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은 모방에 의해 획득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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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은 모방에 의해 획득하기 시작한다'
  • 이스트체
  • 승인 2018.12.18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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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학 4장 - 모방의 즐거움



〔인천in〕이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서유당’과 함께 어렵게만 느껴지던 동·서양의 고전 읽기에 도전합니다. 고전을 읽고 함께 대화하는 형식을 통해 고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그 문턱을 넘습니다.
‘서유당’의 고전읽기모임인 ‘하이델베르그모임’에는 김경선(한국교육복지문화진흥재단인천지부장), 김일형(번역가), 김현(사회복지사), 최윤지(도서편집자), 지난주부터 합류한 김영애(생활소품작가)등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고전읽기 연재는 대화체로 서술합니다. ‘이스트체’는 효모의 일종으로 ‘고전을 대중에게 부풀린다’는 의미와 동시에 만나고 싶은 학자들의 이름을 따 왔습니다. 김현은 프로이드의 ‘이’, 최윤지는 마르크스의 ‘스’, 김일형은 칸트의 ‘트’, 김경선은 니체의 ‘체’, 김영애는 ‘르’라는 별칭으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체: 우린 계속해서 『시학(손명현 역)』을 읽고 있는 중인데요. 이번 주는 시학 4장의 내용을 읽어 가도록 하겠습니다.
 

4장
 
모방하는 것에서 느끼는 즐거움_타인에 의해 모방된 것에서 느끼는 즐거움
 
 
시는 일반적으로 두 개의 원인에 기인한 것으로 생각되고, 그 원인은 인간의 본성에 근거를 가진 것으로 생각된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도 가장 모방을 잘 하고, 그 지식도 모방에 의하여 획득하기 시작한다는 점에 있다. 그리고 모방된 것에 대하여 모든 인간이 희열을 느낀다는 것도 인간의 본성에 속한다.” (손명현 역, 25)

인간의 본성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데요.
 
체: ‘두개의 원인?’ 이게 뭐였지요?
3장에서 다시 찾아보지요. 두개의 원인은 ‘모방하는 것’과 ‘모방된 것을 보는것’!
이것이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이지요.
비극의 대상이 행동하는 인간인데.
인간의 본성은 내재해 있나요? 인간은 학습된 것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구조주의 학자들은 인간은 학습된 것에 불과해서 제도가 인간의 생각과 마음을 만들어 주기 때문에 동물과 큰 차이가 없다고 보는데요.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얘기하지만 언어학자나 구조주의 학자들은 그런 착각에서 벗어나라고 하지요.
그렇지만 우리도 인간이니까 우리 안에 뭔가 있지 않나요?
 
스: 모방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모방하면서 성장하는 게 아닌가 해요.
‘늑대소년’이란 영화를 보면, 인간이 늑대를 모방하면서 컸으니까 늑대화되잖아요. 모방은 인간이 가진 가장 중요한 본성인 것 같아요.

트: 우리 애가 어릴 때 애들이 어떻게 언어를 습득할까? 궁금해서 우리 아이의 행동을 하루종일 지켜봤는데요. 하루종일 한 단어를 수십번 중얼중얼 반복하더라구요. 그것이 모방이 아닌가 싶어요. 시키지 않아도 자기가 무한반복을 하는 것을 봤어요. 참 신기하더라구요.
 
스: 저희 아이도 하루종일 수십번 중얼중얼 무한반복을 하면서 언어 습득하거든요.
시키지 않아도 본인이 해요. 특히 부모의 말투도 모방을 해요.
 
트: ‘사투리 억양’은 자신도 모르게 모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어요.
 
체: 외국어 습득 과정도 모방과 관련있는데요. 「외국어전파담」이라는 책에 보니까 2차대전 중에 적국의 통신내용이나 암호를 해독해야 할 때 똑똑한 아군에게 언어를 빨리 습득하게 했다고 하네요. 그리고 암호를 해독했다고 해요. 그래서 효율적인 언어학습프로그램을 개발합니다. 지금도 하고 있는 ‘집중학습프로그램’인데 현지인을 통한 집중모방을 통해 단기간에 언어를 습득하게 하는 거죠.
 
르: 우리도 새로운 언어를 배우려면 집중적으로 몰아서 해야 훨씬 효율적이겠네요...
집중학습을 하면서 먼저 귀가 뚫려야 한대요.
 
마: 그런거 같아요. 애기들도 말을 못해도 많이 들어놓으면 언젠가는 터지거든요. 제가 아는 사례 중에는 어떤 부모가 아이를 입양했는데 엄마가 우울증에 걸려서 아이한테 말을 안 거니까 아이가 3살이 됐는데도 말을 못했다는 거예요. 이후 다시 다른 집에 입양이 되어 이제 말을 조금씩 하는데요. 단어가 쌓여서 언어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건데 이 아이는 들은 단어가 없다보니 다른 아이들보다 엄청 말하는게 제한되어 있더라구요.
 
체: 「외국어전파담」이라는 책에 보니 생후 7개월부터 언어 습득이 가능하고 12살 전후로는 언어학습이 거의 어렵게 노력을 해야 한다고 봐요. 그래서 조기학습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긴 한데요. 굉장히 논란이 많기는 하는데요. 반복해서 아이들이 스스로 한다는 게 가장 놀라운 것 같아요.


