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약자에 힘을 불어넣는 원예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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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약자에 힘을 불어넣는 원예치료
  • 강영희
  • 승인 2021.01.26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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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희의 문화 오아시스 이야기]
(18) 송도1동 꽃랜드 - 주민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한다

2021년 문화 오아시스 공간 첫 인터뷰는 송도1, 상가 건물 1층에 자리 잡은 '꽃랜드-힐링체험장'이다. 대한(大寒)부터 포근한 날씨가 이어져 햇살이 좋던 일요일 오후, 인터뷰 요청에 가장 먼저 답을 해준 류승실 꽃랜드 대표를 만났다.

신도시 송도 한 가운데 상업공간으로서 문화 오아시스를 운영하는 마음은 어떨지, 코로나속에 활동은 또 어떠했을지 궁금했다.  

 

상가건물 1층에 자리잡고 있는 꽃랜드@20210124
상가건물 1층에 자리잡고 있는 꽃랜드. 이곳으로 지난 해 초 매장을 옮겼다고 한다.@20210124

 

송도에 들어온 지 15년 됐어요

인천에서 태어나 자랐고, 도예를 전공한 류승실 대표는 남편의 직장을 따라 김포에서 살았고, IMF로 남편이 직장을 나오면서 꽃집을 운영하게 되었다. 조그맣게 조화 렌탈업을 하고 있었는데 주변 원예농원의 영향이었는지 자연스레 꽃집을 하게 됐다고 했다. 15년 전 이곳 송도에 입주하면서 꽃집을 열었고 20여년이 되었는데, 지난해 초 옆 건물로 매장을 옮기면서 기존 매장에 임대가 나가지 않는 상황에서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노인일자리 사업, 청소년 직업체험 등의 활용을 하고 있었다.

'꽃랜드'는 임대기간이 남아있던 옛 매장을 활용해 문화오아시스 사업을 진행했다.
'꽃랜드'는 임대기간이 남아있던 옛 매장을 활용해 문화오아시스 사업을 진행했다.

류 대표는 인천시의 공지 사항을 보고 '천개의 문화 오아시스 지원사업 추가공모' 사실을 알았다. 평소 생활문화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지원하고 선정되어 진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주민센터의 여러 주민단체 회원들과 함께 진행하려 했으나 코로나19’가 확대되면서 진행이 어렵된 상황에서 연수스토리를 통해 만난 두드림 락() 가족들, 장애인과 그 가족들, 지역주민과 함께 하고 전시회까지 마쳤다.

도예강좌@사진제공_꽃랜드
도예강좌@사진제공_꽃랜드
꽃식초와 꽃차 만들기@사진제공_꽃랜드
꽃식초와 꽃차 만들기@사진제공_꽃랜드
도예과정 습작품들

 

꽃랜드의 문화 오아시스 사업은 집중을 유도해 성취감을 느끼도록 하고 심신을 안정시키는 도예체험’, 후각의 안정, 미각의 힐링을 위한 꽃차&꽃식초 체험’, 반려식물을 가꾸며 지속적인 안정을 갖도록 하는 원예가드닝활동으로 구성했다. 30강으로 계획했으나 코로나로 일정이 밀리면서 24회로 줄여서 진행했는데 힘들기도 했고, 보람도 있고 아쉽기도 한 한 해였다. 류 대표는 한부모나 미혼모들을 위한 원예치료 활동을 지속하고 싶다는 바램도 밝혔다.

 

그는 꽃집을 운영하며 이런 원예치료를 접목해 장애인과 그 보호자, 한부모 가정이나 미혼모 등 사회적으로 소외된 약자들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활동을 통해 마을기업을 만들었다. 그리고 예비 사회적기업을 거쳐 지난해 12월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되었다. 함께 살아가는 삶의 가치를 만들고, 어르신들의 일자리를 마련하는 등의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힐링원예, 원예치료란 식물을 이용하여 사회적 · 정서적 · 신체적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의 육체적 재활과 정신적 회복을 추구하는 활동을 말한다. 씨를 뿌리고, 이것이 잘 자라도록 온갖 정성으로 가꾸고, 그 결과로 활짝 핀 꽃을 보면서 사람들이 느끼는 기쁨과 희열을 치료 목적에 이용하는 것이다.

꽃랜드는 힐링체험으로 도예, 원예 그리고 꽃차&꽃식조 강좌를 각 8회 진행했다.
꽃랜드는 힐링체험으로 도예, 원예 그리고 꽃차&꽃식조 강좌를 각 8회 진행했다.@사진제공_꽃랜드
다과를 나눌 수 없는 상황에서 인근 상점들과의 상생을 위한 간식쿠폰을 활용, 
다과를 나눌 수 없는 상황에서 인근 상점들에서 간식을 가져갈 수 있도록 협의했다@사진제공_꽃랜드

 

- 매장을 운영하며 오아시스 사업을 진행하셨는데 어떤 걸 느끼셨나요?

