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모래 불법 채취 제동... 계속된 채취, 무너지는 해안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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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모래 불법 채취 제동... 계속된 채취, 무너지는 해안선
  • 인천녹색연합
  • 승인 2023.12.2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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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환경운동 30년]
(4) 바다모래 채취 반대운동
인천녹색연합이 지난 11월 25일 창립 30주년을 맞아 30년사 발간사와 함께 시민들과 함께한 15대 환경 활동을 발표했습니다. 인천in은 인천녹색연합과 함께 지난 30년간 전개해온 인천의 주요 환경 이슈였던 15대 환경 활동을 요약 연재하며, 지난 인천지역 환경운동의 활동을 되돌아 보며 나아갈 길을 모색합니다.  

 

 

사라지는 풀등

대이작도 풀등은 하루에 두 번 썰물 때 모습을 드러낸다. ‘풀’은 모래를 뜻하는 말이다. 섬이나 바닷가 주민들의 언어다. ‘풀등’은 바다에 있는 모래언덕을 의미한다. 세계에서도 희귀한 사례로 손꼽힌다. 이곳은 해양생물의 서식지로도 인정을 받아서 2003년 12월, 장봉도갯벌과 함께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2012년 말에 당시 국토해양부는 대이작도 풀등의 면적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약 11%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대이작도 주민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풀등의 높이가 낮아졌다고 주장해 왔다. 2011년에서 2012년 인천녹색연합의 모니터링 결과 풀등의 높이가 20cm 정도 낮아졌다. 풀등을 줄어든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인근의 바다모래 채취였다.

바다에서 모래를 퍼낸다고 해도 보통 해안에서 10㎞ 이상 떨어진 곳의 해저 30m 이하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해안까지 영향을 크게 미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모래를 퍼내면 그곳에 구덩이가 생기고, 구덩이를 메우기 위해 주변의 모래들이 이동해 가기 때문에 해양환경의 영향을 불가피하다.

바다모래 채취가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이는 환경 변화는 인천 섬 곳곳에서 확인됐다. 사승봉도의 해안사구에는 모래 절벽이 생겼고, 대이작도 큰풀안 해수욕장에는 산사태가 생겨 해안에 석축을 쌓았다. 서포리 해수욕장에서는 방풍림으로 심은 소나무가 모래가 사라지면서 뿌리를 드러내며 넘어지고 있었다. 옹진군의 해수욕장들은 여름이 되면 개장하기 전에 정기적으로 모래를 사다가 붓는다. 모래의 유실이 심하기 때문이다.

어획 생산량에도 변화가 있었다. 인하대학교 한경남 교수의 「경기만내 해사부존량 추정 및 해사채취에 따른 환경영향 연구보고서」(2002)에 의하면, 1994년을 기점으로 덕적도와 자월도 주변 해역의 어획 생산량이 급감했다. 바다모래 채취가 이 해역에서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과 시기를 같이 한다. 모래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해양생물의 서식 환경이 크게 파괴되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다.

모래를 채취하는 바지선은 흡입 파이프로 모래와 펄, 바닷물을 한꺼번에 빨아올린 후 모래만 남기고 물과 펄은 다시 바다로 흘려보낸다. 이때 뿌옇게 확산되는 물질을 부유사라고 하는데 이것이 광합성을 하는 조류(藻類)들이나 촉수를 이용해 플랑크톤 등을 잡아먹는 해양생물들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다. 높은 압력으로 해저 퇴적층을 빨아올리는 작업 자체가 서식처를 직접적으로 파괴하는 행위임은 분명하다.

 

바다모래 채취
바다모래 채취

 

2004년, 인천녹색연합의 3개 섬 피해 조사

2004년 1월 1일, 인천녹색연합은 4일간의 일정으로 대이작도, 소이작도, 승봉도 3개 섬을 방문해 바다모래 채취로 인한 해양생태계 파괴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이에 앞서 옹진군은 2003년 7월부터 바다모래 채취를 금지하겠다고 선언했으나 2003년 12월 8일, 건설교통부는 2004년도 골재수급계획을 통해 계속해서 인천앞바다에서 모래를 채취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상황이었다. 섬 주민들의 반발은 거셌다.

피해 조사를 위해 방문한 섬 주민들은 인근 해수욕장 모래의 유실로 관광객이 감소하고 꽃게나 새우 같은 어족 자원이 급격히 줄어드는 현상에 대해 분노하고 있었다. 경기만 남부해역인 대이작도, 소이작도, 승봉도, 문갑도 주변 해역은 국내 최대의 바다모래 채취 지역으로 이용돼 왔다.

2004년 건교부의 한 해 골재수급계획에 담긴 옹진군 모래 채취계획량은 2,300만㎥였다. 우리나라 전체 바다모래 채취량인 3,940만㎥의 60% 가량을 차지하는 양이었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경우 2023년이나 2024년에는 모래가 고갈될 것으로 전망되기도 하였다. 모래를 채취한 구덩이가 계속 해안에서 밀려난 모래에 의해 메워진다 해도 결국 바닷속 모래는 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바다에서 캐낸 모래는 건설공사의 재료인 골재가 된다. 그동안 계속 진행된 바다모래 채취로 인천지역은 수도권에서 필요한 골재의 안정적인 공급처가 되어 왔다. 강이나 바다에서 모래를 채취하면 골재채취업자는 ‘점사용료’라고 부르는 세금을 지방자치단체에 낸다. 옹진군은 매년 200억 원 이상에 달하는 점사용료를 받고 있었다. 옹진군은 점사용료의 일부를 수산자원조성비로 사용하고, 골재채취업자는 주민복지기금명목으로 점사용료의 10%를 주민들에게 지급하는 구조였다.

