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에 끝난 주한미군의 문학산 유류오염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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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만에 끝난 주한미군의 문학산 유류오염 사건
  • 인천녹색연합
  • 승인 2023.12.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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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환경운동 30년]
(2) 문학산 미군기지터 유류오염 정화 활동
인천녹색연합이 지난 11월 25일 창립 30주년을 맞아 30년사 발간사와 함께 시민들과 함께한 15대 환경 활동을 발표했습니다. 인천in은 인천녹색연합과 함께 지난 30년간 전개해온 인천의 주요 환경 이슈였던 15대 환경 활동을 요약 연재하며, 지난 인천지역 환경운동의 활동을 되돌아 보며 나아갈 길을 모색합니다. 

 

2000년 1월, '문학산에서 기름이 난다'는 소식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2000년 1월, '문학산에서 기름이 난다'는 소식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수인선 공사, 1년 넘게 중단되다

2012년 10월 25일, 인천녹색연합은 한국환경수도연구원에 의뢰하여 수원-인천전철(일명 수인선) 제5공구 공사현장(옥련동 구간) 3지점의 토양을 조사했다. 문학산 유류오염 문제가 불거진 지 10여년이 지난 시점에 현장을 확인하던 중 수인선 공사현장에서 유류냄새가 진동했기 때문이다.

조사결과 TPH(석유계총탄화수소)는 최고농도 3580㎎/㎏, 크실렌 최고농도 96.8㎎/㎏으로 토양오염우려기준(3지역기준 TPH 2000㎎/㎏, 크실렌 45㎎/㎏)을 각각 1.5배, 2배 초과 오염되었음을 확인했다. 당시 유류오염 확인지역은 2000년대초 문학산 미군저유시설 기름유출사고로 오염토양을 정화한 지역(연수구 옥련동 56-5번지 일원)에서 불과 100여미터 거리에 위치한 곳이었다.

이에 인천녹색연합은 문학산 유류오염문제를 국가적인 문제로 규정하고 환경부와 인천시, 연수구에 토양보전대책지역으로 지정하고 대책수립을 요구했다. 오염원인이 과거 미군의 유류저장시설에서의 기름유출 때문임은 자명한 사실이고 토양환경보전법, 주한미군공여구역주변지역등지원특별법 등 관련법에서는 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오염 개연성이 큼에도 불구하고 형식적으로 부실하게 조사를 진행하고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한 한국철도시설공단(국토해양부)와 한강유역환경청(환경부)의 책임이 가볍지 않음을 지적했다. 아울러 2012년 11월 22일부터 연수구청 정문에서 환경부와 연수구의 토양보전대책지역지정을 요구하는 릴레이 1인시위를 진행했다.

2013년에는 2014아시아경기대회 옥련실내사격장(옥골체육공원) 건설현장에서 토양오염우려기준 초과의 유류오염이 확인되었다. 옥련실내사격장 건설현장에서 토양시료 3개를 채취하여 분석한 결과 TPH(석유계총탄화수소)가 각각 906㎎/㎏, 757㎎/㎏, 620㎎/㎏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공원이나 밭 등에 해당하는 1지역 토양오염우려기준 500㎎/㎏을 모두 초과한 것이며, 임야 또는 체육용지의 2지역기준 800㎎/㎏을 적용하더라도 세 개의 시료 중 하나가 토양오염우려기준을 초과하는 것이었다. 인천시에 공사 중단과 정밀조사를 요구했다.

옥련사격장은 2005년 환경부 조사결과 중금속 납(Pb)이 오염우려기준치(100㎎/㎏)에 무려 26배가 넘는 2천650.6㎎/㎏ 검출되어 2007년 오염토양정화작업이 진행된 곳이었다.

 

2012년 수인선 공사과정에서 또 다시 오염이 확인되어 수인선 공사가 1년 넘게 중단되었다.

 

반복되는 문학산 유류오염문제

문학산 토양오염은 토양오염의 경우 지속적인 모니터링의 필요성을 보는 사례이다. 문학산 유류오염문제는 2012년이 처음이 아니었다. 인천녹색연합은 2000년 10월 23일, 서울에 있는 녹색연합 사무실에서 녹색연합 본부와 함께 ‘제3차 미군기지 환경오염 기자회견’을 열었다. 과거 문학산 서측 지역에 있던 미군기지 터의 토양과 지하수가 기름으로 인해 심각한 오염 상태에 있다는 걸 알리는 자리였다. 문학산은 바닷가에 위치하여 1950년대 초부터 1971년까지 미군이 사용하던 유류저장소가 있었다. 최초 18기에서 최대 22까지 존재했었다. 30여 년간 여기에서 유출된 기름이 해당 지역을 오염 물질로 뒤덮어 버린 것이다. 저장소와 송유관이 오염 발생의 원인이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에는 오염지역 현장을 방문해 오염사례도 발표하였다.

