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선택권 조례' 교육격차 심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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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선택권 조례' 교육격차 심화 우려
  • 이혜정
  • 승인 2011.09.29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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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교육계 일부 "학교 운영 자율성 침해ㆍ갈등조장"

인천시의회에서 29일 의결된 '인천시 학생의 정규수업 외 학습 선택권 보장에 관한 조례'는 소득에 따른 교육격차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또 교사, 학생, 학부모가 협의,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을 교육 당국이 지도 감독해 구성원 사이 갈등을 유발하고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반면 야간자율학습, 방과후 학교, 0교시 수업 등 정규수업 외 학습을 더 짜임새 있고 알차게 운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긍정적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 조례는 비록 방과후학교 등 비정규 학습이지만 학생에게 선택권을 준 국내 첫 조례다.

민주당 시의원 19명이 발의한 이 조례의 핵심은 야간자율학습, 방과후학교, 0교시 수업 등에 학생과 학부모가 참여할지를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다.  학생에게 공부를 권장하고 이를 게을리할 경우 엄격한 지도를 해야 할 학교와 교사의 책무를 경시한 조례라고 교육계는 반발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야간자율학습이나 방과후학교를 선택하게 하면 상당수 학생들이 외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경우 가정형편이 나은 학생들은 개인과외를 받거나 학원이나 사설도서관을 다니겠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거의 방치돼 공부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의 학력이 더 떨어지는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교직원으로 '학습선택권 담당자'를 지정, 학습 선택권 침해 여부를 상담ㆍ조사하고 위반시 시정 조치를 하도록 한 내용 역시 문제라는 지적이다.

방과후학교 등 학교 운영에 있어 문제가 있으면 교사, 학생, 학부모 등이 협의해 해결하면 될 일을 담당자를 두어 조사하는 것은 또 다른 규제이고 학교 운영의 자율을 침해하는 반교육 독소조항이라고 교육계는 비판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학교는 교사-학생ㆍ학부모 사이 갈등과 불신만이 조장될게 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시교육청은 물론 인천 일반계 고교와 특성화고교 교장 협의회, 인천시 학교운영위연합회, 한나라당 인천시당 등은 조례 철회를 강하게 요구해왔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에게 하기 싫은 공부를 다양한 방법으로 하도록 권장하고 유도하는게 교육의 역할이다"며 "이 조례는 교육의 본질을 무시하고 인기영합적인 매우 나쁜 조례이다"고 비난했다.

그동안 일부 학교에서 이들 수업을 반 강제적으로 시켜 교사들의 업무가 과중되고 교육이 효율적이지 못했다며 시의회 민주당 의원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 등 교육계 일각에선 조례 의결을 환영하고 있다.

인천 전교조는 최근 성명에서 "학력이라는 이름 아래 더 이상 학생, 학부모의 인권이 유린되지 않게 됐다"며 "이젠 정규수업이 내실화되고 공교육이 효율적 방법으로 학력 향상을 추구할 수 있게 됐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조례 발의를 주도한 민주당 노현경 의원은 "방과후학교나 야자에 대해 학생들이 스스로 선택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는데 의의가 있다"면서 "시교육청도 이 점을 고려해 조례 시행규칙을 실효성있게 만들어줄 것을 기대한다"라고 주문했다.

시교육청은 이 조례가 교육적 관점에서 문제가 두루 있다고 보면서도 수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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