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섬은 사라지고... 생겨난 용현갯골수로와 학익유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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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섬은 사라지고... 생겨난 용현갯골수로와 학익유수지
  • 장정구
  • 승인 2024.06.11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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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꾼, 해안을 걷다]
(5) 갯골 1 - 용현갯골

 

탁 트인 용현갯골학익유수지 전경
탁 트인 용현갯골학익유수지 전경

 

‘악취 제거를 위해 갯골수로 복개만이 해결책이다’

‘상류를 덮으면 악취발생위치만 하류로 바뀔 뿐이다’

지난 5월 27일 용현갯골 수로에 구청장을 비롯하여 국회의원, 시·구의원, 지역주민 십수 명이 모였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현장에서 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용현갯골의 악취문제 해결을 위해 복개를 요구했다고 한다. 용현갯골 수로는 과거 제1경인고속도로였던 인천대로 시점 인근에서 시작된다. 제1경인시점교차로 또는 인하대병원사거리라 부르는 곳이다. 신흥아이파크아파트와 아암대로 사이다. 위쪽으로는 하수도고 아래쪽으로 학익유수지를 거쳐 남항 부근에서 바다와 이어진다.

 

메말라 있는 용현갯골수로 전경
메말라 있는 용현갯골수로 전경

 

십수 년 전 용현갯골수로는 이미 악취로 홍역을 치른 곳이다. 2009년 친수공간을 조성했다. 친수공간으로 분수대도 만들고 작은 물길도 만들었다. 그런데 메말라 있다. 비가 많이 내리면 하수가 섞인 빗물이 수로로 흘러들고 물이 빠지면 펄이 드러나면서 악취가 발생한다. 관리한다지만 흐르는 물이 거의 없고 복개종점 판넬 사이로 악취가 스며나온다. 용현갯골 수로 상류는 가운데로 물길이 있지만 수초가 자랄 수 없는 콘크리트 수로다. 둔치는 풀들이 말끔하게 제거되어 살짝만 건드려도 먼지가 날릴 것 같은 누런색이다. 보기만 해도 덥다. 위쪽 도로의 가로수 신록과 대조적이다.

용현갯골 수로는 중구와 미추홀구의 경계다. 메마른 수로를 따라 내려가면서 왼쪽은 아암대로고 오른쪽은 아파트를 지나면서 신흥중학교와 신흥여자중학교다. 아마도 예전에는 갯벌이었을 것이다. 일제강점기부터 인천항 주변이 본격적으로 매립되었다. 갯벌이 매립되고 본래의 갯골은 파묻혔다. 사도(沙島)와 분도(糞島)가 사라졌다. 이후 월미도는 유원지가 되었고 소월미도에는 해상교통관제센터가 들어섰다. 그 사이 미추홀에서는 바다의 제사를 지내는 원도사가 있었다는 낙섬이 사라졌다. 낙섬4사거리, 낙섬동로, 낙섬서로 등 도로이름에 흔적으로만 남았을 뿐이다.

건조한 상류와는 달리 물이 고인 아래쪽 유수지 변으로 노란 금계국이 한창이다. 낙섬사거리 횡단보도를 건너 골프연습장, 주유소와 충전소를 지나자마자 딱 트인 풍경이 펼쳐진다. 아암대로 옆으로 표지석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1950.9.15. 인천상륙작전 상륙지점(청색해안).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이 진행된 레드비치, 그린비치, 블루비치 3곳 중 하나가 바로 이곳이란다. 해안이었던 곳에 8차선 도로가 생겼고 갯벌은 매립되어 인천항 배후부지가 되었다. 매립지에는 공장과 물류창고가 들어섰고 해안도로인 아암대로와의 사이에는 용현갯골수로와 학익유수지가 생겼다. 위쪽 용현갯골 수로는 행정구역상 중구이고, 아래쪽 학익유수지는 미추홀구이다.

 

용현갯골수로는 학익유수지와 연결되어 있다
용현갯골수로는 학익유수지와 연결되어 있다
인천상륙작전 청색해안 표지석
인천상륙작전 청색해안 표지석

 

“평소에는 괜찮은데 냄새가 유난히 심한 때와 장소가 있어요”

“조금만 내려가면 넓은 유수지가 나오는데 시원한 바람이 좋아요”

자주 유모차를 끌고 수로를 따라 유수지까지 산책한다는 젊은 주부의 표정이 밝다. 악취가 심한 곳은 아파트 옆 복개가 끝나는 지점과 다리 밑이란다. 악취방지용 덮개가 들썩이는 곳을 지목한다. 더운 여름 냄새가 더 난다는 말도 이어진다. 수로에 물이 많았으면 좋겠다, 덮지 않고 악취문제를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말한다. 이유를 물으니 덮었으면 좋겠지만 일부를 덮으면 복개가 끝나는 곳에서 또 악취가 날 것이 아니냐고 이야기한다. 오랜만에 만난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시민이다.

갯벌이 썩어 악취가 난다고 매립해달라는 민원이 제기된 곳으로 북성포구가 있다. 결국 일부 갯벌과 갯골이 매립되었고 지금은 회센터를 만들자, 주차장과 공원을 만들자 등 매립부지의 이용을 두고 아직 논란 중이란다. 바닷가 도시로 해안친수공간이 미래 경쟁력인 인천, 해안을 모두 송도신도시처럼 만들 수 있을까? 회센터가 늘어서는 것이 정답일까? 과거 선상파시, 수상가옥의 정취가 사라졌다고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해넘이 출사명소로의 북성포구 명성도 예전 같지 않다.

아암대로 대형화물차들의 굉음을 피해 유수지변 산책로로 내려선다. 유수지 수면과 갈대밭 옆으로 새들이 한가롭다. 다리가 반쯤 물에 잠긴 중대백로는 물속을 노려보고, 갈대밭 앞에는 저어새 여섯 마리가 머리를 날개에 파묻고 쉰다. 숭어인 듯한 뛰어오른 물고기들의 물보라는 여기저기서 일고, 오리들은 궁둥이를 하늘로 향하고 연신 물속을 뒤진다.

 

유수지 안에는 용(현동)섬과 학(익동)섬으로 불러도 좋을 인공섬 두 개가 있다

 

‘미추홀구의 유일한 생태습지 – 용현갯골’

‘용현갯골은 학익천에서 흘러와 서해바다로 이어지는 미추홀의 유일하게 남은 바다입니다’

용현갯골수로와 학익유수지 이외에도 인천 해안을 따라 안암유수지(안암호), 인천교유수지와 석남유수지(가좌천), 북성포구, 송도북측수로와 남동유수지까지 갯골이었던, 지금도 갯골인 물길이 있다. 학익유수지 한복판 인공섬에 이르자 또 안내판이 보인다. 미추홀학산문화원이 시민모금으로 세운 ‘미추홀의 잃어버린 바다를 되찾자’는 의지가 담긴 안내판이다. 미추홀 생태문화이음길 중 첫 번째 바다이음길이 바로 낙섬사거리 원도사터에서부터 용현학익유수지를 지나 인천대교와 골든하버가 보이는 삼각점까지다. 여기는 미추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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