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견제론'이 여당의 '안정론' 압도한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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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의 '견제론'이 여당의 '안정론' 압도한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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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6.03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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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등 야권이 예상 밖으로 선전한 것은 야당의 '견제론'이 여당의 '안정론'을 압도한 결과다.

행정·입법부를 장악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천안함 사태에 따른 '북풍(北風)'을 타고 다시 지방권력을 독점할 기세를 보이자 반발 견제심리가 발동했다.

젊은층의 정치 무관심 때문에 투표율이 낮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95년 제1회 지방선거 이후 최고치인 54.5%(잠정집계)를 기록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여론조사에선 잡히지 않는 20~40대 젊은층 중심의 야당 지지세, 이른바 '숨은표'가 그 어느 때보다 위력적이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여론조사기관은 투표 당일에도 한나라당이 수도권 광역단체 3곳 중 서울, 경기에서 낙승하면서 전체적으로 완승을 거둘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민심의 저변은 다르게 돌아갔다.

한때 최대 20% 포인트차로 밀렸던 민주당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가 막상 두껑을 열자 초반에 잠시 밀렸을 뿐 개표 중반이후 계속 리드를 유지해가고 있다.

기존의 여론조사 기법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이런 결과에 대해 정치권에선 여론조사가 민심의 저류를 정확히 짚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북풍이 선거판을 휩쓴 '블랙홀'처럼 보였지만 실제 밑바닥 민심은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불만과 정권 견제론이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천안함 이슈가 이런 견제심리를 더욱 자극한 측면도 없지 않다. 북풍은 여권의 기대대로 보수층 결집 효과를 가져왔지만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젊은층의 불안심리를 부추기고 진보진영의 더 강한 세결집을 초래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여당으로선 역풍을 맞은 꼴이 됐다.

야권이 '전쟁이냐, 평화냐'는 구호와 '선거이용론'으로 북풍의 기세를 누그러뜨린 가운데 여당 중진의 '인천 앞바다' 발언 등 막판 잇따라 불거진 악재가 북풍의 진로를 바꾼 자충수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2000년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이 총선을 사흘 남기고 남북정상회담 합의 사실을 발표했다가 '신(新) 북풍' 비난에 휩싸이면서 예상 밖의 참패를 당했던 것을 새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지역 이슈와 정서가 판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야당이 석권한 충청권은 세종시 수정에 대한 반감이 컸고, 강원은 인물론과 지역소외론이 북풍을 압도했으며, 경남은 한나라당의 공천 잡음과 이곳 출신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 열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나라당의 선거전략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무상급식과 4대강 사업 등 선거전 시작부터 핵심 이슈 대응에 실패했고, 바닥 민심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의 높은 지지도와 북풍 효과에 기대려 하는 듯한 안이한 자세로 일관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또 당내 계파 이해관계에 걸려 지역 민심과 괴리된 함량 미달의 후보자들을 공천하는 등 개혁공천을 무색케 하는 구태도 참패를 부른 요인으로 지적된다.

야권 후보단일화도 선거의 주요 변수였다는 데 이론이 없다.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가 단일화를 계기로 지지율이 급등한 경기지사 선거에서 보듯 선거연대는 야당표 분산을 차단함은 물론 현역 프리미엄을 지닌 한나라당 단체장과의 맞대결 구도를 만듦으로써 사표 방지와 지지층 결집 효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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