에 ‘목공소꼽’을 차린 이대원 선생, 수십 년 중국요리 기름얼룩을 속속들이 뜯어내며 자신이 좋아하는 나무 향으로 바꾸어 간다. 3년 계약한 셋집인데 제집 짓듯 계속 정성을 쏟고 있다. 배다리 사람이 되어가는 학습이란다. 그의 열정을 보고 지원 없이 배다리에 들어선 ‘건축과 디자인’ 부부가 전시공간을 꾸리고 있다.

 

이대원
 ‘목공소꼽’

 

우각로에서 낳고 32년 영화에 근무하셨다는 이현준 교장의 칼럼에는 배다리의 짠맛이 없다.

며칠 전, 단골어른이 오랜만에 오셨다. 100세가 되셨단다. 1시간이 넘게 책을 골라 값을 계산하시며 계산대 앞에 놓인 천부경을 가르치며 “이런 책(경전)들을 보면 사람 안에 빛을 키우는 비밀이 있어, 사람이 세상에 왔다가 자신의 일을 소명으로 알고 가는 것이 빛의 길이야!”

노포의 마을 배다리의 기운은 백세 청년의 목소리로 사람의 빛을 덕담으로 뿌리게 한다.

 

마을사진관 다행
대창서림

 

 

 

시와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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