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시티가 아니라 지역자치, 면·읍 자치가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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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시티가 아니라 지역자치, 면·읍 자치가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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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2.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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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문화 봄호 발간... 특집은 '메가시티 담론의 실상과 허상'

 

황해문화 2024년 봄호(통권 122호)가 출간됐다. 이번호 특집에는 총선를 앞두고 돌출한 '메가시티 담론의 실상과 허상'을 다뤘다. 인구 절벽과 지방 소멸의 위기뿐 아니라 절박한 기후위기 앞에 놓인 대한민국의 현실 속에서 등장한 '메가시티' 논란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긴 안목으로 대안을 모색해 보았다.

특집의 서론격으로 도시사회학자로 북한과 동아시아의 도시를 연구하고 있는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황진태 교수의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메가시티 한국’은 가능한가?」를 앞세웠다.

이 글은 선거를 앞두고 촉발된 메가시티 서울 논란이 수도권 집중화와 지방 소멸, 저출산·고령화 등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 사회의 현안들과 긴밀히 얽혀 있다는 점에서 이번 논란을 다면적으로 진단하고, 앞으로 어떠한 가치와 전망을 갖추어야 할지에 대한 사회적 공론장을 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글에서 황 교수는 메가시티 서울 담론에 앞서 한국 사회의 구성원들이 자칫 잊고 있던 사실이나 중요하지만 중요하지 않게 생각해왔던 가치들을 강하게 환기시켜준다. 무엇보다 오늘날 서울의 형성 과정에서 서울과 지방, 대도시와 소도시, 도시와 비도시(촌락, 자연, 교외 등) 간의 관계적 이해의 중요성과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한국의 도시사회가 어떤 가치들을 고려해야 보다 정의롭고 지속가능할 수 있을지를 논의할 토대를 제공해준다. 보다 정의롭게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메가시티 논의를 협소하게 서울에 한정하지 말 것을 환기해준다.

경남대학교 사회학과에 재직하고 있는 양승훈 교수의 「두 번의 메가시티 프로젝트: 한 번은 비극으로, 다음번은 소극으로?」를 두 번째 글로 실었다. 제3공화국 이후 전개된 국토의 공간분업 전개 과정이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치달은 과정과 지역균형발전론의 바탕 위에서 한반도 동남권에서 추진됐던 메가시티 정책이 불과 2~3년 만에 비극으로 끝나고 메가 토건 프로젝트로서의 수도권 메가시티만 남게 된 과정을 성찰적으로 복기해준다.

대구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김재훈 교수는 「메가시티와 메가리전, 해외 담론의 시사점」에서 메가시티가 아닌 메가리전mega-region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강조한다. 해외 도시 담론을 집중적으로 검토한 결과, 과거 1980년대 세계화의 확대와 신자유주의가 위세를 떨칠 때 국가의 경쟁력 대신 도시 경쟁력이 강조되고 거대도시가 각광받았지만, 최근에는 거대도시의 여러 부정적 측면이 두드러지면서 중소도시가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거대도시 시대의 종언이 선언될 정도로 메가시티에 대한 관점이 변하고 있고, OECD에서도 도시city에 대한 개념 규정을 도시화된 지역urbanized region으로 바꿔 이해하는 상황에서 여전히 거대도시를 지향하는 메가시티보다는 중심-주변 관계에서 다중심의 공존 협력으로 나아가는 더 큰 규모의 메가리전을 시야에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참여연대를 비롯해 여러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면서 공공영역에 대한 감시와 지역 자치운동을 다양하게 전개하고 있는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는 「메가시티가 아니라 ‘자치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대한민국의 극단적인 수도권 일극집중체제가 기후위기 시대에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초저출산율의 중요한 원인이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지역자치 특히 ‘면·읍 자치’가 대안이라고 강력하게 역설한다.

현재 제주, 강원, 전북까지 지정받은 ‘특별자치도’는 지방분권과 지역자치권 확대라는 명분으로 실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중앙정부가 모든 권한을 독점하고 일부 권한만 이양받아 추진되고 있어 지역 난개발로 흐르고 있다고 비판한다.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서영표 교수의 글 「이기적 주체들의 경쟁 게임과 저항의 감정적 체험 사이」는 성찰적인 목소리를 담았다. 자본의 논리와 시장 만능주의가 인간 실존의 조건과 충돌할 때, 비로소 저항 또는 대안의 틈새가 열릴 수 있으며, 그 틈새로부터 생산된 다수의 비판이 연대를 찾아 정치적 행동으로 공진화해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간에 대한 성찰과 더불어 필요 충족, 만족의 경제, 국가와 시장 사이의 커먼즈, 성장 이후, 탈-성장의 삶을 우리 모두 함께 고민하고 연대하며 기획해나가면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이번 호 ‘비평’에는 지난 계절의 꼭 되짚어봐야 할 네 가지 주제를 깊이 있게 살핀 글들이 수록되었다. 먼저 세월호 10주기를 앞두고 세월호 특조위 조사관으로 참여하고 『세월호, 우리가 묻지 못한 것』이란 책을 낸 플랫폼C 박상은 활동가는 세월호 참사 재난 조사 이후의 과정을 되짚어보면서 그 답을 들려준다.

2023년 12월 7일, 김용균 사망 사고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서교인문사회연구실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연구 및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전주희 연구원은 김용균 사망 사고가 한국 사회에 끼친 영향이 넓고 깊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재판 결과가 김용균 사망 이전의 행태를 반복한 사법적 행위라는 점에서 문제적이며, 재판이 진행되던 중에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의 제정 취지를 무색케 했다고 비판한다.

구정은 국제 저널리스트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 대해,  전쟁 중에도 일어나서는 안 되는 반인도범죄라는 국제적 규범이 형성되어온 역사적 맥락 속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저지르고 있는 전쟁범죄를 고발한다.

‘비평’의 마지막 글은 인천여성가족재단에서 지난해 펴낸 여성노동자 구술 채록을 담은 책 『인천지역의 공단과 여성의 공장노동』의 의미를 담았다. 여성 서사를 연구하는 인천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노지승 교수가 다섯 명의 여성 노동자들의 삶을 깊이 있게 이해해보고 주석을 통해 독자로서 말을 건네는 방식으로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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