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과 부평 교육·역사의 중심, 계산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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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양과 부평 교육·역사의 중심, 계산천
  • 장정구
  • 승인 2018.08.06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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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계산천 - 장정구 /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계산수영장 앞 버드나무>


“ 가까운 곳에 풀장이 있어서 좋아요”
“ 부천 웅진플레이나 에버랜드 캐리비안베이가 시설은 좋지만 일 년에 한두번은 꼭 계양산의 풀장에 와요”
 
7월말 오후 5시, 계산수영장 입구는 주차한 자동차들로 빼곡하다. 고등학생들로 보이는 학생들이 반바지와 반팔, 샌들, 저마다 가방을 둘러매고 삼삼오오 수영장을 나서고 있다. 계양산 남서쪽 산기슭에 자라잡은 계산수영장은 올해 7월 14일 개장했다. 연일 폭염이 이어지면서 이용객이 늘었다. 한때 인천에서 신식을 자랑하는 풀장이었으나 최첨단설비를 갖춘 수영장과 물놀이장이 여기저기 생기면서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었다. 그래도 부평과 계양지역의 학생들에게는 여름 혹서기에 가족과 친구들과 텐트치고 삼겹살을 구워먹고 물놀이를 함께 하던 추억의 장소이다.


   
 <개장을 알리는 계산수영장>                                <계산수영장 앞 계산종합의료단지 기반조성공사>

 
버드나무 한그루가 수문장처럼 서 있는 계산수영장 앞은 공사가 한창이다. 계산종합의료단지도시개발지구 기반조성공사란다. 2017년 1월 실시계획인가가 고시되었다는 계산종합의료단지는 산자락 약 7천평 부지에 종합병원과 요양병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현재 기반조성을 위해 하수관거를 매설하는 공사가 진행 중인데 늘 그랬던 것처럼 물길이 하수도로 바뀌고 있다. 그 물길이 계산천이다. 계양산 남서쪽과 중구봉의 북동쪽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계산수영장 앞에서 비로소 하천의 모양을 갖춘다. 이제는 그마저도 볼 수 없게 되었다.
 
부평초등학교는 부평구가 아닌 계양구에 있다. 부평초등학교는 곧 개교 120주년이다. 부평초등학교 홈페이지에는 1899년 3월 15일 부평공립소학교로 개교했고 1909년 부평공립보통학교로 전환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학교로부터 약 2백미터 떨어진 곳에 계산천이 있다. 계산천을 건너면 부평향교다. 향교는 조선시대 지방의 인재를 양성하던 국립교육기관이다. 계산천은 적어도 6백년 전부터 계양과 부평, 주변지역의 인재들이 모여 공부하며 여름이면 멱을 감고 가재를 잡던 물길이었다.
 
부평초등학교 교정에는 인천광역시 기념물 제11호로 지정된 은행나무가 있다. 안내판에 따르면 부평도호부청사의 풍치목으로 수령이 6백년이 넘는다. 풍치목(風致木)은 주변경관과 잘 어울리도록 자연과 어우러지는 멋스러움을 위해 조경용으로 심은 나무이다. 계양산은 과거 부평도호부, 계양도호부, 안남도호부의 진산이다. 계양산 중턱에는 삼국시대 처음 쌓은 것으로 추정되는 산성이 있고 남쪽으로는 도호부청사가 있었다. 부평부읍지에 의하면 원래 도호부청사는 학교보다 조금 위쪽에 있었는데 지금은 학교 내에 청사 건물 일부가 남아 있다. 학교를 세우면서 대부분의 건물을 헐어버렸다고 한다. 부평초등학교 내 인천광역시 지정 문화재자료인 욕은지(浴恩池)와 어사대(御史臺)가 도호부청사였음을 증언하고 있다. 욕은지와 어사대는 정조가 김포 장릉을 거쳐 수원 화성의 사도세자 능으로 가는 도중에 이곳에 들러 휴식을 취하며 활을 쏜 곳이란다.
 
부평향교 옆에는 경인교육대학교가, 계양산 밑에는 경인여자대학교가 있다. 부평도호부의 관할은 지금의 인천 부평과 계양뿐 아니라 경기도 부천과 김포지역까지였다. 부평향교와 부평초등학교에 이어 경인교육대학교과 경인여자대학교까지. 비록 콘크리트로 덮혀 물길을 볼 수는 없지만 과거부터 지금까지 인천과 경기도의 인재들을 길러내는 곳이 바로 계산천이다. 계산천서로, 계산천동로, 계산복개천공용주차장. 도로와 주차장 이름에서 계산천의 흔적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인천광역시 지도포털의 항공사진들을 분석해보면 계산천은 30년 전인 1988년 계산시장 앞 지금은 계산천동로라 불리는 도로와 주차장부터 복개되기 시작했다. 1991년에는 계산현대아파트 부근까지 복개되고 1995년 계산택지가 조성되기 시작하면서 계산천 물길은 이리저리 바뀌며 완전히 하수도가 되어 버렸다. 계산택지를 지나 서부간선수로까지 내려와야 비로소 물길이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을 맞이하여 지방하천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계양경기장 주변을 정비했다. ‘고향의 강’이라는 이름으로 계산천의 하천기능을 복원하고 ‘감성적인 이미지를 접목하여 평안한 지역명물 하천을 조성한다’는 목표 아래 14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었다. 그러나 계산천 상류 물길은 또 다시 복개되고 하류의 반듯한 1.3킬로미터짜리 물길에는 수초만이 무성하다. 옛 선비들이 발을 담그고 멱감던 계산천이 이제는 고등학생 자녀를 둔 아저씨들의 추억과 과거 항공사진으로만 남아 있다.





<계산천 하류구간과 서부간선수로 교차지점>

 

<인천시 지도포털의 1981년 항공사진(위)과 2016년 항공사진(아래). 1981년 항공사진에서 계산천이 눈에 들어온다(파란줄). 2016년 대부분 복개돼 사라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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