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언론의 탐사보도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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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언론의 탐사보도를 기다리며
  • 박정의
  • 승인 2015.09.01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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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박정의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서프라이즈, 딴지일보, 미디어워치, 뉴데일리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온라인의 정파성이다. 이 들은 노골적이고 주관적이다. 객관성이라는 포장지를 벗어 던지고 노골적으로 자신의 주의주장을 드러낸다. 정확히 표현하면 자신들의 필터로 사건과 이슈를 걸러내고 윤색한다. 인터넷 언론의 특성처럼 굳어진 정파성의 틈바구니 속에서 그래도 희망이 보인다. 바로 탐사보도와 심층보도의 활성화이다.
 
탐사보도는 미국에서 19세기 말 ~ 20세기 초에 시작되었다. 관료제와 자본주의가 뿌리내리며 정치인, 공무원, 기업인의 파워는 커졌지만 이를 견제할 힘은 미처 성장하지 못한 시기에, 언론이 권력의 이면을 추적하면서 탐사보도가 유행처럼 번졌다. 1974년 워터게이트 사건 폭로기사로 인해서 그 절정기를 맞이했지만, 사생활을 선정적으로 폭로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공격적이며 편협하다는 평가도 함께 받았다. 그 후 80년에 들어서면서 변화하는 세상에 맞춰 탐사보도의 양태도 폭로기사(muckraking) 위주에서 분석기사로 전이해 갔다. 오늘날, 탐사보도는 통계기법, 사회조사방법, 네트워크분석, 지리정보시스템등 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객관성, 합리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즉 권력의 부정부패뿐만 아니라 빈곤·환경·의료·과학 문제를 이슈화 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 언론의 경우, 지난 10여년 탐사보도가 더 이상 속보성을 무기로 할 수 없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새로운 활로로 각광받아왔다.
 
대표적인 폭로성 탐사보도는 2005년 12월의 한파를 강타한 MBC ‘PD수첩’의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관련 논문에 대한 폭로성 보도이다. 2005년 11월 22일 MBC ‘PD수첩’은 황우석 박사의 논문에 사용된 난자 취득 과정의 비윤리성을 보도 했으며, 이에 대한 시청자의 거부반응은 광고주들로 하여금 ‘PD수첩’에 광고를 철회하게 만들었다. 국민적 영웅인 황우석 박사의 신화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고 그 정도의 파장은 예상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것이다. 특히 방영 예정이었던 후속편에서 줄기세포 진위에 대해서 관련 연구원들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협박하고, 몰래카메라를 이용한 사실이 YTN 인터뷰에서 드러나자 언론윤리라는 또 다른 논제를 생산해내며, 급기야 MBC가 회사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사건의 반전은 브릭이라는 젊은 생명공학도들의 모임인 전문사이트에서 황우석 박사의 2005년 논문의 줄기세포 사진과 DNA지문에 문제가 있음을 제기하면서, 여론은 ‘PD수첩’의 주장에 대해서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고 급기야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가 조작되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PD수첩’의 줄기세포 탐사보도가 성공적으로 끝난 원인은 PD수첩팀의 거짓말, 불법녹음, 협박 등을 동원한 비윤리적 취재행위에서가 아니라 바로 브릭이라는 전문가 집단의 역할에서 찾을 수 있게 된다. 탐사보도의 핵심은 전문가 집단을 얼마나 활용할 것인가에 있다. 시민의 이름으로 존재하는 전문가 집단을 언론으로 불러들이는 일이 탐사보도의 관건이며 정보의 홍수 속에 갇힌 온라인 언론이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마이뉴스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언론에서 찾을 수 없는 전문가 수준의 시민기자들이 만들어내는 재미있는 읽을거리들이 오마이뉴스에는 늘 있다. ‘노승영의 한국어 낯설게 보기’ ‘행복사회 유럽’들이 그 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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