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의 정취와 손맛이 살아있는 '바지락 짜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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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의 정취와 손맛이 살아있는 '바지락 짜글이'
  • 유영필
  • 승인 2023.08.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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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유영필 약사의 인천 맛집탐방]
(5) 무의도 '큰무리음식점'

 

인천 남동구 만수동에서 「성수약국」을 운영하는 유영필 약사의 맛집 탐방을 매월 연재합니다. 맛집 홍보가 아닌, 필자가 실제 오감으로 맛보고 현장에서 겪은 인상 깊었던 맛집을 인천지역을 중심으로 써나갑니다.

 

흐릿한 날씨를 보인 어느 토요일 오후, 늦은 점심 겸 저녁을 먹을 시간에 시원한 인천대교를 타고 거잠포를 거쳐 무의대교를 지나 큰무리식당에 도착했다. 오는 길은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강화도 가는 길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강화도 가는 길은 시골길 느낌이 한가득이었다면 무의도 가는 길은 처음에는 현대식 풍경만 보여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무의대교를 건너는 순간 넓은 갯벌에 덩그러니 놓여진 고깃배와 집앞에 걸려있는 말린 생선이 보이는 전형적인 어촌의 풍경이 펼쳐져서 내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꼈다.

 

 

주차의 어려움을 뒤로 하고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식당 안은 옛날 선술집의 모습이었다. 인상이 후덕해보이는 아주머니와 정겨운 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1인 15,000원하는 바지락 짜글이 백반을 시켰다. 짜글이! 이 음식은 이름에서 보듯 바지락에 고추장과 야채를 섞어 뚝배기에 자글자글 끓여내서 짜글이가 된 듯했다.

이 음식은 과거 나의 어머니께서 고추장에 바지락 대신 소고기를 넣고 끓여주신 음식이 생각나게 했다. 한 숟갈 떠서 흰쌀밥에 쓱쓱 비벼서 한 입 먹으면 너무 맛있어서 행복해했던 기억이 났다. 그 기억을 발판 삼아 바지락 짜글이를 한 숟갈 떠서 밥에 얹어 먹으니 어머니께서 해주신 맛과는 다른 또 다른 바다 맛을 선사해주었다.

통통한 바지락 살이 입안에서 야채와 함께 톡 터질 때 나오는 육즙이 끓여진 고추장과 어우러져 입안을 행복하게 해주었다.

 

 

구이로는 고등어와 박대가 나왔다. 박대라는 생선은 겉과 속이 다른 느낌을 주는 생선이란 생각이 들었다. 구워진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삐쩍 마른 모습에서 저거 먹을거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가 한 젓가락 집어 입에 넣으니 어랏? 입안에서 부드러운 맛과 짭쪼롬한 맛이 어우러저 으흠! 하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오게 되는 생선이다. 살이 통통한 국민 생선 고등어는 특유의 싫지 않은 비릿함과 고소함이 나를 즐겁게 해주었다.

이 집 주인 아저씨는 어부신데 사실 직접 잡으신 우럭이나 망둥이, 놀래미였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았다는 생각이 들어 약간의 아쉬움이 들었다. 그 순간 앞바다에서 직접 캐신 바지락으로 탕을 끓여 내오셨는데 그 바지락탕의 시원함은 가히 압권이었다. 그 동안 입안에 남아있던 다양한 맛들의 잔상이 바지락탕으로 인해 깨끗이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머리까지 시원해졌다. 

아마도 소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소주 한 잔에 바지락탕 한 수저면 아우!!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앞에 앉은 친구가 탕을 맛보더니 그릇째 들고 마시고는 속이 확풀리네!! 하며 얼굴이 확! 피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나도 따라 한 잔 하고픈 마음이 생겨났다.

 

 

식사를 거의 마쳐갈 때 쯤 배는 부른데 소주가 남아 약간의 아쉬움을 달래줄 것을 찾던 중 소라를 판다고 적혀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적힌대로 다 시키면 양이 많을 것 같다고 하니 주인 아주머니께서 만원 어치만 해주겠다고 하셨다. 그 마음씨가 너무 감사했다. 허나 저는 소라를 무지 좋아한다고 하면서 2만원 어치 부탁드렸더니 3명이 먹기 충분한 양을 주셨다. 두툼하게 썰은 소라살을 집어 매콤달콤한 초장에 묻혀 입에 쏘옥 넣으니 소라의 향과 초장 맛이 합해져 내가 바닷가에 있는게 맞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했다. 빡빡한 도시생활을 하다 어촌의 정취와 맛, 어부 아내의 넉넉한 인심과 손맛을 가까운 곳에서 느끼고 싶다면 무의도 여행을 계획해보는게 어떨지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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