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인천 건축왕 '사기·범죄단체' 혐의 부인… "편취에 고의 없어"
상태바
전세사기 인천 건축왕 '사기·범죄단체' 혐의 부인… "편취에 고의 없어"
  • 최태용 기자
  • 승인 2023.10.05 1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핵심 혐의 부인, 가볍고 명확한 혐의만 인정
인천지방법원. 사진=인천in
인천지방법원. 사진=인천in

 

수백억 원대 전세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른바 인천 건축왕이 첫 재판에서 핵심 혐의를 부인했다.

건축업자 A씨(61)는 5일 인천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류경진) 심리로 열린 2차 기소 첫 재판에서 사기와 범죄단체 구성 혐의를 부인하고, 나머지 혐의를 인정했다.

A씨가 인정한 혐의는 사문서위조, 부동산실명법 위반, 횡령이다.

사문서위조는 지난해 12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을 피하기 위해 아파트 공정률을 조작한 건축사 공증을 법원에 제출한 혐의다.

당시 법원은 이 공증을 근거로 아파트를 판매해 피해자들의 전세금을 지급하겠다는 A씨 주장을 받아들여 영장을 기각했다.

다른 사람 명의로 공동주택 수천 채를 보유한 부동산실명법 위반, 측근 명의로 세운 건설사에서 자금을 빼돌린 횡령 같은 비교적 가볍고 명확히 드러나는 혐의는 인정했다.

인정하지 않은 혐의는 사기와 범죄단체 구성 혐의다.

A씨 변호인은 사기 혐의에 대해 "회사 자금 사정이 어려운 상태였다. (피해자들도) 집이 경매에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을 모를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전세자금) 편취에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사기죄가 인정되려면 고의성이 확인돼야 한다. 고의성은 처음부터 다른 사람의 재물이나 이익을 침해하고, 이를 변제할 의사가 없어야 인정된다.

범죄단체 구성 혐의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다만 지난 4월 진행된 A씨 등 10명에 대한 1차 기소 재판 당시 이들은 모두 "범행을 공모하지 않았고, 각자 맡을 일만 했다"고 주장했다.

1차 기소는 지난해 1~7월 161명에게 인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전세 보증금 125억 원을 가로챈 혐의다.

2차 기소는 1차 기소 10명이 모두 포함돼 피고인만 35명이다. 이들은 2021년 3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372명에게 전세 보증금 305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피고인 수가 많다 보니 재판부는 혐의에 따라 재판을 4개로 나눠 진행하기로 했다.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만으로 기소된 단순 가담자 4명, 범죄단체 구성 혐의가 없는 12명, 다른 사건으로 재판 받지 않는 9명, A씨 등 1차 기소로 재판 받는 10명을 나눠 각 다음 재판 날짜를 다르게 잡았다.

재판부는 "사기 혐의는 앞선 (1차 기소) 재판에서 참고할 증거들이 있다면 가져다 쓰고, 범죄단체 조직 혐의는 앞으로 (재판에서) 확인하겠다"며 "필요하면 분리선고나 분리종결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날 인천지법 413호 대법정은 100명이 넘는 피해자와 피고인들로 가득 찼다. 불구속 피고인이 31명, 변호사만 20명이었다.

피고인 본인 확인에만 20분 넘게 걸렸고, 검사가 35명의 공소사실을 모두 읽고 나니 재판 시작 1시간이 지난 오전 11시였다.

이날 피해자들은 자신의 전세자금을 앗아간 피고인들과 함께 방청석에 있었다. 법정에서는 서로 충돌이 없었으나 재판이 끝나고 밖을 나서는 순간 피해자들의 감정이 터져나왔다.

일부 피해자들은 본인에게 직접 피해를 준 피고인에게 언성을 높였다.

피해자와 피고인이 충돌하는 모습은 법원 복도와 출입구, 청사 밖에서도 이어졌다.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는 일부 피고인도 있었으나, 많은 피고인들이 피해자들과 언성을 높이며 맞서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재판을 방청한 한 피해자는 "전세사기로 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런데 피고인들은 뻔뻔하게 살면서 자신들이 죄가 없다고 주장한다"며 "법과 정의가 살아있다면 법원은 피고인들에게 엄벌을,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피해 회복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