송도신도시가 만들어지고 거의 첫 입주한 경우인데 그때부터 쭉 이곳에 있었다. 이곳 주민들은 경제적으로 다른 지역보다는 여유가 있지만 신도시다보니 이렇다 할 문화적 환경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고 느낀다. 경제적 여유가 있으니 주민들의 문화적 욕구도 높은 편인데, 동민의 날이나 구민의 날 행사가 호응이 좋은 문화행사다. 하지만 일상적인 문화 활동을 위한 여건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현수막만 붙혀 놓아도 주민들의 관심이 상당히 높았다. 일정한 시기에 지속적으로 사업을 진행한다면 주민들의 관심은 아주 높을 것 같다고 예상할 수 있다. 홍보가 미흡하기도 했고, 코로나 때문에 다들 참여하기를 주저하긴 했지만 코로나 상황이 좋아진다면 참여자도 많을 것 같다. 지금의 공간은 활용할 수 없지만 좀 저렴한 공간을 마련해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싶다.

힐링프로그램을 마련한 꽃랜드@사진제공_꽃랜드
힐링프로그램을 마련한 꽃랜드@사진제공_꽃랜드

 

- 천개의 문화 오아시스 사업과 관련해 시정부, 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업장(대표)에 혜택이 너무 없어서 좀 아쉬웠다. 대표자가 수업을 해서 보수를 받는다고 해도 결국 사업에 필요한 비용으로 사용할텐데... 대신 다양한 활동을 하는 분들을 모시고 할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사실 정산서류가 좀 복잡한 것 외에는 그리 어려운 것은 없었다. 적지 않은 돈으로 사업을 했는데 많은 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못한 게 아쉬울 뿐이다.

그래도 참여한 분들이 너무 고맙다고 편지까지 보내주셨다. 그런 결과를 가질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그런 보람과 가치로 이런 일들을 하게 되는 모양이다.

꽃랜드 류승실 대표
꽃랜드 류승실 대표
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함께한 원예프로그램@사진제공_꽃랜드
활동결과물 전시@사진제공_꽃랜드

 

<문화 오아시스- 꽃랜드 힐링체험 활동에 참여한 장애인 부모의 소감문>

코로나 시기에 쉽지 않은 모임이였습니다. ‘오라는 곳이 없어 갈 곳이 없다' 라는 말은 가슴 아프지만 저희들의 이야기입니다. 좋은 기회로 삼삼오오 모인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이 계속 되었습니다. 어려운 주제라 생각 들었지만 엄마들의 생각일 뿐 너무도 훌륭하게 하나하나 완성이 된 아이들의 작품을 보며 울컥했습니다. "우리는 할 수 없다"라는 말이 아니. 늦지만 할 수 있다."라는 말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전시회에 펼쳐있던 우리들의 작품을 보며 좋은 체험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사회 구성원의 하나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종강을 하고 이제 뭘 하며 지내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하나의 욕심은 이런 좋은 체험이 단기수업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계속되는 수업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장애인원예반, 장애인도예반, 이런 것들이 명품도시 송도에서 만들어지길 소망합니다. 애써주신 류승실 대표님 미추홀공방 최연화 대표님 두 분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우리 아이들과 엄마들이 가는 험한 길에 함께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그가 건넨 꽃의 향기는 버스안에서, 전철안에서 계속 내 코끝을 떠나지 않았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그가 건넨 꽃 한 다발. 

꽃집은 당연하게도 그 귀퉁이 작은 사무실 안에도 향기가 지속되었다. 그 향기 속에 단단한 눈빛이 빛났다.

사실, 너무 삭막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송도 신도시의 상업적인 공간에서 자신의 이익을 희생하고 생활문화공간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있었다.

그러나 능숙한 사업가의 역량을 바탕으로 사회적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그의 눈빛과 차분한 음성에서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딱딱한 콘크리트 아스팔트 네모의 공간을 초록으로 물들여가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심쿵'했다.

상업적인 공간이 생활문화의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고, 그 공간을 운영하는 이들의 마음은 어떨지 역시 궁금했다. 문화예술활동만 하는 공간보다는 보다 효율적이고 다각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장점이 있었고, 이런 분들이 시민들의 문화나 예술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면 이 딱딱한 공간도 온기가 채워져 말랑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장안 모습
상가건물 1층에 자리잡고 있다.

 

류 대표는 추가공모를 하는 경우 이 사업에 대한 다양한 가치를 접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런 내용을 알았으면 더 좋았겠다고도 했다. 사업이 성장하고, 시민이 성장하고, 이런 매개자들이 성장하는데 기본가치를 공유하고 다양하게 소통하는 과정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회적 가치에 부응하고 자신의 성장에도 관심있는 시민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시민교육으로서의 일상의 생활문화, 문화예술의 가치를 생각해본다. 시민들의 문화향유권을 대행하는 매개자들의 다양한 성장을 위한 고민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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