인천녹색연합은 특히 정확한 데이터도 없이 바다모래 채취 허가를 내주는 데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바다모래의 부존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적정 규모의 채취량을 정하는 등 종합적인 관리 대책이 필요했다. 그것을 위해서는 관계기관이 즉시 바다모래 채취를 전면 금지하고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옹진군으로부터 인천지역 17개 해사업체가 2001년 7월 이후 퍼낸 해사채취량 자료를 받아 분석했더니 10개 업체가 ‘환경·교통·재해 등에 관한 영향평가법’을 지키지 않고 있었다. 법에 따르면, 한 곳에서 바다모래를 50만㎥이상 채취할 경우 환경영향평가를 받도록 규정돼 있었지만, 이 업체들은 그동안 환경영향평가를 한 번도 받지 않았다. 인천녹색연합은 곧바로 환경부에 이 사실을 알려 ‘업체의 위법 사실이 인정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 결과에 따라 2004년 2월 16일,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옹진군을 불법을 묵인한 직무유기혐의로 고발하고, 관련 업체들은 법 위반으로 고발 조치하였다.

인천녹색연합의 불법 사례 고발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옹진군은 2004년의 골재 채취량을 20% 감축하기로 하고, 향후에도 점차 그 양을 줄여나간다고 밝혔다. 국책사업인 송도신도시나 인천국제공항 2단계 건설공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전국 공급량의 약 60%를 차지하는 옹진군의 감축 선언은 건설시장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다. 언론과 업계에서는 이 상황을 ‘골재파동’, 혹은 ‘모래파동’이라고 부를 만큼 긴장하고 있었다. 골재 수급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건교부 역시 바다모래 채취량을 오히려 더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논란이 가속화되자, 3월 2일, 정부는 원자재난 해소를 이유로 5월에 종합대책을 마련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모래 채취를 재개하도록 결정했다. 조건부 재개 결정이었다. 인천녹색연합은 즉각 반발했다. 근본적 대책이 아닌 ‘땜질 처방’이었기 때문이다.

 

 

‘바다모래 채취 반대와 인천 섬 살리기 환경대책위원회’ 결성

2004년 3월 1일부터 바다모래 채취를 금지했던 옹진군은 4월 24일부터 선갑지적에서 바다모래를 채취할 수 있도록 허가함으로써 55일만에 금지 조치를 끝냈다. 경제 여건을 고려해 6월 30일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한 조치라는 해명이 있었다.

이에 인천녹색연합은 옹진군의 발표 뒤 3일만에 가톨릭환경연대, 인천환경운동연합과 함께 4월 27일, ‘바다모래 채취 반대와 인천 섬 살리기 환경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앞서 2월 19일에 ‘바다모래 채취 반대 및 인천 섬 살리기 주민대책위원회’가 결성된 상태였다.

5월 27일에는 ‘골재 수급안정 종합대책에 대한 정책대안 기자회견’을 열어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 주요 요지는 ‘통합적 환경영향 평가, 골재채취법 개정, 해양 생태계와 주민피해 실태조사, 연안통합관리계획에 바다모래 사항 포함, 불법채취에 대한 단속 및 처벌의 실질화, 공유수면 점사용료 개편, 순환골재 생산유통기지 건설’ 등 이었다. 이 중 주목할 만한 것은 순환골재 생산유통기지의 건설이었다. 환경부가 생산유통기지를 조성하고, 한국자원재생공사가 관리·운영을 맡는다는 구상이다. 재생골재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지라는 요구였다.

2004년 6월이 되자 지난 3월 5일에 제기했던 국민감사 청구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은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인천 옹진군 앞바다 섬지역에 이뤄진 대다수 바닷모래 채취행위는 환경영향평가 대상에 포함된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았다. 인천녹색연합이 그동안 주장해 왔던 바다모래 불법채취가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이에 따라 덕적·자월면 주민들은 옹진군을 상대로 바다모래 채취중지 신청을 하기로 했고, 인천녹색연합과 환경소송센터는 피해를 본 섬지역 1,500여 가구를 대상으로 피해 실태 조사를 벌였다. ‘시민원고단’을 구성해 옹진군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고 옹진군수와 옹진군 관광개발사업소 관계자를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인천 앞바다 모래 채취 구역

 

계속되는 바다모래채취, 계속되는 해안침식

2004년 6월 이후 인천 앞바다에서의 바다모래 채취는 일시 중단되었다. 수도권에 상당량이 공급되던 옹진군의 바다모래 채취가 중단되자 건설교통부는 갑자기 2004년 7월 22일 골재채취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듬해인 2005년에는 뜬금없이 강화군이 강화본도와 교동도 사이에서 바다모래를 채취하겠다고 추진 계획을 밝혔다. 해안준설이 목적이라고 했지만 옹진군과 태안군의 바다모래 채취가 중단된 상황에서 모래 수급을 위한 계획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2년의 휴식년제 이후 옹진군에서 바다모래채취가 재개되었다. 2008년 11월 25일, 옹진군은 2009년 5월까지 선갑도 앞바다에서 610만㎥의 바다모래 채취를 허가했다. 이후 대이작도 앞 선갑지적과 굴업·덕적지적에서 번갈아 바다모래가 채취되고 있다. 그러나 바다모래채취로 인한 해저지형의 변화가 어떠한지 해안지형의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조사가 진행된 바 없다. 그리고 인천의 해안은 무너지고 있다.

 

계속되는 해안 침식
계속되는 침식, 무너지는 인천 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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