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역시 문화정책을 돌아보다’를 주제로 한 이슈 포럼이 20일 오후 6시 인천아트플랫폼 H동 다목적실에서 열렸다. 김창수 인하대 초빙교수가 발제하고 이재상 연출가, 정영진 부평구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김창길 인천민예총 정책위원장이 사회를 맡았다.
이 행사를 연 인천민예총은 매년 그 해의 중요한 문화 이슈를 정해 토론해왔다. 올 해는 11월 20일과 12월 3일 두 차례 진행된다. 첫 번째 이슈 토론은 인천시의 문화 정책과 일방적 행정에 대한 내용으로 진행됐다.
발제자인 인하대학교 대학원 김창수 초빙교수는 2024년 인천시 문화 시설 관련 정책이 표류중이라며 운을 뗐다. ▲아트센터 운영을 위한 재단법인 설립계획 행안부 반려, ▲인천 북부권 대규모 문화예술회관 건립 백지화, ▲인천뮤지엄파크 조성사업 행안부 반려, ▲아트센터인천 2단계 건립 사업 행안부 반려 등 주요 시설 조성 계획이 무산됐고, ▲인천아트플랫폼과 상상플랫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칭 ‘재단법인 인천아트센터’ 설립은 인천시가 아트센터인천, 문화예술회관, 트라이보울을 통합 운영하겠다며 추진한 것이다. 현재 아트센터인천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문화예술회관은 인천시가, 트라이보울은 인천문화재단이 각각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시의 계획은 행안부 지방출자·출연기관 설립 심의위에서 재심의결정으로 중단되었다. 김 교수는 3개의 문화 시설을 통합 운영하는 주체로 인천문화재단을 우선적으로 검토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성과 경험을 축적하고 있는 인천문화재단에 위탁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책임있는 경영을 담보하는 것이라고 본 것이다.
이에 대해 이재상 연출가는 애초에 행정적 편의를 위해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공연장을 통합 운영한다는 생각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트센터인천은 클래식 공연장이고, 트라이보울은 성격상 대중음악 공연장에 가장 적합하며, 문화예술회관은 다른 공연장보다 공연 예술에 더 적합하다고 봤다. 재단법인을 새로 설립하는 방안이 아닌 인천문화재단 위탁 운영에 대해서도 이견을 제시했다. 현재 인천문화재단의 주 업무는 문화예술 지원사업에 집중돼 있고, 정책 개발을 하는데에도 여유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공연장 운영까지 맡을 수 있는 인력 구성 계획과 예산 없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다고 했다.
인천 북부권에 시립문화예술회관을 세우겠다는 계획이 흐지부지 된 것도 뜨거운 이슈로 토론이 진행됐다. 북부권 시립문예회관 건립은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과 아트센터인천 등 대규모 공연장이 인천 남부 지역에 몰려 있어 지역 간 문화시설 접근성에 편차가 존재하고, 서북부 지역 주민들이 서울의 문화시설에 의존하게 되는 현상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이었다.
그러나 인천시는 용역 결과 “1천 석 규모 이상의 광역 문화예술회관은 비용 대비 편익 값이 0.91로 사업 추진 기준인 1.0에 못 미쳐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며 공연장을 1천석 이상 대규모 공연장에서 중규모로 축소하고, 시가 아닌 각 구 단위로 예술회관을 건립하도록 계획을 변경했다.
발제자인 김 교수는 중규모 공연장의 수요는 높지 않다며, 이미 인천에는 600~700석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공연장은 이미 많이 있음을 강조했다. 검단과 계양, 청라 등 이 지역 도시 개발로 인구는 늘어날 계획인데, 뮤지컬이나 대중성 높은 공연에 필요한 대규모 공연장이 없다는 것은 인천의 문화 역량을 축소하는 일이 된다는 것이다. 시민들은 계속 서울로 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규모 공연장을 가져오기 위한 계양구와 서구의 치열한 유치전은 충분히 예견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해 아예 사업 규모를 축소 시키는 식으로 갈등을 회피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했다.
부평구문화재단 정영진 문화사업본부장은 인천아트센터 설립 무산과 북부권 문화예술회관 계획 변경 등 문예회관과 관련된 일련의 문제와 관련해 토론했다. 특히 문예회관 고유의 목적과 기능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음을 지적했다. 전국에는 총 272개의 문예회관이 존재하고, 이는 서울에 집중된 문화인프라를 전 지역에 확산해 문화분권을 실현하기 위한 계획의 일환이었다. 따라서 문예회관의 핵심 가치는 지역 공연예술생태계의 중심이자 지역 주민의 예술 향유를 위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인천에 있는 문예회관의 가동 형태를 보면, 여전히 대관 공연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자체 예술단이 있거나 자체 프로그램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여전히 대관이 중심인 것이다. 정 본부장은 예술단을 중심으로 자체 레퍼토리를 개발해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팬덤까지 형성한 타 지역의 사례를 제시하며, 문예회관의 운영주체가 누구여야 하는가보다 지속 가능한 운영 방안 검토와 의견 수렴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관광과 예술의 관계 정립에 대한 이야기, 시립미술관 설립 현실화를 위한 전략 등의 내용으로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에 참석한 시민 윤미정씨는 “이 자리에 관련 공무원이나 정책 담당자가 한 명도 없다. 문화 영역에 종사하는 사람이든 아니든 인천은 문화 이슈에 대해 주목하기가 참 어렵다. 거버넌스의 필요성에 대해 30년 전부터 얘기가 나왔던 것 같은데, 문화 부문에서는 이를 형성하는 것조차 안되고 있으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또 “쉽지 않겠지만 이런 상황에 대해 대답할 수 있고, 향후 방향에 대해 실질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사람이 올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거버넌스(governance)란 비대해진 정부의 일방적 행정을 개선하는 방안 중 하나로, 기업, 비정부기구, 시민단체 등 다양한 행위자가 공동의 관심사에 대해 책임있게 논의하는 네트워크의 상호작용에 가치를 두는 정부 운영을 말한다. 두 번의 이슈 포럼은 인천광역시 후원으로 진행되고 있으나 인천광역시, 인천문화재단, 문예회관 담당자 등 관련 사업 담당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비판을 해도 들어줄 사람이 없는 토론회, 줄줄이 중단된 사업의 향방을 질문해도 답할 주체가 없는 상황은 예술계 만의 일은 아니다. 다만 문화와 예술은 단 번에 눈에 보이는 성과 지표로 드러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발전 계획과 지원 방향과 관련해 지속적인 소통이 필요한 영역이다. 누가 먼저, 어떤 방식으로 물꼬를 트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글로벌 도시를 표방하는 인천이 문화예술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척도 중 하나가 예술인들이 말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담는 것임은 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