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폭(神瀑)에 들다
⸺ 우대식
윈난성 신폭 아래
객잔에 들었다
숯불을 피우고 당신이 오기를 기다렸다
쿵쿵 발자국 소리가 들렸지만 먼 당신은
가끔 눈사태만 엽서처럼 보냈을 뿐
흔적이 없다
떡을 떼어 객잔의 창으로 흐르는 눈발에 섞어 먹었다
반야의 밤에 달이 떠오르면
야크의 젖통은 부풀어
신의 나라에서 온 것 같은 울음소리를 냈다
아무것도 나를 지우거나 세울 수 없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붉은 숲불이 잦아든다
국경 아래 뜬 달이 조금씩 기울면서
그 아래를 걷는 당신의 모습이 보인 듯도 했다
환상 속의 당신
그대 어깨가 붉어진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무명도 무명의 다함도 없다는 설산 국경에서
영원히 만날 수 없는 당신을
기다리던 한 생(生)이 있다
※
중국 윈남성는 베트남과 미얀마 라오스가 인접해 국경을 이루는 중국 남부 윈구이 (雲貴高原) 고원에 있는 성 이름이다. 티베트 불교 8대 성산중 하나인 매리 설산의 장족 마을이 위뻥촌을 거치면 히말라야 산맥 끝자락에 신선폭포가 나오는데 시인은 이 신폭 아래 객잔에 하룻밤을 머문다.
전설의 물줄기인 신폭은 티벳 사람들이 신성시하는 장소다. 신의 눈물과 사랑이 가득한 이 곳에서 시인은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린다. 하지만 기다리는 사람은 오지 않고 어떤 조짐처럼 “가끔 눈사태만 엽서처럼” 보내온다. ‘눈사태’라는 시어에서 ‘올 수 없는 당신’이 마땅히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처럼 다가선다.
하여 깊은 밤 야크의 젖통은 부풀어 울음소리를 낸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수유의 시간이 지나도록 어린 새끼와 어미야크는 만나지 못하고 그 안타까운 심정처럼 화자 역시 설산 국경에서 만날 수 없는 당신을 기다린다. 시 속의 화자는 이미 알고 있다. 이 설산 국경은 무명도, 무명의 다함도 없는 곳이라는 걸. 잘못된 집착 때문에 진리를 깨닫지 못하는 마음의 상태가 무명이다. 화자는 영원히 만날 수 없는 당신에 집착하면서 숯불을 피우고 당신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아무것도 자신을 지우거나 세울 수 없다고 생각하며 붉은 숯불 아래를 걷는 환상 속의 당신을 기다린다.
“영원히 만날 수 없는 당신을/기다리던 한 생(生)이 있다”와 같이 결국 마지막 두 행에서 이 시는 과거 완료형으로 끝나고 있다. 티벳인들은 신의 위치를 탐하지 않는다. 그러하기에 산 정상을 오르지 않고 신의 눈물이 가득한 호수와 폭포에서 만족한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는 ‘원만’이라는 뜻으로 부처가 깨달은 진리를 가리킨다. 화자 역시 ‘아니다 아니다’ 하면서 우주 만유의 지혜를 일깨우는 매리 설산의 신폭. 폭포수가 바람을 일으키는 설산의 빙하 속으로 걸어간다.
시인 정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