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원준의 마음성형]
30대 중반의 예쁘장한 젊은 주부가 인상을 찌푸리고 들어왔다. 앉자마자 넋두리를 하기 시작했다. ‘이사한 지 한 달이 되었는데, 위층에서 아이들이 떠드는 발자국 소리에 신경이 예민해져 잠을 이룰 수가 없다. 화초를 봐도 예쁘지 않고 늘 만나서 돌아다니던 친구들도 만나기 싫다. 잠들지 못해 밤새 뜬눈으로 지샌다. 차라리 귀가 멀었으면 하는 생각까지 들기도 한다. 남편과 관계도 소원해지고, 옆에 오는 정도가 아니라 살갗이 닿는 것도 싫어졌다. 윗집 아이가 미워서 죽이고 싶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자신의 애들도 밉고 다 귀찮고 짜증이 난다. 이러다가 우리 애들이 미워질까 봐 불안하고, 남편하고도 사이가 벌어질까 봐서 병원에 왔다고 한다.
최근 설 연휴 아파트 층간 소음으로 같은 아파트 주민들끼리 항의 등의 말다툼으로 시작된 갈등이 서로 폭행을 하고 맞고소에 이어 급기야 살인사건까지 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렇게 현대인의 삶이 강팍해져서 그런지 가끔 드물게 볼 수 있는 진료실 풍경이다. 아파트 단지가 대형화, 고층화되고, 위 아래 층이 서로 왕래가 없이 지내면서 오해와 불신이 싹트게 된다. 잘 알고 지내는 경우에는 아래층을 배려해서 아이들이 너무 뛰놀지 않게 주의한다. 아래층에서도 조금은 참고 지내기도 한다. 즉, 서로 이해와 양보가 반드시 필요한데, 이런 이해와 양보가 없이 내 아이가 내 집에서 마음껏 뛰어 노는데 왠 시비냐며 엄마들 싸움이 시작되었다. 점차 아버지까지 가세를 하더니, 급기야 모든 가족이 서로에게 원수가 되었다.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끼리도 싸우고 험담한다. 이웃 집 아줌마끼리 편이 되어 쑤근거리며 소위 왕따가 시작되었다. 주위 친구들을 불러 밤늦게까지 떠들고 뛰었다고 한다. 막무가내인 사람을 어찌할 도리가 없고 마음 약하고 착한 흥부 아줌마는 마침내 이사를 하게 되었다. 어렵게 이사를 하고 나니 역시 위층도 마찬가지였다.
이 시대에 흥부는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 되어버렸다. 바보로 취급 당하기 일쑤이다. 물론 정당한 자기주장과 고집도 필요하고 말다툼을 해서 이길 수 있어야 한다. 정도가 ‘적당히, 적절히’라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세상은 더불어 사는 세상이다. 나 혼자서도 못살고 나 없이도 못사는 세상이다. 내가 남들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하여 남을 배려하고 이해하며, 나를 조금은 희생하고 양보하는 미덕이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것이 지나치면 병이 되듯이, 너무 지나친 양보는 미덕이 아니다. 늘 양보만 한다면 그것은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너무 양보만 하다가 화병이 생겨서 정신건강의학과에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
위의 경우 위층의 지나친 고집과 왕따는 사회를 메마르게 하는 가뭄과 같은 존재이다. 가뭄을 경험한 농부는 다음해 또 가뭄이 올까 두려워하듯이, 이 주부도 이사를 해서도 또 소음에 시달려 결국 우울증에 시달리게 된다. 자라에 놀란 가슴이 솥뚜껑만 보아도 놀라는 격이 되어버렸다. 자기 자녀들이 뛰어 노는 소리에도 민감해져 아이들에게 짜증과 신경질을 낸다. 위층뿐만이 아니라 가족까지 미움이 생겨 자신 스스로 놀라웠다. 오죽하면 ‘뇌를 애기들 뇌처럼 깨끗하게 지우개로 지워주세요’라고 말하겠는가?
이런 문제가 이 주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독자 여러분들도 가해자로, 때로는 피해자로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소음 공해는 아파트뿐만이 아니겠지만 무더위가 한창일 여름을 대비하여 스스로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이웃을 생각하자. 먼저 아래 층집에 찾아가는 순발력을 발휘하는 지혜를 가져보자. 필자도 가끔은 위층에서 아이가 뛰어다니는 지 쿵쿵대곤 하였다. 어느 날 누군가 초인종을 눌러 나가보니 위층 부부가 사과 한 상자를 가져와서 우리 아이들이 뛰어 다녀서 미안하다고 말하였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도 미안하고 하며 웃는 얼굴로 인사를 나누다 보니 좋은 이웃이 되었다. 물론 시끄러워서 신경이 쓰이기도 하였지만 웃는 얼굴에 침 밷지 못하듯 어찌하겠는가? 여러분도 서로 양보하고 이해하면 아마도 적보다는 ‘좋은 이웃’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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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원준정신건강의학과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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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이웃과 더불어 즐겁게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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