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수신료 인상, 무슨 배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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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수신료 인상, 무슨 배짱인가?
  • 강영희
  • 승인 2010.11.24 1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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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은 '전통적 난시청' 지역 … "케이블 달지 않으면 TV 볼 수 없다"
인천은 '전통적 난시청' 지역이다. 인천에 케이블을 달지 않고도 TV를 볼 수 있다면 1000원이든 3500원이든 내겠다.
어렸을 적에 TV에 달려 있던 V자 모양의 쇠꼬챙이 안테나는 어디로 갔을까?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유선(케이블)TV를 연결해야 볼 수 있게 되었다. 전기세에 왠 TV수신료? 말이 안 된다 싶었다. 이사를 가는 것을 기회삼아 유선TV를 설치하지 않으려고 했더니, 케이블TV를 설치하지 않으면 TV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왜냐고 물으니 인천은 원래 난시청 지역이라 그렇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5500원을 내고 TV를 보았다. 딱히 다른 프로그램을 볼 생각도 없는데, 전기세에 붙어나오는 TV수신료는 뭐에 쓰는 물건인고? "TV수신료는 난시청을 해소하고 어쩌고…." 하며 말하던데, 그럼 유선을 달지 않고도 TV를 볼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지난 주에는 방송통신위원회인가 어디서 3500원으로 올리는 걸 상정한다고 하다가 오늘은 KBS가 1000원 올린다고 한다. 

20년인지 30년 동안 안 올린 그 TV수신료는 인천지역 케이블-유선-TV에 대신 내고 있다. 그들은 최소한 지역방송-지역뉴스도 찾아내고 만들어서 방송한다. 수도권이란 이유로 - 이 부분은 경기지역 시민들도 마찬가지일 테다.- 지역방송국조차 없는 인천시민으로서 억울하지만, 2500원의 TV수신료와 약간의 가격 변동은 있었지만, 현재 5500원의 케이블 TV 비용을 그 20년인지 30년 동안 냈단 말이다.

그리고 2012년에는 디지털방송만 한단다. 그럼 이제 안테나 달고 TV를 볼 수 있어도 다시 셋톱박스에 케이블 TV를 달아서 봐야 하는 건가? 저기, 그럼 그건 혹시 무료?

미디어는 여러 면에서 커다란 힘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든 기업이든 시민사회단체든 정당이든, 많은 세력이 다양하게 그 힘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그 힘의 중심은 국민이어야 한다.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국민 개개인은 약하지만 그 개개인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묶어내고 그 힘을 갖게 하는 것 중 큰 것이 미디어다. 그렇기 때문에 한 나라의 중요 미디어인 방송은 그야말로 국민의 편에 서야 한다.

힘이 있는 자들은 미디어조차도 알아서 쓴다. 먹고살기 힘든 국민은 거기에 휘둘리기 일쑤다. 먹고사느라 힘든 국민을 대변하라고, 힘 있는 국민이 아니라 가난하고 힘 없고 돈 없는 서민들이 쪼개서 내는 2500원 TV수신료다. KBS는 누구나 내는 그 2500원의 비율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이들을 위해 그 힘을 써야 하는 거다.

전쟁이 나면 비행기 타고 딴 나라로 날아갈 수 있는 작자들 빼고, 전쟁이 나든 전염병이 돌든 이 땅에서 뼈를 묻고 살아야 하는 국민들의 이익, 그것은 국가의 건강함이다. 누가 봐도 뻔한 공공연한 비밀(?). 그것은 미디어가 그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거다. 국민이 견제할 수 없는 것들을 견제하고, 필요한 정보를 알리고, 소통시키는 일, 그렇게 해서 신뢰가 회복되고, 그런 신뢰를 바탕으로 사회가 건강해지고, 나라가 건강하게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구실을 해야 한다.

TV가 공익적이라고? 국민에게 이익이라기보다 거의 정부와 청와대 정책을 선전하는 선전도구로 쓰이고 있다. 옛날 군정시절이나 전두환 노태우 시절에는 TV를 '바보상자'라고 했다. 청와대와 정부, 여당의 정책 선전만 해대는 쇄뇌교육용 미디어였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의 노력으로 TV는 다양해졌고 풍부해졌고 건강해졌다. 그야말로 '똑똑한 TV'가 됐다. 다양하고 풍부한 정보들 속에서 국민들은 스스로 생각과 내용들을 정리해낸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4개 방송이든 6개 방송이든 같은 시간에 같은 내용이 동시에 나오는 경우가 생겼다. 그전 흑백TV에서는 더 자주 봤겠지만 - 자주 보던 게 대통령이 나온다든가 한나라당 전당대회인지 선거인가 하는 것들이다. 문제는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 전당대회는 안 나온다는 거다. 방송을 하려면 똑같이 하든가. 정보 전달 차원에서라도, 아니면 말든가 하란 말이다.

물론 가끔 마음에 드는 방송이 있을 때 이쯤은 내가 돈 내줘도 되겠다 싶다. 하지만 점점 그런 내용의 프로그램을 만나기가 어려워진다. 비슷한 내용, 비슷한 생각, 비슷한 시선의 방송들이 많아질수록 더 그렇다. 방송의 질이라도 올리란 말이다. 그 2500원을 전기세와 함께 내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으란 말이다. 대기업 광고수주에만 열을 올리지 말고 말이다. 그거 하려고 대기업들에는 끽 소리도 못하고 애먼 서민들 죽는 소리는 다 숨기거나 '코딱지' 만큼만 보여주는 꼴 하지 말라는 말이다. 그 대기업도 전기세에 2500원 내는 거 별로 다르지 않을 텐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정말 2500원 내는 비율에 맞게 TV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국민들이 반대할 이유가 줄어들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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