유류 오염은 미추홀구 학익동에 있는 ‘학골’과 연수구 옥련동에 있는 ‘옥골’일대에서 확인됐다. 인천녹색연합은 앞서 2000년 9월 초부터 녹색연합 본부와 함께 ‘녹색연합 미군기지 환경오염 특별조사단’(이하 ‘특별조사단’)을 구성해 오염 현황과 피해 사례를 조사해 왔다. 1차 조사는 10월 10일에 있었고, 10월 19일과 20일에 현장에서 3차 조사를 진행했다.

 

 

특별조사단의 발표에 의하면, 오염지역은 총 43만 평 정도 되었고, 그중 약 24만 평은 상태가 심각했다. 눈으로 확인될 정도로 기름이 밖으로 새어나오고 있었다. 현지 주민들과 농작물 등의 피해가 지속적으로 있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오염지역 주민들의 말에 의하면, 1960년대 한 군인이 실수로 인근 개천에 담배꽁초를 떨어뜨렸는데, 고여 있던 기름에 불이 붙어 대형 화재가 발생한 적도 있다고 하였다. 기름 유출이 장기간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증거였다.

이 사건 당시 미군기지 환경오염과 관련해 중요한 논점이 제기되었다. 첫째는 미군기지가 반환될 때 원상회복의 책임 소재에 대한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였다. 오염원인자 부담원칙이 적용되는 것이 당연하지만, 미군은 ‘주둔군 지위협정’, 즉 SOFA에 의해 책임에서 물러나 있었다. 이것은 자연스럽게 SOFA를 개정해 환경조항을 신설해야 한다는 요구로 이어졌다.

하지만, 무엇보다 먼저 오염된 토양을 정화해 복원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특별조사단은 정부가 하루라도 빨리 현장에 대한 환경조사와 주민들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동시에 우리나라 전역의 미군기지와 미군기지가 있던 지역에 대한 토양 및 지하수오염 등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인천녹색연합 회원들은 연수구와 환경부에 문학산 오염정화와 함께 토양보전대책지역 지정을 요청하는 릴레이 1인시위를 진행했다.

 

20년 만에 끝마친 오염정화... 추후 확인될 수도

환경부는 그 후 수차례에 걸쳐서 오염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기준치를 초과한 오염지역은 옥골마을 앞 마을버스 주자창 일대 500여 평 정도라고 발표했다. 특별조사단의 발표에 대해 미군은, ‘문학산 기름오염의 원인은 주한미군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인천시 역시 배출자를 알아보는 중이라는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그리고 인천시 단독으로 자체 현지조사를 진행했다. 특별조사단은 환경오염 배출자를 규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것도 옥골주민과 시민단체를 배제한 상태에서 진행하는 환경조사는 사건을 축소시키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인천시는 이 일대가 유류에 의해 오염돼 있다는 걸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즉, 1997년, 이 일대에 민방위훈련장을 조성하려다가 많은 양의 기름과 오염된 토양이 검출되자 계획을 포기하고 그대로 흙을 덮어버린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확인한 특별조사단은 시민단체와 주민대표 등이 참석하는 ‘인천 문학산 미군기지터 각종 환경오염 대책협의회’ 구성을 촉구하였다.

당시 오염토양은 환경부와 인천시가 일부 정화작업을 끝냈다. 하지만, 2012년 11월 수인선전철 문학산 구간을 공사하는 과정에서 다시 토양오염이 확인된 것이다. 기자회견과 1인시위, 구청장 면담과 환경부의 현장방문 등이 진행된 이후 환경부는 문학산 전체에 대한 토양오염조사를 진행했고 2020년 오염정화를 끝마쳤다. 2000년에 인천녹색연합이 처음 오염문제를 제기한 후 20년 만이다. 그러나 문학산 주변지역으로 이미 건물이 빼곡하게 들어섰고 산지로 장비진입이 어려워 모든 조사가 완료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추후 추가적인 오염이 또 확인될 수 있다.

문학산 토양오염은 다양한 정화공법이 적용되었다. 또한 오염정화 이후에도 주변지역에서 추가로 토양오염이 확인되는 사례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인천녹색연합의 현장감시체제는 그래서 큰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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