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기 /변호사, 더민주인천혁신회의공동대표

대한민국 헌법은 국가기관과 공직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며, 법치주의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그러나 최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하 최 대행)의 행태는 헌법의 권위를 흔들고, 국회의 입법 기능을 사실상 무력화시키고 있다. 특히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무시하면서도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그의 태도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하며 국민들에게 큰 혼란과 좌절을 안겨주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대한민국 최고 헌법 해석 기관으로, 그 결정은 모든 국가기관과 공직자를 구속한다.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헌재의 결정은 즉시 효력을 가지며 이에 반하는 행정처분은 무효다. 헌재는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는 국회의 권한 침해라고 결정했으며, 이는 즉시 이행되어야 할 사안이었다. 그러나 최 대행은 결정이 내려진 지 3주가 지나도록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는 단순한 직무유기가 아니라 대한민국 헌법 체계를 뒤흔드는 중대한 위헌 행위다.
최 대행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헌법재판소의 어떠한 결정에도 결과를 존중하고 수용해 주실 것을 국민께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헌재 결정을 따르지 않는 자기모순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이중적 태도는 정부 스스로 법을 무시하는 모습을 보이며 국민들에게 깊은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최 대행은 국회가 통과시킨 법안에 대해 9번의 거부권을 행사하며, 국회의 입법 권한을 사실상 무력화시키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거부권 행사는 총 40회에 달하며,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거부권 행사는 대통령의 권한이지만, 국회의 입법 권한을 존중하지 않고 남용될 경우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특히 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과 명태균 특검법을 포함한 법안들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위헌성을 거론하는 행태를 보였는데, 이는 국회가 가진 입법 기능을 사실상 마비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행태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수준을 저하시켜 국제 사회에서도 대한민국을 결함 있는 민주주의 국가로 평가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법치주의가 후퇴하고, 정부가 입법부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 체제는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
헌재 결정 불이행은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으로, 이는 단순한 행정적 태만이 아니라 헌법적 의무를 저버린 심각한 위헌 행위다. 형법 제122조(직무유기죄)에 따르면,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를 수행하지 않을 경우 처벌할 수 있으며, 헌재 결정을 이행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의 사례가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헌재 결정을 무시하는 것은 국가 질서를 뒤흔드는 국헌문란 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
최 대행이 해야 할 조치는 명확하다. 헌법재판소 결정을 존중하고 즉각 마은혁 헌법재판관을 임명해야 하며, 국회의 입법 권한을 존중하고 불필요한 거부권 남발을 중단해야 한다. 또한 헌법을 준수하는 모범을 보이며, 정부의 선택적 법치주의와 내로남불적 태도를 중단해야 한다. 헌법은 특정 정권의 편의에 따라 적용되어서는 안 되며, 법과 원칙은 모든 공직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최 대행이 계속해서 헌재 결정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그에 대한 법적·정치적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가 법과 원칙을 일관되게 적용하지 않으면 국민들은 법치주의를 신뢰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헌법을 위반하는 공직자에 대한 강력한 법적·정치적 조치가 필요하다. 자기모순과 내로남불 더 이상 용납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