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 나보배 / 인하대 융합기술경영학부 2학년
예로부터 지금까지 우리사회의 최고 미덕은 입신양명(立身揚名)이 아닐까 생각한다. 좋은 자리에 가서 이름을 널리 알리는 것, 그 지름길은 오로지 학위든 점수든 받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받아내는 것이다. 2016년 초중고교의 사교육비 지출액은 18조 1,000억 원에 달하고, 대학진학률은 OECD 평균 40%를 훌쩍 넘는 69.8%를 기록하고 있는 통계들이 이를 증명한다.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자랑한다고 스스로 자부하는 우리나라 청년들의 삶은 노력과는 반비례하는 듯하다.
지난 달 8월의 청년 실업률은 18년 전인 1999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9.4%를 기록했다. 일자리는 국가가 책임진다며 국정1호로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청와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까지 설치해 이목을 끌었지만 생각보다 약발이 들지 않는 모양이다. 국가가 만들어내는 최적의 일자리는 바로 공기업 등의 공공기관이다. 하지만 유력 공기업인 강원랜드에서 엄청난 규모의 채용비리가 밝혀져 큰 충격을 주었다. 2012~2013년에 채용된 신입사원 513명 중 무려 95%가 ‘빽’을 통해 입사했다고 한다. 이 중 현역 국회의원 2명이 채용비리에 연루되어 있다는 소식에 취업준비생들은 분노를 넘어 박탈감마저 느낀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부패인식지수 OECD 35개국 중 29위를 기록한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여과 없이 보여주는 예가 아닐 수 없다.
지금 청년들에게 가장 민감한 부분은 교육과 취업이다. 그리고 이 두 분야는 무한한 공정성을 요구하지만 속속히 드러나는 모순들을 보면 청년들이 인내할 수 있는 레드라인을 넘어섰다. 내가 살고 있는 인천은 어떤지 곰곰이 살펴보았다. 역시나 레드라인을 넘나드는 일들이 있었다. 인천의 한 대학은 최근 체육 특기생 입시비리로 교수가 체포해 조사 중에 있다. 이 대학은 지난 4월에도 6명의 교수가 연구비 4억을 횡령해 검찰에 송치되기도 했는데 대부분이 연구생의 인건비로 밝혀졌다. 인천의 교육감은 뇌물과 지방교육자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되어 2심에서 징역 6년형을 선고 받은 바 있다. 인천에 자리 잡은 한국GM의 노조는 채용비리로 전 현직 임원과 노조 간부 등 31명이 무더기로 기소되기도 했다. 도급업체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조건으로 금품을 수수했다. 이 사건사고들의 공통점은 일련의 과정에서 공정성을 완전히 상실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청년들이 짊어진다는 점이다.
전국 시·도의 생활만족도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인천은 4월에서 6월까지 3개월간 꼴지를 기록한 바 있다. 그리고 최근 8월 시·도정평가에서 최하위 3등을 기록했고, 교육청 행정평가에선 인천이 꼴등을 기록했다. 이 참담한 결과는 올 해의 인천 이슈들을 되돌아 볼 때, 너무도 당연한 결과다. 지방분권시대를 앞둔 지금, 지역사회의 공정성을 되찾아 어느 도시보다 앞장서서 인천다운 인천을 만들어야할 때이다. 청년의 레드라인 임계치에 넘나드는 적폐적 모순은 올 해가 마지막이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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