 
 
 생후 2~3주 된 아기가 성인의 얼굴 표정을 따라하고 있다. 
 출처; A. N. Meltzoff and M. K. Moore (1977). Science 198 : 75-78.

 
르: 우리 때는 중학교 때부터 영어를 했으니 엄청 느렸던 거지요...
 
트: 현재 40대 이후는 거의 중학교 때부터 영어를 배웠던 것 같아요. 그러니 엄청 늦은 나이에 새로운 언어를 학습한 거지요.
 
마: 저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영어를 배웠어요. 전화학습프로그램을 했었는데요, 제가 그 때 영어를 제일 잘 했지요...ㅎㅎㅎ 제 인생 최고의 영어 전성기였지요...
 
체: 언어 때문에 참으로 많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다음으로 넘어 가 볼까요?
 
마: 인간이 모방된 것에 대해 희열을 느낀다는 것과 가장 정확하게 그려진 초상을 보고는 기뻐한다고 했는데요. 정확하게 그려진 초상은 어떤 뜻인가요?
 
트: 독일어로 ‘getreu게토이’하면 ‘충실한’, 그대로 묘사한 걸 봤을 때 우리는 기뻐한다는 것이죠.

, 무엇을 배운다는 것은 철학자에게 최대의 낙일 뿐 아니라, 그 외의 사람들에게 있어서도-비록 그들이 그에 관여하는 정도가 미미하다 할 지라도-다름이 없다는 사실이다”(손명현 역, 26)
 
체: 시각을 통해 보고 배운다는 것지요. 인간 본연 본성에 모방하려고 하는 것, 따라하려고 한다는 것이지요.
무엇을 배운다는 것이 최대의 낙이다. 충분히 공감이 되는데요..
 
마: 감상의 즐거움,
 
트: 모방을 하면서 느끼는 즐거움과 타인에 의해서 모방된 것을 보고 느끼는 즐거움을 느낀다고 하고, 선율과 리듬에 반응하는 본능이라고 각주를 달았는데요. 이 부분이 잘 안 와닿네요.
 
선율, 세상에 존재하는 음악은 실존하는 것을 가지고 하는 게 아니잖아요. 선율을 보면 도, 레, 미란 음계가 있는 게 아니잖아요.
 
마: 있진 않지만, 보이지 않는 인간 안에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는 틀 같은게 내재되어 있다는 거지요.
 
르: 그래요. 우리가 템포가 빠르거나 느리면 우리 몸이 그거에 따라 반응하잖아요.
 
마: 그리고 아름다운 걸 색깔의 조화를 보면 ‘참 아름답구나’라고 하잖아요.
 
모방을 한다는 것은 우리의 자연적 본성이요, 또 조화와 율동도 그러한데 인간은 이러한 본성에서 출발하여 이에 여러가지 개량을 가하여, 즉흥적인 것으로부터 시를 창조한 것이다.” (손명현 역, 26)
 
체: 모방을 통해서 시를 창조한 것이다. 인간 본연의 모방하고자 하는 본능, 세상 것을 해석하는 것이 자연적으로 우리 몸 안에 있다고 본 것이죠.
지난 번에 우리가 시를 썼는데 어땠어요?
한부모시설, 장애인, 노숙인 시설 이용자들의 작품을 보고 우리가 한번 시를 써보자고 했었는데요.

쓰셨던 시들 중 두편을 한번 읽어 드릴께요.
 
 
“골목길에 늘어선 나목
알록달록 니트 옷 입고 있네
어머니 품처럼 온기가 모락모락
아버지가 휘두르는 주먹도
나무 옷처럼 따듯하게 피어나면
군대가기 싫은 맘
살포시 내려놓을텐데.
 
또 하나는 제목이 ‘새우깡’입니다.
 
뿌연 하늘 너머 햇살을 기대했는데
전기줄에 걸린 비닐 연이 나부낀다.
넓은 하늘을 날아야 할 연이
무슨 연(緣)으로 날지 못하는 거위처럼 애처롭다.
나와 그대 그리고 우리도
서글프다.
햇살이어야 할 그대가
거위의 꿈을 품어야 할 그대가
원 없이 날아야 할 그대가
무슨 일로 흔들렸는지
어떤 바람이 지나갔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
답답한 마음
손 하나 가득 새우깡으로 채우고 싶다.
바다 갈매기
내 손 새우깡들을
얼른 물어
훨~훨 날아가 주었으면 좋겠다.
 
4장의 연재는 여기까지 맺고 다음에 계속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정리: 이

 
참고문헌:
아리스토텔레스, 손명현역(2009), 시학, 고려대학교출판부.
아리스토텔레스, 천병희역(2017), 수사학/시학, 도서출판 숲.
Aristoteles, Manfred Fuhrmann(1982), Poetik, Griechisch/Deutsch, Philipp Reclam jun. Stuttgart.
S.H.Butcher(1951), Theory of Poetry and Fine Art, Dover Publications, Inc., New Y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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