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현실적인 예산 세우기 – 위원석 / 딸기책방 대표
액수는 정하기 나름
독립출판에 관한 워크숍을 하다 보면 참가자들이 가장 많이 물어오는 질문이 바로 ‘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에 관한 것이다. 마음은 굴뚝같아도 예산에 대한 계획이 서지 않으면 실행을 결심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예산이 모자라서 독립 출판을 포기해야 할 일은 없을 것이다. 마음만 있다면 규모에 맞게 독립 출판을 계획하는 방법들이 있다.
출판사에서 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해 투자되는 비용은 만만치 않다. 작가나 그림 작가와 계약도 해야 할 것이고, 편집자나 디자이너, 마케터 등 숙련된 전문가들의 시간과 노동이 더해져야 할 것이고, 꽤 많은 양의 종이를 사야 할 것이고, 인쇄하고, 가공하고, 제본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끝나는 것도 아니다. 만들어진 책을 물류 창고에 보관해야 할 것이고, 서점에 배본해야 할 것이며, 여러 가지 방법으로 책을 홍보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야 할 것이다.
그러니 출판사의 권 당 출판 비용이라는 것은, 출판사의 형편과 책의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략 2,000만 원 정도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독립출판의 예산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정해 놓을 수 있다. 독립출판은 말 그대로 기존의 출판 시스템과는 다른 방식의 출판이다. 매우 다양한 방식의 출판이 있을 수 있기에 계획하고 마음먹기에 따라 책 한 권의 출간 비용은 2-3만 원부터 2,000만 원-3,000만 원까지 다양하게 책정될 수 있다. 독립출판의 적정가를 ‘얼마’라고 특정해서 말하긴 어렵지만, 반대로 내가 준비된 금액으로 바로 시도할 수 있는 것이다.
세부적인 예산을 잡아보기 전에 책 만드는 과정을 크게 두 단계로 나누어 보자.
하나는 콘텐츠를 만드는 단계다. 글과 그림, 사진 등이 어울려 완성된 원고가 독자들이 보기에 불편함이 없도록 편집, 교정이 마무리되면 책의 내용은 완성된다. 이 내용을 형식적으로 완성하는 것은 디자인이다. 완성된 책의 내용을 디자인적으로 마감한 최종 작업을 데이터로 저장하는 것까지가 이 단계이다.
나머지는 책의 데이터로 실제 책이라는 물건을 만드는 단계다.
콘텐츠를 만드는 단계의 예산
‘자비출판’과 ‘독립출판’의 차이를 모르는 이들은 ‘독립출판’에도 큰 금액의 투자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자비출판’은 한 권의 책이 출간되는 과정의 전체 작업을 출판사에 의뢰하고 그 비용을 출판사에 지불하는 방식이지만, ‘독립출판’은 한 권의 책이 출간되는 과정의 전체 작업을 되도록 본인이 직접 하려는 노력을 전제로 한다. 이 노력을 통해 큰 비용이 절약될 수 있다. 전체 작업을 모두 본인이 알아서 진행한다면 종잇값과 인쇄비 등의 실제작비만으로도 책을 출간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본인이 익숙하지 않거나 출판물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투자하는 부분은 비용을 지불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1) 원고: 독립출판물이니만큼 가능하면 글과 그림, 사진 등 원고에 해당하는 부분은 본인이나 본인의 가족, 친구들의 것을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 따라서 원고료는 책정하지 않아도 좋다.
2) 교열과 교정: 교열과 교정은 원고의 오류를 바로잡고 작가의 의도가 최적화된 문장으로 독자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다.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으면 이상적이지만 상당한 비용이 책정되어야 하는 항목이기도 하다. 단시간에 우리말 어문 법을 통달하기는 쉽지 않다. 다행히 최근에는 맞춤법이나 문법을 도와주는 ‘검사기’가 꽤 쓸모 있다. 인터넷에서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를 검색해서 사용해 보길 권한다.
3) 디자인: 독자들은 책을 볼 때 본문부터 보는 것이 아니라 표지부터 만나게 된다. 좋은 표지 디자인은 책에 대한 호기심이나 호감을 높일 수 있고, 본문의 내용을 시각적으로 대표할 수 있다. 물론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으면 이상적이지만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되는 항목이다. 전문 디자이너들이 사용하는 편집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본인이 직접 표지나 본문을 디자인 할 수 있는 방법은 많이 있다. 인터넷에서 조금만 찾아보면 이미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 프로그램이라든지, 파워포인트 등을 통해 책의 표지와 본문을 만들 수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최근에는 독립출판물을 주로 제작하는 업체에서 누구나 편집과 디자인을 쉽게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인터넷상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이 또한 유용한 방법이 될 수 있겠다. ‘북모아’, ‘태산인디고’ 같은 주문출판 제작사의 홈페이지를 방문해서 테스트해 보길 권한다.
원고, 편집, 디자인, 책의 내용을 완성하는 가장 기본이 되는 세 가지 요소는 전체 책을 만들고 유통하는 전체 비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 세 가지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면 벌써 출판 비용의 절반을 번 셈이다.
다음 연재에서는 ‘책이라는 물건을 만드는 단계’의 과정과 비용에 대해 이어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